양파 껍질 셀룰로오스로 제작한 스마트 압전소자
양파 껍질 셀룰로오스로 제작한 스마트 압전소자
  • 이주현 / 화공 통합과정
  • 승인 2018.01.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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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수확을 위한 바이오 물질 기반의 압전소자
 화석연료 고갈과 환경 오염 증가에 따른 친환경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은 오랫동안 부각돼 왔고, 이를 위해 태양 에너지, 슈퍼 캐패시터, 리튬이온배터리 등 다양하게 개발됐다. 하지만, 휴대폰과 스마트워치처럼 다양한 휴대용 무선 전자 기기들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무엇보다 지속 가능하며 공해 없는 에너지이어야 한다. 제일 쉽게 접할 수 있는 에너지는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mechanical energy(역학적 에너지)이다. 손가락 터치, 걷기, 관절 움직임, 대기 흐름, 액체 이동 등으로 역학적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하면 공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전력 생산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소자를 압전소자라고 한다. 압전 효과는 힘이나 자극이 가해졌을 때, 전기적으로 대칭성을 이루고 있던 물체가 불균형이 일어나 양과 음으로 전화가 나뉘고 표면의 전하밀도가 변하면서 전기가 흐르게 되어 발생한다. 압전 물질로는 양전하와 음전하 위치가 쉽게 어긋나 편극이 변하는 결정 물질을 사용하면, 일정한 방향에서 양과 음의 전하 이동 변화가 나타나 효율이 높은 전기를 생성할 수 있다.
기존에 많이 사용된 압전 물질로는 폴리플루오르화비닐리덴(Polyvinylidene difluoride, PVDF), PZT(지르콘산염 PbZrO3와 티탄산염 PbTiO3의 고용체), BTO(티탄산바륨 BaTiO3)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은 일부 독성을 가지거나, 인체에 적합하지 않거나, 제작방법이 어렵거나, 저렴하지 않다는 여러 단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환경친화적인 물질을 사용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하고, 공급량이 많은 저렴한 물질을 찾기 위해, 바이오 물질 기반의 압전 현상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몇 그룹들은 동물의 조직에서 찾을 수 있는 콜라겐 피브릴을 압전 물질로 이용하기 위해, 생선의 부레를 사용하여 높은 전력 밀도를 얻었다. 하지만 생선 부레를 처리하기 위한 건조 과정으로 인해 내피로성(경화, 균열, 변형에 견딜 수 있는 성질)이 약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동물로부터 얻는 콜라겐 기반의 재료에 대한 대체재의 필요성을 알게 됐고, 그리하여 본 연구에서는 자연에서 얻는 원료 자체로 사용할 수 있는 셀룰로오스 기반의 식물 재료를 찾게 되었으며, 양파 껍질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의 압전소자를 제작하였다.


▲양파껍질로 제작한 압전소자를 통해 기침과 심작박동에 대한 센서 구동(좌) 및 바람과 스마트 신발을
   통한 LED 구동

양파 껍질 셀룰로오스 구조와 압전 현상
 양파 껍질의 셀룰로오스에 존재하는 아미노, 하이드록실, 카르보닐 그룹에 의해 작용기 간에 강한 수소결합이 형성된다. 이는 쌍극자 정렬을 유도하고, 스스로 분극되는 압전현상으로 이어져 에너지 수확을 가능하도록 한다. X선 회절 패턴을 통해 약 39%의 결정성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바이오 물질에서 압전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탄소 원자의 비대칭성과 상호관련 있는 극성 그룹의 내부 회전 때문이다. 양파 껍질의 경우 셀룰로오스의 α-cellulose chain과 N이 있는 바이오 리간드 때문인데, 셀룰로오스에는 하이드록실기가 많아 주변의 다른 하이드록실기나 N이 있는 바이오 리간드와 분자 내/분자 간 수소결합이 생긴다. 쌍극자와 하전 된 표면의 상호작용으로 의해 표면 전하로 유도된 분극이 생기고 양전하와 음전하가 생긴다. 가해진 압력에 따라 쌍극자가 정렬돼 수직으로 힘이 가해지면 전압이 위아래 전극에 생성된다. 생성된 전압 차이로 인해 외부 저항을 통하여 전자가 이동하게 되어 생성된 전기 신호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remnant polarization(잔류 분극)이 0.053μC/cm2로 강유전성(자발분극이 존재하고 외부 전기장에 의해 분극이 반전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양파 껍질의 매우 정렬된 미세섬유들로 인해 높은 압전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의 압력으로 생성된 전압 (a , b) 을 축전기에 모아 (c), LED, 전자계산기, 손목 시계, LCD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전자기기 구동 (d, e, f, g, h, i)

성능과 다양한 에너지 수확으로의 응용
 양파 껍질의 양면에 전극을 위치시키고 전선은 각각 연결해 양단을 측정 혹은 전자기기에 연결했다. 결과적으로 양파 껍질 기반의 압전소자에 손가락으로 힘을 가했을 때, 18V의 개방회로전압과 0.025μA/cm3의 단락 전류를 생성함으로써 18.12μW/cm3의 발생시킬 수 있다. 이전의 바이오 기반 압전소자보다 향상됐으며, 10,000번 구동을 시켜도 일정한 결과를 나타내어 매우 안정한 내구성을 보여주었다. 지속성이 높기 때문에 생체 외부나 내부에 부착하는 에너지 공급원으로의 응용에 유리하다.
 역학적 에너지에서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된 전력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압전소자에서 생성되는 교류 전압을 정류기를 통해 한쪽 방향으로 바꾸어 주고, 전하를 축전기에 모아서 에너지 저장 소자로 사용할 수 있으며, 230초 동안 손가락으로 힘을 가해 2.95V 정도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를 LED, 전자계산기, 손목시계, LCD 스크린, 스피커 등에 연결해 손 움직임만으로 전자기기 구동이 가능하게끔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양파 껍질 압전소자를 통해 심장 박동, 손가락 움직임, 발 누르기 등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목에 부착해 기침, 삼키기, 마시기, 고개 움직임 등으로 전기 신호를 낼 수 있다. 또한, 단어를 말할 때 나는 성대의 진동을 이용해 전기적 신호로 구분할 수 있어 음성인식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아주 약한 자극에 의해서도 양파 껍질 압전소자는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데, 나뭇잎과 같이 가벼운 물질을 떨어뜨렸을 때도 전압을 생성할 수 있다.

양파 껍질 압전소자의 가능성
풍부하게 존재하는 자연 원료를 그대로 사용해 제작한 양파 껍질 압전 소자는 매우 다양한 역학적 에너지를 수확하여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이 높다.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압전소자 성능이 높고, 인체 무해한 물질이기 때문에 생체신호 모니터링에 대한 응용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민감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소자의 내구성이 좋아 차세대 스마트 전자기기의 에너지 공급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