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올라온 동아리 단톡방 성희롱 사건
수면 위로 올라온 동아리 단톡방 성희롱 사건
  • 김희진 기자 장호중 기자 황성진 기자
  • 승인 2017.12.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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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 논의 후, 해당 동아리는 동아리연합회에서 제명돼

▲학우가 동아리 사과문을 읽고 있다
지난달 10일, 우리대학 총여학생회(이하 총여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우리학교 모 동아리의 반성 없는 단톡방 성희롱과 성추행을 고발합니다’라는 대자보가 게시됐다. 뒤이어 해당 대자보는 △학생회관 소통의 공간 △총여학 사무실 앞 △해동-아우름홀 △무은재기념관에 부착됐다. 대자보에는 모 동아리 단톡방에서 신고자 자신을 포함한 여러 여학생을 향한 성적 발언이 오갔고, 이에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에서 해당 동아리에 대한 징계를 다루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신고자는 대자보를 쓰기 이전에 페이스북 그룹 ‘여학생들 보세요’에 해당 사건에 대해 도움을 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총여학 회장단은 사건 상황을 파악한 후 대자보를 대리 게시하고, 우리대학 구성원들에게 2차 피해 발생 방지를 당부하며, 신고자에겐 상담 센터로의 사건 접수를 안내했다. 또한, 총여학 회장단은 링크를 배포해 해당 동아리와 관련된 성희롱, 성추행 사례 제보를 받았다. 
12일에 열린 동대회 논의 안건으로 ‘단톡방 성희롱 사건 해당 동아리 징계에 대한 논의’가 상정됐다. 논의에 앞서 사건 소개가 신고인 주장, 피신고인 주장,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퇴장한 뒤 해당 동아리 징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측 주장과 여러 자료를 참고한 긴 시간의 논의 끝에 찬성 34표, 반대 7표, 기권 0표로 동대회는 해당 동아리를 동연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결과 공고에 따르면 제명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장과 회장을 포함한 약 40명의 회원 또는 전(前) 회원이 포함된 카톡방에서 여학우를 성희롱한 사실이 적발됐고, 해당 방이 폐쇄되고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약 두 달 동안 적절한 조치를 한 사람이 없었다. 해당 동아리는 2014년도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 관련 논란을 일으킨 정황이 있으며,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위의 이유로 동연 자치 규칙 제15조와 제47조, 제48조에 따라 해당 동아리는 제명됐다. 제명된 동아리는 동연 지원이 중단되는 등 정식 동아리로서의 자격이 박탈된다.
이틀 뒤, POVIS 포스텍 라운지에 해당 동아리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해당 동아리 회장단은 △다수 동아리원이 포함된 카톡방에서 성적인 대화가 오간 점 △신고자가 언급하기 전에 미리 사과하지 못한 점 △동아리 차원에서의 대처가 미흡했던 점 등에 대해 사과했다. 한편, △총여학의 대자보 대리 게시 △해당 동아리의 동연 제명 절차 등에 대해 학우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동대회에서 해당 동아리에 대한 논의가 끝난 이후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해당 논란들에 대한 각 자치단체장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총여학생회장과 동아리연합회장을 인터뷰하고, 총학생회장이 포스텍 라운지에 올린 글을 분석해 보았다.

총여학생회, 대자보 대리게시 논란
가장 먼저 제기된 논란은 총여학의 대자보 대리게시에 관한 내용이었다. 상담센터나 학교 측의 징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자보에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일부 내용이 포함된 것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된 것은 부적절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 논란들에 대해서 강민지(화학 15) 총여학생회장은 “논란이 되는 부분은 회장단의 대리게시 판단 근거에 필수적이지는 않았던 사항이지만 작성자의 대자보 작성 계기였다”라며 문제가 된 표현을 대자보에 포함한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피신고인이 좁은 범위로 특정되었다는 점,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논란성을 인정한다”라며 학생 사회의 지적에 일부 수긍하면서도, “사건이 신고 처리 중임을 표기한 것을 참작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 공론화를 위해 어디까지 공개돼야 할지, 그 결과가 어떨지 계속 고민하고 고쳐나가는 총여학이 되겠다”라며 견해를 밝혔다.

'동아리 연합회'에 제기됐던 문제들
한편, 이번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동연이 정당한 절차를 밟았는지의 여부가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우선, 동연에서 해당 동아리에 의결 사항을 공고하는 시기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동아리연합회 자치 규칙(이하 자치 규칙) 제16조 3항에 따르면, 임시회의를 제외한 회의에서는 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동대회) 소집과 심의 및 의결 사항을 4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동아리에 ‘단톡방 성희롱 사건 해당 동아리 징계에 대한 논의’ 의결 사항 공고가 개회 4일 전에 이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두고 동연은 착오로 인해 공고 시기가 늦어졌음을 인정하면서, 12월 회의부터는 공고가 늦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다음으로 상담 센터나 학교 측의 징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성추행 관련 내용을 동대회에서 다룬 것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동연은 “동연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증명하거나 이에 대한 처벌을 내리는 사법기관이 아니다”라며, “회의에서 논의됐던 주된 내용은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동연은 이번 동대회에서 신고인 측이 “교내에 바른 문화를 선도해야 할 동아리가 잘못된 문화를 이어가는 것을 막아 달라”라고 주장해 피신고인 측인 해당 동아리에서 “내부 규칙을 강화하고,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동아리원들이 노력하겠다”라는 등의 답변이 오갔음을 밝혔다.
이외에도, 앞 사건의 논의 내용을 담은 ‘11월 동대회 회의록’은 지난 제43차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동연 회장이 비공개 기록물 심의를 올려 △찬성5 △반대4 △기권1의 결과로 부결됐다.

총학생회, 총학생회장 발언 논란
동대회에 참가한 총학생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이에 총학생회장은 포스텍 라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총학생회장은 해명에 앞서 “개인적인 경험으로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해 학우들께 혼란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라고 한 후, “총학생회를 주어로 총학생회를 대변한 적이 없으며, 회의에서 한 발언은 총학생회장으로서 신고나 자료 등에 사실관계 확인이거나, ‘저’를 주어로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뿐이었다”라며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또, 해당 동아리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는 “표면적인 사과와 동아리 내부의 자정 작용 실패를 우려해서 한 발언”이라며 개인의 생각이 미숙하게 전달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후 총학생회장은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 감정 조절이 미숙했던 점 등에 사과하고, “애먼 신고인에게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점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고인이 아닌 마냥 미숙한 저를 탓해달라”라며 신고인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주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