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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글은 천년이 우습다. 수많은 과거의 이야기들이 사라졌지만, 돌에 새겨 둔 글들은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곤 한다. 다만 돌에 새겼다 해서 광개토대왕릉비처럼 거대하거나, 진흥왕 순수비처럼 전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포항의 자랑인 영일 냉수리 신라비(국보 264호)와 중성리 신라비(보물 1758호)도 그렇다. 이번 문화연재에는 잘 보존된 포항의 신라 비석에 담겨진, 신라판 ‘쩐의 전쟁’을 소개하려 한다.사실 영일 냉수리 신라비는 평범한 화강암에 새겨졌고 비석의 모양도 전혀 비석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앞면, 뒷면 심지어 윗면까지 빼곡히 채운 글에는 ‘절거리’라는 인물의 재산 분쟁이 담겨 있다. 진이마촌에 살았던 절거리는 말추, 사신지와 재산 분쟁이 크게 붙었다. 그런데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 재산 분쟁이 지방관을 거쳐 신라의 중앙정부, 조정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또 이 분쟁이 그냥 넘길 것이 아니었던 것인지 신라 조정에서는 이번 분쟁과 비슷한 선례가 있었는지 알아보라고 법령을 관장하는 관청에 명령을 하달하기에 이른다. 서기 503년에 소위 ‘판례’를 찾으려 애쓴 신라 공무원들의 당황이 읽힌다. 도대체 얼마나 큰

문화 | 김상수 기자 | 2015-03-18 11:19

‘굴뚝 없는 사업’이라 불리며 세계 경제의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캐릭터 산업’이다. 이 캐릭터 산업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일환이다. 캐릭터 산업은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게임, 상품, 테마파크 등의 연관사업으로 확장해 고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당장 책장에 꽂혀있는 책만 봐도 수많은 캐릭터를 볼 수 있으며, 아이들의 완구류부터 시작해서 성인들이 수집하는 피규어까지, 캐릭터 산업은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있다. 하지만 그동안 캐릭터 산업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 일본의 캐릭터를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작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요즘, 우리나라의 캐릭터 산업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가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캐릭터 산업이 태동하던 곳은 미국이다. 1928년 월트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에 등장한 미키마우스는 1930년 잉거솔사에 의해 시계 캐릭터로 처음 채택이 된 것이 시작이다. 이후 디즈니는 1960년대까지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구피에 이어 백설공주, 피터팬 등

문화 | 김현호 기자 | 2015-03-18 11:17

포항에는 문화가 없다고 단언하는 모두에게 묻는다. 우리가 사는 곳, 어디까지 아는가? 분명 포항은 교과서나 상식에 자주 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항에도 수많은 문화재가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학기 포항공대신문은 ABC 강의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포항의 숨겨진 문화를 조망하는 문화 연재를 진행한다. 다 안다. 삼국시대는 언제나 국사 시험 단골 소재가 아니던가. 누구나 ‘구석기’ ‘신석기’ ‘고조선’ ‘삼국시대’ 순으로 달달 외워 온 한국사다. 그럼 초점을 시간이 아닌 공간으로 바꾸자.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 ‘포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포항은 동해안에서 가장 찬란했던 고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고인돌과 암각화의 분포를 봄으로서 고대 포항의 입지를 알 수 있다. 서해안의 화순, 강화도가 고인돌로 유명하지만, 포항에는 108군집 462개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어(2012년에는 432기) 고인돌 문화축제를 여는 강화도보다 많다. 또한, 각각의 고인돌들의 특성이 매우 뚜렷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북방식 고인돌이 아니라 남방식이나 개석식

문화 | 김상수 기자 | 2015-03-04 19:23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수로 셀 수 있겠느냐마는, 일단은 음식, 옷, 그리고 주거 공간 3가지로 나누는 데는 모두 동의하곤 한다. 따라서 모든 문화권은 저마다의 의식주 문화를 만들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의식주 문화가 뚜렷하지만, 가장 현실에서 보기 힘든, 즉 많이 사장된 문화는 아무래도 ‘한복’이다.이는 6.25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민중들의 옷이 한복이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갓과 도포를 갖춰 입은 어르신들이 서울 거리에도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한복은 복식사에서 그 형태를 매우 오래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놀랍게도 가장 초기 형태의 한복은 기원전 3세기의 고구려 벽화에서부터 나타나는데, 이때부터 저고리와 바지 – 여자는 치마 안에 바지를 입었다 – 라는 기본 형태가 나타난다. 고려시대를 거치며 몽골의 의상이 한복에 큰 영향을 받지만(단적인 예로 신부가 쓰는 예식용 모자인 족두리는 몽골 여인들의 외출용 모자였다고 한다), 큰 틀의 변화가 없이 저고리의 길이나 치마의 시작 위치가 달라지는 식으로 계속 계승되어 왔다. 2300년이 넘

문화 | 김상수 기자 | 2015-01-01 12:12

우리대학 학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캠퍼스에서 보낸다.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고, 도서관에 앉아 과제를 하다보면 어느새 하늘이 깜깜해진다. 깜깜한 밤이 되면 학생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을 자러 하나 둘씩 기숙사로 발을 향한다.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로 가는 야심한 밤에 캠퍼스를 벗어나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바로 기숙사 밖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다. 우리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기숙사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시적 또는 영구 퇴사를 당하여 자취를 한다. 다른 일부는 기숙사 생활이 맞지 않아서 자취를 선택한다.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대학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의 삶은 어떤지 알아보자.먼저, 학생들이 자취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기숙사 사생수칙을 어겨 퇴사 당했기 때문이다. 기숙사의 사생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학생들에게 벌점이 주어지고 1년 동안 누적된다. 누적된 벌점의 정도에 따라 교내 봉사부터 영구 퇴사까지의 징계를 받게 된다.포항공대신문은 기숙사 사생수칙 위반으로 캠퍼스 밖에서 살고 있는 A군과 B군을 인터뷰했다.Q. 기숙사 밖에 살면서 어떤 불편한 점이 있는지. A군:

문화 | 최태선 기자 | 2014-12-03 07:19

총학생회장단에 출마한 계기는.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출마했다. 28대 총학생회에서 서기와 총무의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많은 사업이 진행된 것과 별개로 실질적으로 학우들 참여가 저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우들의 불만들을 받아 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출마를 결심했다.또한, 총학생회의 본질적인 역할 중 하나인 학우들의 진정한 대의 수렴을 할 수 있는 그런 총학생회를 만들고 싶었다.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개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소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소통하려는 자세이고, 두 번째는 소통의 방법적인 측면이다. 지금까지의 총학생회는 전자에 신경을 써왔지만 이번에 우리는 첫 번째는 물론 두 번째에도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 포스비, 포비스 등을 통해서 총학생회와 학우들이 소통해 왔지만, 한계점이 분명 존재했다. 이번 총학생회는 카카오톡의 높은 접근성을 활용하고자 한다.구체적으로 말하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옐로우 아이디를 만들 것이다. 아이디를 만드는 것은 무료지만, 전체 문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한 건당 11원이 소비된다. 그래서 약 1,300명 학부생 중 옐로우 아이디와 친구인 800명 정도를 대

문화 | 최재령 기자 | 2014-12-03 07:18

문화, 소통 공약 어디까지 이행됐나△‘즐겨樂(문화)’ 테마 공약 사업 중 ‘상상을 공유하라’는 ‘너도 나도 학교문화 기획자’와 함께 학생 세미나 ‘생각 놀이터’의 모습으로 학우들에게 다가왔다. ‘생각 놀이터’를 통해 학우들은 ‘커스텀 디자인 특강’, ‘사진 촬영 특강’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으며, 매회 새로운 주제로 꾸준히 열리고 있다. ‘동아리를 수월하게’의 경우 방학 중 동아리연합회 잔류 인력 증원과 동아리 백서 발간 등으로부터 행정적 지원이 더 늘어 동아리 운영에 수월성이 함께했다. 하지만 ‘Play with 유학생’, ‘행사를 다 함께 즐기자’에는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동아리 연합회와 기숙사 자치회에서 ‘DICE’동에게 신경을 쓰긴 했지만, 우리대학 내부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과 가을 축제도 예년에 비해 뚜렷한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함께해樂(소통)’ 테마 공약사업 중 ‘온라인으로 소통하자’에서는 ‘PoU 사이트의 보수, 발전’을 계획한 만큼 최근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기존의 PoU 사이트를 보수하는 방법이 아닌 새로운 커뮤

문화 | 신용원 기자 | 2014-12-03 07:17

해방 직후 혼란기의 충청도 이리 기차역, 열네 살 소년과 아홉 살 누이가 매일같이 나와 아버지를 찾고 있다. 만주에 살다가 해방을 맞아 내려왔다는 이 오누이는, 농사일을 찾아 막연히 목포행 표를 구한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기차를 탔다가 대전역에서 그만 둘만 남게 되었다. 어머니와 막내 동생은 만주에서 나올 때 사고로 죽었고, 배다른 형은 그 전에 집을 나가고 없는지라, 갈데없이 고아가 된 터이다. 역전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기 한 달, 기차 안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이 모아 준 돈도 다 떨어지고 해서, 마침내 오빠 영호는 여관의 ‘끌이꾼’으로 동생 영자는 다른 집의 애보기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네 달이 흘러 영호가 동생과 함께 살 방을 구하고자 마음을 먹는 것으로 이야기가 종결된다. 와 로 유명한 채만식의 유고작 (1949년 탈고, 1972년 발표)의 개요이다. 물론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잡아 두자면 좀 더 많은 사항이 부각된다. 아버지 오 서방의 내력과, 영호 남매의 친모인 둘째 부인의 내력 및 오 서방과의 만남이며 이들이 만주로 떠나게 되는 사정, 힘들게 생활터전을 잡아가는 만주에서의 생활, 해방 소식에 술렁이는 만주의 한인들과 귀국 여정의 고난

문화 | 박상준(인문학부) 교수 | 2014-12-03 07:08

집, 회사, 집, 회사, 집... 요즘 따라 날씨도 정말 좋은데 하루 정도 다른 곳에 가면 좋겠다. 지금까지 바쁘게 생활했는데, 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별로다. 그저 새로운 환경에서 밥을 먹고 잠도 자면서 여유롭게 있고 싶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여유, 바로 캠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캠핑 열풍이 불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로는 2010년 60만 명이던 국내 캠핑 인구가 2013년 130만 명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30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2008년 200억 원이던 국내 캠핑사업 규모가 2013년 4,5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달 16일 캠핑 아웃도어 진흥원은 올해 6,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즉, 캠핑 인구는 4년 만에 5배, 캠핑사업 규모는 6년 만에 30배 정도 불어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캠핑 열풍이 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민 소득 증가와 더불어 주 5일 근무제 및 초ㆍ중ㆍ고 주 5일 수업제의 시행이 캠핑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전과 대비해 주말 전부를 가족과 여가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캠핑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효율성ㆍ편의성ㆍ기능성 등을

문화 | 최재령 기자 | 2014-12-03 07:08

우리대학의 학생들은 오며가며 많은 간식을 매점에서 구매하곤 한다. 후식은 물론이고 급한 경우 식사, 간식을 사먹기도 하고 몇 가지 생필품을 사기도 한다. 학생 생활의 일부가 된 매장에 하루 종일 학생들이 찾아오는 이유이다.복지회에서는 어떤 제품을 취급하며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일지, 또 어떤 시간대에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았다. 통계에 이용한 데이터는 이번 년도 10월 1일 0시부터 10월 31일 23시 59분까지의 시간 동안 판매된 모든 항목을 집계하여 활용했다. 먼저 학생회관 매점은 725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은 4,4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매출 수량 기준으로 다양한 빵 종류(기린빵, 2,000원 빵 등)가 1,000개 이상 판매됐다. 응급 밴드를 비롯한 의약품과 몇몇 종류의 담배, 그리고 다양한 가격의 빵은(44개 품목)은 한 달간 단 한 번도 판매되지 않았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의외로 김밥과 바나나우유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지곡회관 매점은 2,107가지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207개 품목은 한 달간의 판매고가 0이었다. 한 달간 1,000개 이상이 팔린 물품은 주로 빵 종류이나, 500

문화 | 김상수 기자 | 2014-11-19 10:29

주말과 강의가 없는 날일수록, 혹은 과제를 폭풍처럼 해치우는 깊은 밤, 배가 신호를 보낸다면 때 아닌 야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우리대학 학생들은 배달 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포스로이드(Posroid)를 켜거나 포스텍 기숙사자치회 홈페이지에서 배달 업체 번호를 찾곤 한다.기숙사자치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대학에는 81곳(일식수제돈까스와 한빛 도시락은 없는 번호)의 업체가 성업 중이다. 이중 가장 많은 업체가 취급하는 음식은 치킨이다. 주로 오후 2시 이후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치킨 판매업의 특성상 야식에 대한 소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기타 업체별 비율과 시간대별 영업 업체 수는 표 참조). 다만 2시 이후에 영업하는 업체는 거의 전무했으며, 오전 10시 이전에는 어떤 업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중화요리 업체는 주로 점심, 저녁을 기준으로 영업을 하지만 피자, 족발, 보쌈의 경우 훨씬 더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많은 학생들이 정보를 얻는 기숙사자치회 홈페이지는 시간에 따라 영업하는 업체를 자동으로 표시해주고 배달 업체를 이용해본 학생들이 댓글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업체들과의 소통까지 가능해 인기가 높다.하지만

문화 | 김상수 기자 | 2014-11-19 10:2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쓴 소설 이름이다. 이 소설은 신의 명령에 따라 한 산모(産母)의 영혼을 취하러 내려온 천사 미하엘이 명령에 불복, 지상으로 추방당한 뒤 인간에 관한 비밀 세 가지를 풀고 난 후 천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에 관한 비밀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마지막 비밀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톨스토이의 대답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인간에 고유한 질병이었다. 그것은 신의 질서, 조화롭지만 동시에 빈틈없이 작동하는 냉정한 우주의 질서를 거슬러 인간 공동체가 고안해 낸 사회적 연대의 다른 이름이었다. 천사 미하엘이 인간의 사랑을 알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는 천사였기 때문에 신이 만든 냉정한 자연 질서 아래서 산모가 죽으면 아이 역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추위에 얼거나 굶어서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산모의 영혼을 취하는 순간 아이도 죽을 것이기 때문에 미하엘은 신의 명령에 불복하지만, 막상 지상으로 추방당한 후 그가 확인한 진실은 달랐다. 인간은 신적 질서와는 다른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한 동물이었다. 그들은 공동체를 만들어 당연히 굶고 얼어서 죽었어야 할 아이들을 살려냈다. 양육하고 교육하여 훌륭한

문화 | 차원현 /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 2014-11-19 10:25

제주도의 월정리 해변가에는 오후 여섯 시면 문을 닫는 카페가 있다. 그날도 아쉽지만 늦은 방문 탓에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는 듯, 여행길에 오른 순간 그토록 철저하게 짰던 계획들은 말없이 틀어지고 만다. 주인은 그저 웃으면서 영업이 끝났다는 말 대신에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을 한다. 카페 바깥으로 나와 아쉬운 마음에 서성거리다가, 문득 문패처럼 써놓은 문구를 보았다. ‘진실은 가라앉지 않는다.’ 노란리본 대신에 배의 그림과 함께 새겨놓은 글귀였다. 개인적으로 지친 심사를 달래고자 찾은 여행길에서, 더욱 고민해야 할 난제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비단 세월호 참사만이 아니다. 윤일병의 사망에 얽힌 사연만도 아니고, 어느 여군의 죽음의 배후에 놓인 일만이 아니며, 여기저기서 거론되지 못한 채 지금도 숨죽이고 있는 그 누군가의 일만이 아니다. 진실은 어느 순간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누가 무책임했고, 부조리 했는지를. 무엇보다 동 시대의 인간들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치졸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매체를 통해, 모종의 공모 속에 반윤리적인 행태가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비겁한 자들이 속이 빤히

문화 | 노연숙 / 인문 대우조교수 | 2014-11-05 20:12

서양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카페의 역사는 짧다. 1895년 고종이 초대 러시아 공사였던 웨베르의 처형 안토니에트 존타크로부터 처음으로 커피를 접하고서 얼마 동안 커피는 궁중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 후 손탁이 1902년 정동의 손탁호텔 안에 ‘정동구락부’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茶房)을 열면서부터 궁궐 밖에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시간이 흘러 1920년대부터 다방이 하나 둘 생기면서 일반 대중들도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1920년대 다방은 서양의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였으며, 커피는 모더니즘의 상징이었다. 1930년대에는 다방이 더욱 대중화되어 골목마다 쉽게 다방을 발견할 수 있었고, 다방이라는 이름도 다실, 찻집으로 바뀌어 불리면서 서민들의 쉼터 역할도 함께 했다. 1960년대는 전후 도시 재건에 따른 건축붐에 따라 빌딩이 많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다방은 휴식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했으며, 1970년도에는 음악다방도 등장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쳐 가면서 다방은 커피숍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분위기 또한 현대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커피가 단지 기호식품이 아닌 고급 감성

문화 | 오준렬 기자 | 2014-11-05 20:12

어떤 이들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다. 그런 이들은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라는 요구를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개인의 생존만이 중시되는 세계에서 어차피 타인이 고통을 받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택(Susan Sontag)의 말처럼 타인의 고통이 스펙터클한 구경거리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르면, 이제 타인이 겪는 재난이나 사고,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고통)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게임이나 영화가 되고 만다.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들은 어떤 식으로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프리카 오지의 한 아이가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다면 그것은 나의 소비 지향적 삶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인간은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긴밀한 관련성을 인식하고 타인의 고통을 마주함으로써, 또한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윤리적이 될 수 있다. 위화의 『인생 』(1992)을 읽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

문화 | 김원규 / 인문 대우조교수 | 2014-10-15 07:12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해 국제 운송을 통해 받는 쇼핑 방식, ‘해외직구’가 최근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만원이 넘는 배송비가 드는 해외직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지난 9월 28일 세 명의 대학생들이 과자 봉지 150여 개로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과도한 질소 포장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과자 업계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전한 사례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같은 제품이지만 해외 판매가가 더 저렴한 경우가 있어 ‘어떻게 운송비와 관세가 붙고도 더 쌀 수 있느냐’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관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해외직구로 통관된 물품은 1,116만 건, 1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1~4월의 경우에는 지난해 동기보다 반입량이 52%나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온 물품이 74%로 가장 많았고, 중국, 독일 등이 뒤이었다. 종류별로는 의류*신발이 27%로 가장 많고 건강식품 14% 등이었다.해외직구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배송 방법에 차이가 있다. 직배송은 쇼핑몰에서 한국으로 직접 국제 운송을 통해 물건을 보내는 방식이고, 배송 대행은 쇼핑몰에서 같은 국가의

문화 | 최지훈 기자 | 2014-10-15 07:12

우리대학은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기숙사를 벗어나서도 연구실이나 강의실로 향한다. 다른 대학에 비해, 학교에 잔류하는 시간이 압도적이다. 그 압도적인 시간 속에서 포스테키안은 항상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는 곳 이외의 장소는 잘 알지 못한다. 정작 학교의 볼거리나 자랑거리는 모르기 십상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등잔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졸업하기 전에 한 번쯤은 가볼 법한, 그리고 자랑하기에 좋은 명소는 어디가 있을지 알아보자.먼저, 우리학교의 명소로 ‘재당나무’를 들 수 있다.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사실 포스테키안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나무이다. 이 나무는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동문으로 내려오는 길에 위치해있다. 수령이 약 500년이 된 이 소나무는, 약 15m나 되는 그 거대한 자태로부터 뿜어나오는 분위기가 제법 엄숙하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있어 많은 학우들이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우리대학 소유인 이 나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나무부스러기는 제사에도 사용하며, 관리여하에 따라 동네의 길흉을 알려준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초등학교 소풍

문화 | 김현호 기자 | 2014-09-25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