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축사] 설립이사장 박태준
[졸업식축사] 설립이사장 박태준
  • 설립이사장 박태준
  • 승인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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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의 전통과 긍지는 더 큰 내일을 열어갈 것

오늘 포항공과대학교의 영예로운 학위를 받는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의 젊은 인재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의 꽃다발을 바칩니다. 또한 이 빛나는 시간을 기다리며 애정을 쏟아오신 모든 학부모님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교직원 여러분과 재단 관계자들의 노고에도 치하를 보냅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교직원과 동문 여러분. 포항공대의 열네 번째 학위수여식을 맞이한 저는 이 대학의 설립자로서 참으로 큰 희열과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신선한 각성과 결의, 뚜렷한 목표의식이 새롭게 요청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선 포항공대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정체(停滯)가 지속되느냐, 도약으로 가느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우리의 능력으로 다시 한번 우리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대학사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겠다는 대장정을 시작한 당시에 견지하고 있었던 우리의 철학과 비전을 겸허히 확인해 보고, 과연 그것이 반세대(半世代)를 넘어선 포항공대의 정신적 산맥과 같은 전통으로 형성되어 있는가를 솔직히 진단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986년 12월 3일 역사적인 개교식을 거행한 이후로부터 오늘 이 시간에 이르기까지 우리 포항공대는 한국사회를 놀라게 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엄청난 업적들을 쌓아왔습니다만, 그 원동력은 무엇보다 건학이념을 실현하겠다는 순수한 목표의식과 사명감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포항공대인의 뜨거운 정열과 재단의 지속적인 성원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포항공대에는 과거의 훌륭한 저력을 오늘의 싱싱한 활력으로 계승하려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확고한 전통을 확립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여러분 모두가 공동체적 일체감으로 분발할 것을 촉구하며, 아울러 적극적이며 주체적인 참여가 있게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모든 위대한 성취에는 흔히 안일과 자만이 동반됩니다. 그러나 현명한 조직은 결코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짧지만 굵은’ 포항공대의 전통과 긍지는 더 큰 내일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여러분 앞에는 개척해야할 광활한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여러분이 재학생이었던 2년 전의 바로 이 자리를 통해 저는 21세기의 포항공대인이 도전해야할 무궁무진한 분야를 역설했습니다만, 그것들은 고스란히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석에너지 자원의 고갈에 대비하여 태양·조력·풍력 등 청정에너지 자원을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하며,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고 지구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수질과 대기를 보존하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50년의 인구 100억명 시대에 대비한 식량문제도 과학의 힘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이 자리를 나서기 바쁘게 정보통신, 생명과학, 나노테크놀로지, 신소재 개발, 초미세 지능성 로봇 개발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하는 현실적 과제들이 당장 여러분을 시험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제조업의 기술력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분의 인생에는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류사회가 당면한 미래에 대한 불안한 불확실성을 예측가능한 밝은 전망으로 바꾸어야 하는 사명까지도 맡겨져 있습니다.

자랑스런 졸업생 여러분. 개척과 창조를 위한 과감한 도전에 필요한 여러분의 용기와 실력을 저는 신뢰합니다. 생태계 위기와 질병과 기아의 공포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겠다는 여러분의 이상과 신념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모든 도전에는 혹독한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며, 인간의 이상은 좌절의 위기를 겪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이며 과학세계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여러분이 포항공대인으로서 남다른 특성을 간직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혈관 속으로 모든 비관적 예측과 부정적 비판을 무릅쓰고 드높은 목표에 과감히 도전하여 온갖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세계 최고의 대학을 추구해온 포항공대의 전통이 흐르고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결코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습니다만, 국내적 시각으로만 보아도 과학기술의 성쇠는 곧 국가경제의 성쇠와 직결되며, 민족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중대한 역사적 조건 위에서 포항공대는 탄생했으며, 여기에 포항공대의 존재의 이유가 있고, 제철보국의 숭고한 정신으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포항공대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야 하는 정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오늘 새로운 도전의 세계로 떠나가는 졸업생 여러분과 함께 포항공대의 건학이념과 전통을 다시 한번 새겨 보면서, 여러분의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또한 여러분의 눈부신 활약이 있어서 그것이 다시 한번 도약하려는 모교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포항공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