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다른 학교에서의 생활
서울대학교, 다른 학교에서의 생활
  • 도승원 / 전자 13
  • 승인 2018.01.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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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학점교류가 시작된 해이다. 학점교류는 우리대학에서 반복된 전공 공부에 지친 필자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기회로 느껴졌고 그렇게 1년간의 서울 생활이 시작됐다. 독어독문과 수업에선 괴테의 파우스트를 낭독하고 교수님의 서원에서 하룻밤을 자기도 했고, 디자인과 수업에선 직접 폰트를 만들고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여름방학 합숙을 통해 연주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더불어 연합동아리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탄핵 촛불집회에도 참여했으니 알찬 1년, 기억에서 잊지 못할 대학 생활 1년을 보냈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전공과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서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사회는 우리대학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곳도 특수한 집단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 같은 주제에 관해 얘기할 때도 어떤 사람은 외교적 관점에서, 또 어떤 사람은 철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생각 차이가 아닌 본질적인 사고 방향의 차이였다. 서로가 접하는 것이 달랐기에 사고의 틀이 차이 났고, 여기서 또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니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겠는가. 이 환경은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에선 내가 특별한 한 사람이 되기 힘들다. 하지만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있는 사회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더욱 구별된다. 이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3년간 우리대학에서 지내며 공학을 싫어하게 됐다. 학문 탐구에 큰 흥미가 없었고 전공 또한 적성에 맞지 않았으나 가장 큰 이유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주위 모두가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기에 공학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점점 열정이 고갈되어 갔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에서 그간 학습된 공학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고 쓸모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가치관이 달라졌다. 공학을 공부하는 자신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고 우리대학에 대한 애교심이 커졌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1년은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대학 생활이라 부를 법한 것들을 원 없이 했다. 더불어 디자인과 인문학 등 흥미를 느끼던 분야의 공부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여행을 위해 모아둔 돈도 상당 부분 사용했고 자기관리에도 소홀해졌다. 할 것이 없다는 슬픈 이유지만, 우리대학만큼 공부하고 운동하기 좋은 학교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만약 필자에게 2016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학점교류 지원서에 사인을 할 것이다. 혹시나 학점교류에 관심은 있지만 낯선 환경 등의 이유로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보라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