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집단
개인과 집단
  • 김성빈 / 생명 16
  • 승인 2017.12.0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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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을 살펴보면, 올해는 작년보다 학생들의 개인성이 뚜렷해진 것만 같다. 특히 이는 학과 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 보이며, 잠깐 생각해보아도 이러한 현상을 찾는 게 어렵지만은 않을 정도로 만연한 듯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생명과학과는 전통적으로 산행을 통해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선후배 간의 친목 및 여러 상담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가을 산행의 경우, 학부생의 저조한 참여율 탓에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행사는 할 필요가 없다’라는 결론이 내려져 취소됐다. 시험 및 과제 때문에 바쁘다는 의견이 있어서 공식적인 시험 기간의 다음 주 주말로 일정을 변경하였었다. 산행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있어서 둘레길 산책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여러 피드백을 수렴하여 행사에 반영했지만, 올해의 행사마다 여전히 참여율은 저조했다. 과제를 할 때나 시험 기간에는 과 동기나 선배, 교수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도 과 행사에 대한 참석 여부를 물어보면 그저 바빠서라든지, 과 학생들과 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의 타당성을 저울질하지는 않겠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적인 불참이 쌓이고 쌓여, 결국 단체 행사에 불발이 생기게 된다. 이는 과연 손실을 가져오지 않는가? 우선, 참여하지 않은 자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생명과학과는 2학년이 될 때 학회비를 지불하게 된다. 학회비는 주로 과 행사에 사용되는데, 이미 여기서 모순이 나타나지 않는가. 과 행사의 추진을 위해 돈을 지불하여 놓고, 정작 지불한 본인은 과 행사의 추진을 억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물론, ‘내가 내 돈 내고 안 나가겠다는 데 무슨 문제가 있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다음 집단의 입장에서 철저히 반박된다. 참여하고자 했던 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들 역시 학과 행사의 추진을 돕고자 학회비를 지불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물론 참여하지 않는 자들이 모두 저런 생각을 한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에 의해 학과 행사의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이에 따라 ‘참여하고자 했던 자들’은 불가항력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된다. 과연, 이러한 현상을 보고도 ‘내가 내 돈 내고 안 나가겠다’에 대한 문제가 없냐고 말할 수 있을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개인주의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회에서의 한 성인으로서, 누가 나쁘다 혹은 옳다는 시비를 가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남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면서까지 개인주의적 행동을 지속해야 하느냐가 의문이다. 본인에게 맞지 않고, 비효율적이라 판단되면 효율적인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개인주의가 항상 피해를 가져오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심을 내포한 개인주의가 쌓이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신중하게 알고 행동하자는 것이 내 사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