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인터뷰]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벽을 허물자"
[금난새 인터뷰]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벽을 허물자"
  • 박지후 기자 공환석 기자
  • 승인 2017.12.06 0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
지난달 9일 우리대학 대강당에서 '2017 포항시민과 함께하는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유나이티드 심포니즈' 공연이 개최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달 10일 금난새 지휘자를 만나 인터뷰했다.

지휘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꽤 많은 사람이 지휘자를 그냥 지휘봉 흔드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휘자는 음악적 감각뿐만 아니라 수십 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조직을 다루는 능력도 필요한 자리이다. 특히 단원과 함께 오랜 시간 연습하다 보면 짜증을 내는 사람도 많고, 내 지휘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그렇지 않은 오케스트라는 없다. 지휘자는 그런 것까지 모두 포용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영화제작에 비유한다면 지휘자는 영화감독에 대응된다. 감독이 작가의 대본을 보고 배우, 조명, 음향 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도 모두가 조화를 이루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휘자는 작곡가가 쓴 악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악보의 한 부분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 연주해보자’라고 말하면서 단원들을 설득하고 아름다운 연주가 되도록 조정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이 있나
구성원 간의 연주시간, 악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모든 단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제 강당에서 연주한 심포니에서 트롬본은 4악장에서만 등장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30~40분 정도 연주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시간만 연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트롬본이 중요하지 않은 악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케스트라의 목표는 함께 어우러져 조화롭게 연주를 마치는 것이기 때문에 연주시간이나 악기로 역할의 경중을 따지면 안 된다. 하지만 리듬이 정확한 곡을 연주할 때는 팀파니나 콘트라베이스를 맡은 사람이 지휘자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수많은 악기가 동시에 소리를 내는 가운데 그 사람들이 박자를 맞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당신이 지금 지휘를 하고 있다. 그러니 흔들리지 마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가
굳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울릉도에서 했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전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이 울릉도인데 뱃멀미 때문에 단원들을 전부 데리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울릉도 소년의 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우리 동네에서 연주를 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얘기를 공군 참모총장에게 한 적이 있는데, 그분께서 단원들을 위해 헬리콥터를 띄워주신다고 했다. 나는 문화 소외지역을 위해 헬리콥터까지 띄워주신다는 말에 감동했고 바로 울릉도 방문을 결정했다. 비록 그날 안개가 심해 헬리콥터가 뜨지 못했고 파도가 높아 단원들이 토하면서 울릉도에 도착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당시 울릉도에는 공연할 수 있는 홀이 없어 새로 짓고 있었는데 80% 정도 지어진 미완성 홀에서 연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홀을 가득 채워줘서 의미가 있었다. 진정한 선진 사회는 대도시와 지방의 문화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사회라 생각하기 때문에 내 분야에서 최대한 솔선수범해 이 격차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지방 공연을 가장 많이 한 지휘자라는 것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몇십 년째 지휘하고 있는데 매번 어떤 마음으로 지휘에 임하는가
나는 지휘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결국, 그 꿈을 이뤘고, 대략 20년 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줘서 매번 관객석이 가득 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고 내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청중들에게 항상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는 요리사의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 지휘한다. 식당을 가보면 그냥 대충 요리해서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는데, 나는 대충 요리해서 던져주듯 지휘해서 관객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어제 공연에서도 그랬겠지만, 금난새 지휘자를 들어본 사람도 있고 몰랐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를 알던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제가 만든 요리를 한번 드셔보세요’라는 느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 지휘하고 싶다. 이런 연주를 맛본 사람들은 분명히 ‘너무 맛있다. 다음에 또 와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 수십 년째 나를 지휘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청중에 대한 애정인 것 같다.

금난새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는가
최근 공연에서 언급했지만,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정부의 지원이 없는 벤처 오케스트라이다. 요즘 시립교향악단이나 방송국의 오케스트라들은 예산을 받아 오케스트라를 유지한다. 예술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생력이 있지 않는 분야이기에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내가 20년 전에 돈 없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어왔고, 오케스트라는 적자를 내거나 파산되지 않은 채 1년에 수십 회의 공연을 잘 해낸다. 내가 벤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듯 이렇게 없는 곳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 벤처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남시립교향악단과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던 중, 벤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본 한국경제신문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들자고 제안해 이에 동의했지만 최대한 적은 예산을 이용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문화 영역을 사람들에게 서비스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고된 학업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대학 학생들을 위해 추천해 줄 음악이 있는가
조용한 분위기에서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주변의 분위기에 개의치 않은 채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또 젊은 세대들은 나이든 세대와는 다르게 여러 일을 한다. 그렇기에 우리대학 학생들이 무슨 음악을 들으면 좋을지 묻는 질문은 쉬운 질문은 아니다. 흔히 아침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더 상쾌하다고 한다. 가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일을 하다가 집중력이 음악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모차르트의 음악보다는 낭만파의 차이코프스키나 말러의 음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또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재즈 음악도 선호하는데, 먹지 않은 음식도 먹어보고 소화가 잘 되면 다시 먹듯 음악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4년 전에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처음에는 매일 출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학교 측에서 학교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교장으로 취임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생들은 우수한 기술에 집중하곤 한다. 음악을 하다가 틀리게 되는 경우가 있을 때 좋은 음악이더라도 실수로 인해 점수가 대폭 하락하는 것이 다. 그런 교육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것이 교장에 취임하자마자 한 생각이었고, 모든 아이들이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개인 선생이 있다. 우리나라 음악 교육에서는 개인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에게 음악을 교육받는다는 것이 몇 십년동안 금기사항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깨려 했다. 이 금기사항이 있는 이상 음악 교육은 선생님을 위한 교육일 뿐, 학생을 위한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음악을 배우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음악을 보는 장점이 생기는 것이다. 마치 남녀공학과 남고, 여고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좋거나 나쁜 것으로 구별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음악뿐만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벤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듯, 사회가 찾고자 하는 꿈이 있으면 거기서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수학 문제를 풀 때, 답이 맞지 않더라도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이 새롭다면 이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가 없지 않은가. 포스텍 학생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고 사회에 대한 공헌을 생각할 때, 즉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와의 호흡과 동료와의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포스텍 학생들 중 빨리 그런 사람이 나오기를 기원한다. 파이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