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을 쏘다
복수전공을 쏘다
  • 박종현 / 전자 16
  • 승인 2017.12.0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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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전자전기공학과(이하 전자과)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생명과학과 복수전공을 위해 해당 학과 대부분의 전공필수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어떤 이는 전자과 하나만으로 충분히 힘든데 어려운 도전을 한다며 격려해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성적도 안 나오는데 왜 굳이 복수전공을 하냐며 회의적인 말을 하기도 한다. 사실 복수전공을 하고 나서 뚜렷이 뭘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왜 복수전공을 하는지, 그 생각을 적어보고 싶다.
전자공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로부터 스마트폰 한 대를 받았던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당시로써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기능을 많이 갖고 있던 그 스마트폰을 보며, 이런 혁신적인 전자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 꿈을 좇아 과학고에 진학, 결국 포스텍 전자과에 최종 진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입학 후 학과 선택에 대한 후회가 조금씩 생겼다. 생각보다 전자과는 이론적인 부분을 상당히 많이 배웠고, 특히 생각보다 수학적인 부분을 많이 다뤘다. 이 분야만을 오랫동안 공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흥미가 있었던 분야를 살려 장래 연구 분야를 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1학년 2학기에 생명과학과를 복수전공을 하기로 결정했고, 2학년 1학기부터는 과 동기들보다 다소 빠듯한 시간표를 짜서 학업을 계속했다.
많은 사람이 많이 묻는 말 중 하나는 힘들지 않으냐는 것이다. 전자과의 자유 선택 학점 수는 9학점으로 11개 학과 중에서 가장 적기 때문에, 복수전공을 위해 타과 전공과목을 들으며 초과하게 되는 학점 수가 다소 많다. 상반된 분야의 전공과목들을 한 학기에 6과목씩 들으려니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심지어 전자과의 일부 과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이를 수학하는 데에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여기서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했다. 혹자가 전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전자과의 전과 조건은 2학년 전공필수 과목을 전부 수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면서까지 전과를 하면 이제껏 고생해 온 게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타과로 전과했는데 해당 분야에서도 흥미가 없는 과목을 수학하고 거기서 어려움을 겪으면 전과를 후회하며 더 괴로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자과와 생명과 복수전공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복수전공을 이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럼 대학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사람도 많다. 대학원 분야에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자과와 생명과는 물론이며, 융합생명공학이나 시스템 생명공학, 뇌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중에서 앞으로 전공과목들을 수강하며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 진학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른 복수전공 조합으로도 대학원 분야의 폭은 매우 넓어진다. 생명과학과를 예로 들자면, 화학과 또는 화학공학과와 복수전공을 할 경우 약학 또는 의학 분야에도 발을 담글 수 있고, 컴퓨터공학과와 복수전공을 할 경우에는 전자과와 비슷하게 시스템 생물학이나 인공지능 분야에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복수전공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존재해 오던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분야의 선구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긍정적이고 희망찬 생각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복수전공을 하며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물론 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요즘 융합이 대세이기도 하고 복수전공을 응원한다고 하시면서도, 아직 이공계 분야는 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T자형 인재를 선호하신다고 하셨다. 천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은 아무래도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년부터 우리대학 입시가 전원 단일계열로 선발되고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장려하면, 훨씬 수월하게 복수전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의 커리큘럼으로 복수전공을 마음먹기 위해서는, 특히 전자과와 생명과학과처럼 전혀 상반된 학과의 복수전공을 위해서는 서로 겹치는 전공과목도 없기 때문에 1학년 때 일찍 결정해 장래 커리큘럼을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차질이 생길 경우 졸업이 무한정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17학번들이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심사숙고해서 되도록 빨리 결정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