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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기 부담될 정도로 부리부리한 눈빛, 거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표정, 지난 4월 30일 정통연 중강당에서 있은 “도올의 논어 이야기” 녹화현장에서 본 도올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도올 김용옥씨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서 대만과 일본에서 석사 학위, 하버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중에 다시 원광대에서 한의학을 공부를 하는 등 남다른 정력과 열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가 손 댄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의 논어나 노자에 대한 강의가 방송 매체에서 소개되고 특유의 달변과 행동이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많은 지지자가 생겨났지만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에서부터 시작된 도올 비판 역시 많은 지식인의 지지를 받으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학계 엘리트라 자부하면서도 사회나 철학에는 일반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포항공대생들에게 도올은 어떠한 시각으로 비춰질수 있을까? 강연 주제는 ‘과학, 생명, 논어’였다. 그는 21세기는 분명 과학의 시대이며 그 주역은 과학자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스스로가 시대의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하며 시대의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5-09 00:00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는 소설에서 사람들이 꺼리게 되는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흔히 장편소설을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한 권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섯 권, 열 권씩 늘어지는 책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고, 읽을 시도조차 선뜻 하지 않는 것을 나는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지금 소개하려는 이 책, 토지에 대해서 짧게 소개한다는 것조차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무려 16권이나 되는 이 책-권당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음을 쉬이 알 수 있다-을 그 길이에 압도당하지 않고 선뜻 읽을 수 있게 소개한다는 것 또한 어이없는 짓이라 겁이 난다. 하지만 첫째로 재미있었고, 둘째로 감동적이었고, 그 외 에도 복잡한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지게 해준 이 책을 나는 용감히 소개하겠다. 그 전에 먼저 덧붙여둘 것이 있다. 나는 토지가 우리 문학사적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고 가치가 있고 하는 것들은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는가, 나는 단순히 그것만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그럴 수밖에 없음)임을 당부해 두고 싶다. 토지는 평사리를 중심으로 마지막 후손이 된 서희와 그 일가, 그 마을사람들의 삶을 일제시대

문화 | 강향주/ 생명 2 | 2001-05-09 00:00

A: 그 머스마가 니 마음에 안등다 그 카드나? 계속 꼬시보지? B: 만다꼬... (한숨을 쉬며) -가 만든 국어사전중에서“만다 그라노? 만다꼬?”= “What’s up? What’s going on?” ‘왜 그래?’ , ‘그럴 필요가 있을까?’, ‘쓸데없는 짓 한다’ 정도로 해석가능하다. 화들짝 놀란 척, 걱정하는척하며 안면부를 약간 찡그리거나 목소리를 귀엽게 질질 끌면 걱정의 강도가 더욱 깊어진다. ‘만다꼬’ 뒤에(!) 표가 붙으면 ‘다 부질없다’ 라는 극단적 해석도 가능, 실제로 사랑의 아픔을 이 한마디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 땐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 엄청난 흥행과 함께 부산사투리를 정겹게 만들었다. 의리, 우정만 있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었던 그 때 그 시절의 향수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에 뒤를 이은 향수시네마, 그렇다면 “내가 니 시다바리가?” 라는 명대사를 넘어 가 던져주는 화두는 무엇일까? 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최근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남겨줄 건 하나의 단어다. 바로 ‘그리움’ 이다.”그리움의 마케팅 / 혜은이, 패티김, 조용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이름이지만 요즈

문화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2001-05-09 00:00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업을 위해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며 지나다니게 되는 학생회관. 여기에는 여러 학생 자치단체 사무실과 동아리방 등이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각 층의 홀은 동아리 및 여러 모임의 단골 이른바 학생들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작년부터 야간 관리를 맡고 있는 김병수 씨를 만나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편한 일은 아니죠. 사람이 밤에 일하고 낮에 자면 몸이 축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잖아요. 야식으로 컵라면 하나 먹고 하긴 벅찬 면이 있죠.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얌전하고 착해서 한결 수월해요” 군대에서 최전방 경계를 서면서 100km 행군도 해봤다는 김병수 씨는 이곳의 경비를 맡으면서 그때 만큼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제가 맡는 구역이 공학 4, 5동과 학생 회관인데 밤에 몇 번 순찰하는 게 생각보다 큰일이더군요.” 라는 말과 함께 물집 잡힌 발바닥을 보여주며 웃는 그를 보며 우리 아버지 세대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학생회관에 도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작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회관에서 술 먹고 뒷정리를 잘해 주었으면 좋겠어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4-18 00:00

방도시에 탐방대 선발시 우리 아프락사스 팀이 응모한 주제는 Bioinformatics였다.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공부할 여건도 리더도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극히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여행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외국으로의 장기간의 여행을, 그것도 전혀 아는 사람 없이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 모두 바쁜 학업 일정으로 교수님들께 연락하고 스케줄을 짜고 논문을 읽고 질문을 준비하는 것 이외엔 그곳에 어떻게 가서 살아남을 지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아무런 방비책도 없이 무작정 떠났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언니는 우리에게 ‘용감하다’면서 기내에서 제공되는 포크와 나이프를 휴지에 싸주었다. 우리처럼 준비 없이 가다간 막상 도착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 포크와 나이프가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언니의 조언(?)은 충분히 우리를 긴장시켰고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첫 목적지였던 santa cruz는 한국인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인조차 마주하기 힘든 곳이었기에 힘겨움은 한층 버겁게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간 UCSC에선, 교수님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았다. Bi

문화 | 김혜진 / 컴공 석사 1 | 2001-04-18 00:00

도서관 입구를 들어서서 바로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대출실이란 곳이 있다. 대출과 반납, 멀티미디어 자료관리 등 포항공대인이라면 한 번 쯤은 들러보았을 이 곳은 도서관 이용자들의 접촉도가 제일 높은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대학 설립 초창기인 지난 87년부터 근무하고 있는유상진씨를 만나보았다.“참 정신없이 바빠요. 지난 2월 명예퇴직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람이 많이 그만두어 그런지 요즘은 밤늦게까지 일할 때도 많아요. 10명이 일하던 것을 6명이서 해야 하니까요.” 정리해고 바람이 포항공대라고 피해가지는 않는가 보다. “연봉제, 성과급 등 예전에 없던 제도가 생겨나는 바람에 자기 개발에 힘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네요. 부담이 되긴 없지만 어쩔 수 없죠” 라고 말하는 유상진씨는 자신도 도서관에 출입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 영어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예전과 요즘의 학생들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제가 처음에 포항공대 왔을 때는 사람도 적고 해서 그런지 대개 친밀한 분위기였어요. 학생들 얼굴도 거의 다 알고 서로 인사도 반갑게 하고 통집에서 만나면 술을 같이 먹기도 했죠. 특히 축제 때는 옛날이 확실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3-28 00:00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www.soribada.com)의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을 둘러싸고 ‘오프라인’상의 음반산업협회와 ‘온라인’상의 네티즌들 사이에 대립과 충돌은 갈수록 거세어져 가고 있다. 정보의 공유라는 인터넷의 기본적 의의 차원에서 네티즌 입장과 저작권 침해라는 법적 대응으로 맞서려하고 있는 협회 입장은 서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미국음반협회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냅스터를 제소한 사건에서 협회측 손을 들어줬으며 항소에서도 역시 음악파일 배포중지 명령을 내렸다.우선 소리바다가 ‘저작권 침해의 범법자인가, 정보의 자유화를 이끄는 전도사인가’에 대한 답은 접어두고서라도 정보공유에 대한 문제는 항상 ‘Copyright’라는 현실적 대응과 팽팽히 맞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정보의 공유에 관하여 Copyright에 반하는 Copyleft는 쉽게 말해 Copyright를 반대하는 주의에 서있는 입장이다. Copyright의 ‘right(권리)’를 풍자하기 위해 그리고 반대하기 위해 사용한 ‘left’라는 단어는 저작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원문의 내용을 크게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배포와 이용

문화 | 곽근재 기자 | 2001-03-28 00:00

이 영화는 흡사 촌부(村婦)의 궁상스런 자식자랑을 연상시킨다. 논 팔고 소 팔아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며 고생고생 공부시켰더니 요번에 서울 대기업에 취직했다 어쩌구 하는… 물론 이 영화는 젊은 관객의 짜증을 유발할만한 청승맞음 대신 세련되고 때로는 단호한 화술로 진행되는 현명함을 보인다. 예컨대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흘러나오던 The Clash의 경쾌한 펑크 은 시대의 암울을 볼모로 우리의 눈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발랄함은 그것이 소년 빌리의 시선에서 관찰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 덕분에 그 장면은 탈현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11세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와 형이 밖에서 벌여야 하는 몸싸움과 곤봉세례의 의미와 원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혹은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카메라가 형과 아버지의 세계, 현실의 세계에 포커스를 맞추면 영화는 여지없이 신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한다. 동료를 배신하고 탄광으로 향하는 아버지가 형과 뒤엉켜 통곡을 하는 장면은 언제 손수건을 꺼내야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강요라는 신파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현실과 탈현실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는 솜씨는

문화 | 이재윤 / 생명 4 | 2001-03-07 00:00

작년 12월 타계한 미당 서정주를 뒤따르듯, 운보 김기창도 올해 1월 말 유명을 달리했다.한 사람은 한국 시단의 거목으로서, 한 사람은 우리나라 화단의 거장으로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인물들이다. 미당은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표출함으로써 그 이름을 떨쳤고, 운보는 귀머거리란 장애를 딛고 청록산수, 바보산수 등의 독자적 예술 영역을 개척하며 남긴 2만여점의 작품을 통해, 동양화와 서양화의 이분법을 초월한 한국화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더 이상의 미사여구가 붙을 수 없을 만큼 이토록 칭송을 받는 이들의 이름에도 항상 따라붙는 오명(汚名)이 있으니, ‘친일 예술인’이 바로 그것이다.혹자는 그들이 일제 하에서 어떤 행동을 했던 간에 그들의 예술성과 업적이 그것을 덮을 만큼 뛰어나다고 칭송하기도 한다. 혹자는 예술은 예술이고 정치는 정치라고 한다. 그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고, 그들의 장점은 나름대로 우리가 지켜보고 평가해주어야 하며, 거기에는 어떤 시비도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제 치하에서 부역을 했던 인사들의 공통된 변명이 있으니, 김 기창 스스로 말했듯이 “평범한 인간이면 누구나 환경의 지배를 받게

문화 | 박정준 기자 | 2001-03-07 00:00

아래의 단어를 듣고 어떤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수 있을까? 서기 2080년의 하늘을 나는 1935년산 비행기와 같은 이름의 Swordfish, 화성태생의 주인공, 수배범 사냥꾼, 위상차 게이트… 이런 단어들로 설명이 부족하다면 담배연기 자욱한 바에서 버번을 시키는 남자, 기억속의 여자, 권총, 차이나마피아… 이런 단어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한 사람이 되어서 직접 대입이 되는 일인칭의 글은 개인을 계속해서 자기 내부로 잠기게 한다.외부 감각을 통해 얻는 모든 것은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 그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그런 느낌을 전달해주고 그것은 우리에게 처음의 이질감보다는 마지막의 동질화를 통해 기억에 남는다. 비밥의 등장인물은 우리들이 그 중의 하나에 동질화 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에 더욱 남는 애니메이션이 될지 모른다.한 편의 사실적인 소설과 같은, 그러면서도 너무나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 네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개 그리고 그들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연주를 해낸다. 제목이 너무 잘 어울린다. 비밥. 재즈에서만의 비밥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인물에서, 설

문화 | 장문수 / 전자 4 | 2001-02-14 00:00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매우 낯설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그들에게 ‘한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88년 서울 올림픽과 한-중 축구전에서 ‘공한증’을 불러일으키는 공포의 대상 정도였다. 90년대 말, 이러한 인상에 문화적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하면서 ‘한류(韓流)’라고 불리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한류란 ‘한국의 음악, 드라마, 패션 등의 대중유행문화가 중국에 매섭게 파고들고 있다’는 뜻으로, ‘한류(寒流)’와 동음이의어이다. 이 신조어는 클론 H.O.T 등의 북경 콘서트 대성공으로 중국 언론에서 ‘한국음악’과 ‘한국 문화’를 대신하는 말로 통용되었으며, NRG와 안재욱 등의 공연을 계기로 중국의 매스컴을 온통 새까맣게 뒤덮기도 했다. 물론 안재욱 같은 케이스는 운이 좋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의 한류 열기는 시기적으로 모든 것이 딱 들어맞은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아시아의 유명매체들이 시청률과 신선함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한국 오락’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한국 예술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 이어 발빠르게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어권 가수들의 한국어 번안곡이었다.

문화 | 손성욱 기자 | 2001-02-14 00:00

지난 1월 우연히 기회에 한일문화교류 기금의 지원을 받는 일본여행을 하게 되었다. 한일 문화교류기금은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을 초대하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만들어진 기금이다. 나로서는 문화의 이해라는 차원에서 공학도로서라기 보다는 고적답사회라는 동아리의 일원으로 일본의 땅을 밟게 되었다.2001년 1월 7일 드디어 해외로의 첫발을 내딛는 날이 되었다. 그 첫 해외라는 곳이 일본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지만, 참 우연히도 기회가 일본이 먼저 오고야 말았다. 긴장감과 기대 속에 일본 나리따 공항에 도착. 그런데 입국 수속은 의외로 쉽게 끝나고, 지하철을 타다가 몇번인가 해메이다가 숙소에 도착한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일본어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도, 이국에 대한 신기함, 궁금함이 샘솟음 치는 나 자신을 느끼며, 피곤한 하루를 접었다.하지만 다음날부터는 헤매임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고 일본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의 일행들은 길을 찾아가는 것조차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겨우 사람을 잡아서 물어 보아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영어도 써보지만, 우리가 하는 영어를 일본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뿐더러, 그들이 하

문화 | 천승태 / 전자 4 | 2001-02-14 00:00

“사람들은 현실보다는 허구적인 가상의 공간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현실이란 공간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다큐멘터리스트 이흰샘 씨는 독립영화를 가깝게 느끼는 현실을 잠시 물러나 보게 하고 멀게만 느끼는 현실을 다가서 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더 나은 자신과 사회를 위해 꿈꾸게 하는 영화라고 정의한다. 그 중에서도 독립 다큐멘터리는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카메라를 통한 세상 읽기의 대표주자가 되어 왔다. 다큐멘터리를 다른 부류와 비교한다면 시류에 편승하거나 주류적 믿음에 영합하기를 거부하는 진보 세력에 부합하고, 뿐만 아니라 딥 포커스, 들고 찍기, 길게 찍기 등의 촬영 기법에서나 그 자체가 지닌 목적에서나 다큐멘터리는 리얼리즘과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소속 어머님과 아버님들의 일상과 투쟁을 담은 ,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투쟁을 담은 , 4.3항쟁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이야기하는 , 그리고 에바다 농아원생들의 피눈물나는 투쟁을 그린 에서는 그늘에 숨겨져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 드러난다. 폴·로다가 ‘기록영화론(1935)’에서 “다큐멘터리가 노리는 바는

문화 | 김혜리 기자 | 2001-01-01 00:00

‘잃어버린 기억’이 그리운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5. To treno fevige stis okto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네.11월은 당신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리.이제 밤이 되어도 당신은 비밀을 품고 오지 못하네.기차는 8시에 떠나고 당신은 역에 홀로 남았네.가슴 속에 아픔을 새긴 채 안개 속에 5시에서 8시까지 앉아만 있네누군가가 나에게 주고 간 이 책은 내가 갓 대학에 들어와 적응을 해 나갈 무렵, 아직은 생소한 기숙사 방에서 꽤나 진지하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그리고 그 내용을 그렇게 떠올릴 때면 그때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이 나의 이 책에 대한 ‘기억’이다.주인공 하진은 성우다. 그 스스로는 ‘이름도 없고 애칭도 없고 의미있는 행동을 찾아내지도 못하는 익명의 내 목소리’라고 말한다. 그녀는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과거를 덮고는 살 수 없다’ 라 하면서 자신은 그 과거를 억지로 잃어버리고는 그 잃어버린 ‘과거’로 인해서 현재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하진. 그녀의 주위에는 아픔을 겪은 조카, 혼자 살면서 언제나 그녀가 찾아가서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

문화 | 조은영 / 화공 2 | 2001-01-01 00:00

주린 배는 과자로, 목마름은 하얀 눈으로 달래며 오른 노고단은 우리에게 지상에서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객관적으로는 짧고 박한 우리의 인생을 주관적으로는 풍성하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그리고 그 여행을 혈기 넘치고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날에 많이 행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인생에서 귀족과도 같은 위치를 누리는 자가 아닐까. 그많큼 우리는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출발하기 전에 설레임과 도중에의 즐거움은 둘째로 두고서라도 말이다. 이런 행운을 누리기 위해서 모두들 거리로, 거리로 나올 황금같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전국에서 솔로 남녀 4인이 모이게 되었다. 목표는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저 낭만으로 똘똘 뭉친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은 그간의 여행으로 이미 가슴 속에 새겨질만큼 새겨져 있건만, 왜 출발전에는 그렇게 즐거운지 모를 일이다. 아마 여행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자유와 자연의 향기 등이 나의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행들이 먼저 도착한 장소는 화엄사 입구. 당초 일정으로는 노고단 산장에서 1박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오후 늦게나 도착해서 그만 근처 한 민박집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자들의 단장

문화 | 유종수 / 물리 3 | 2001-01-01 00:00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과 속도있는 굵은 선에서 나오는 강렬함은 보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이중섭. 중학교 미술책에 나왔던 흰 소라는 작품때문인지 그의 이름 석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이름만큼이나 그의 그림들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오며,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꼽는다 하여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순박하다. 그다지 화려한 색채를 쓰지 않는데다가 선들도 날카롭지 않고 대개 둥그스레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데다 속도있는 굵은 선에서 나오는 강렬한 느낌마저 주어 보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중섭은 평남 대지주의 아버지와 민족자본가 집안의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여의면서 그의 고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많은 그림을 그렸음에도 변변한 종이를 살 수 없었으며 일본인 아내와 아들들과 생이별을 한 채 병원에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홀로 쓸쓸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기구한 생애를 산 이중섭의 그림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것일까. 소를 소재로 그린 그림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것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란 분명히 그에게 단순한 소 이상의

문화 | 이혁순 / 산업 2 | 2000-12-06 00:00

우리 학교 학생 중에 통나무집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행사의 뒷풀이 장소이자 친구들과 함께 잠깐 들러 시원한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서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항공대만의 최고 명소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 곁에 가까이 있는 통나무집에서 주방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옥희씨를 만나보았다.김옥희씨는 91년부터 시작해 통집에서 벌써 10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 2월에서 3월 사이 한달간 지곡회관 야식장의 근무조장으로 일한 적도 있지만 그 외에는 줄곧 통집에서만 일한 터줏대감이다. 그의 일과는 오후 4시 30분 출근으로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통집에서 판매되는 각종 안주의 재료와 식기를 준비하고는 잠깐 저녁식사를 하고 바로 손님맞이 준비에 들어간다. 현재 통집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 모두 네 명으로, 각기 안주 준비와 식기 세척 등으로 눈코뜰 새 없게 된다. 물론 근로 학생들이 도울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방 내의 업무를 네 명이서 모두 처리해야 하므로 상당히 바쁘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덧 통집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 온다. 예전엔 12시까지였지만 근

문화 | 손성욱 기자 | 2000-12-06 00:00

지난 시대 비해 대학문화 정체성 잃고 있는 현실포항에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문화 여건의 열악’이다.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학창생활을 보내는 친구들의 생활과 지방 중소도시에서 사는 우리의 생활을 비교하다보니 그 빈곤감은 더욱 커지고, 대학내의 캠퍼스 속에서의 생활에서도 문화란 것을 느껴보기 힘들다보니 더욱 그러하다고들 한다. 사람의 인성은 문화속에서 더욱 성숙해져 간다. 문화가 있어야 사람들은 지적, 예술적 자극을 끊임없이 접하게 되고, 그 자극들이 성숙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그 어느때보다 이런 자극에 민감히 반응하고 그 자극들로 정신을 풍요하게 살찌울 수 있는 우리 또래의 젊은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인 포항공대가 가져야 할 문화, 즉 ‘포항공대의 대학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한국에서의 대학문화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인 70년대 학번들은 군사독재의 그늘아래에서 ‘낭만’을 자족삼아 대학생활을 보냈고, 우리들의 형, 누나들인 80년대 학번들은 ‘참여’를 기치삼아 그들의 젊음을 불태웠다. 우리들 중 대다수가 속한 90년대 이후 학번들의

문화 | 박정준/화학 석사 1 | 2000-12-06 00:00

바흐의 진가를 더욱 빛나게 하는 글렌 굴드의 연주바흐(J. S. Bach)는 운이 좋은 작곡가였을지도 모른다. 그와 그의 작품들은 당대에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했건만 100년이 지나서야 그의 음악들을 알아보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초의 인물은 바로 천재 멘델스존! 아마 이 순간 그의 작품들은 이미 현재의 위치를 보장받았을지도 모른다. 천재가 초연한 작품은 ‘마태수난곡’으로서 지금은 인류사의 가장 위대한 창작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세기에도 바흐의 두 작품들이 두 어린 천재에 의해 재조명되었는데 바로 카잘스(Casals)의 ‘무반주첼로조곡’ 발견과 굴드(Gould)의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녹음이 그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각 작품의 진면목을 이미 ‘10대’의 나이에 진정으로 인식했다는 점과 이를 ‘처음’으로 완벽하게 연주했다는데 있다. 그럼으로써 동시대 대가들에게 곡의 진가를 이해시켰으며 이들로 하여금 그들을 따라 앞다투어 이 위대한 작품들을 녹음하게 만들었다. 반면 이들의 차이점이라면 무반주 첼로 조곡은 카잘스(EMI) 이후 그에 필적할만한 여러 명반들이 있는데 반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경우 아직 굴드의

문화 | 전재형 / 물리 석사 1 | 2000-11-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