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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선선한 봄밤, 학생회관에서 폭풍의 언덕으로 넘어가는 잔디밭에는 봄밤처럼 편안한, 은은한 기타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박수에 멋쩍어 머리를 긁적이다가도 연이은 ‘앵콜’에 눈을 지그시 감고 곡에 심취하는 클래식 기타 매니아 ‘황준호(수학 석사 2)’학우였다.그가 클래식 기타를 접하게 된 건 중학교 때 동네에 있던 교습소에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서라고 한다. 원래 음악을 좋아하지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어 불만이던 그는 친구들의 “7개월만 배우면 된다”는 말에 넘어갔다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황당한 얘기죠”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미 10년 넘게 기타를 ‘배우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중, 고등학교 때는 손톱을 깎았다가도 다시 악기 잡고 하길 반복했죠.” 연주를 위해서 손톱을 길러야만 하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에게 ‘손톱을 깎는다’는 말은 곧, 악기를 그만 둔다는 의미이다. “고3 때는 어머니 눈치보느라 소리가 안나게 현에 휴지를 두르고 연습한 적도 있어요.” 그만큼 그에게 클래식 기타는 도저히 때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대학에 와서는 실력있는 선배들이 많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우리 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 ‘클라타’에 가입했는데, 도리어 특별

문화 | 김정묵 기자 | 2001-10-10 00:00

한국 미술에 있어서 아트 선재 미술관, 아트 선재 센터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고전 미술을 대표하고 있는 경주에 설립된 현대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보수적인 인사동에 세워진 실험성 강한 아트 센터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중 먼저 세워진 아트 선재 미술관은 지난 91년 정희자 씨 개인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개관한 이래 경주의 미술 문화를 이끄는 대선배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아트 선재 미술관은 지난 10년간 ‘한국 현대미술 초대전(‘91), ‘워홀과 바스키아의 세계’(‘91), ‘세기말의 예술’(‘97) 등의 전시회 및 워크샵을 통해 예술 기반이 취약한 경주에 새로운 미술의 조류를 소개하기도 하였고, ‘전통과 오늘의 작품전’(‘95)를 통해 전통미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여 주기도 하였다. 또 ‘일상의 신화’라는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지역 작가들의 전시공간을 만들어주는 등의 한국의 새로운 작가 발굴작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국내보다는 국외 작가 중심으로 많이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아트 선재 미술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윤형근, 심문섭전(展)’은 지금까지 이러한 아트 선재의 역할이 조금은 변

문화 | 문재석 기자 | 2001-10-10 00:00

“한 벌에 200만원 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 레이블을 입고 30만원 짜리 발리 구두를 신고 400만원 짜리 카르티에 손목시계를 찬 채 1만원 짜리 커피를 마시며 3천만원에 사기로 한 ‘김환기’의 그림에 관해 담소를 나누며, “헤어스튜디오에서 머리를 한 뒤 1만원을 팁으로”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한 잔에 2만원 짜리 포도주를 곁들여 5만원 짜리 퓨전식 가자미 요리로 식사를 하는” 그런 입맛을 가지고 있어서, “가격보다는 음식맛과 친절도, 손님을 알아주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며, 마음에 드는 곳을 계속 정해두고 다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이들이 사는 동네에는 “최고급 브랜드의 명품점, 고가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갤러리, 한잔에 1만원 하는 커피에 한 조각에 1만 2천원 하는 케이크가 곁들여지는 세련된 카페들, 한 개비 2만원 하는 시가를 물고 한잔 1만5천원 짜리 무지갯빛 칵테일을 즐기는 초호화 바”와 성형외과는 도처에 널려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버스카드 충전소나 버스에서 오르내리는 손님, 전세살이 가구, 구멍가게, 편의점, 목욕탕, 외과나 내과, 선술집과 호프집, 철물점 같이 정작 서민적인 생활에 친숙한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얼마전 에

문화 | 한종해 / 자유기고가 | 2001-10-10 00:00

오토바이하면 ‘위험’, ‘폭주족’ 등의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학교 안에서 오토바이는 이동시간을 아끼고 공학동과 실험동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많은 학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오토바이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진정한 매니아로서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 우리학교 최초의 모토레이서로, ‘KMF 로드레이스 6전 신인전’에 출전해 당당히 6위의 성적을 거둔 정규만(컴공 박사과정)씨를 만나보았다.“처음에는 평범한 운전자에 불과했는데 지난 99년 봄 600cc 오토바이를 사고 여기 저기 동호회에 가입하며 활동한 것이 본격적으로 오토바이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 최대 오토바이 동호회인 하이텔의 ‘바쿠둘’ 부시삽을 맡기도 한 그에게 오토바이는 더 이상 교통수단이 아닌 달리는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레저수단이 되었다고 한다.그가 로드레이스 대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처음에는 학교내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어 출전하려 했지만 관심있는 사람이 드물어 근처 포항시내 레이서들과 팀을 만들어 출전하고 있다. “도로에서는 다른 차량들 때문에 마음대로 운전을 할 수 없지만

문화 | 양승효 기자 | 2001-09-19 00:00

‘상투적’이라 여겨지는 표현들이 상투화되어 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들 중 하나는 이 표현들이 누구나 수긍할만한, 그래서 오랜 기간 인구에 회자되고 전승될만한 보편적 진실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는 인간의 몸이다’ - 그렇다면 음악에 관한 이 상투적 표현 역시 보편적 진실을 담고 있을까? 만약 이 표현을 아래와 같이 손보도록 허락한다면, 나는 이 질문에 ‘그렇다’ 라고 답하고 싶다. -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는 몇몇 선택받은 인간의 몸이다’ 나 같은 보컬그룹들이 들려주는 아카펠라가 이를 실증하고, 의 첼로를 무색케 하는 의 ‘기예’(그래, 이건 음악의 서커스다!)가 이를 웅변한다.지난 11일, 필자가 한동안 업데이트를 게을리 했던, ‘몸이 악기인 보컬 그룹’에 관한 짧고 얇은 목록에 새로운 그룹이 등재되는, 그리고 순위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그날 밤 예술의 전당에서는 스웨덴에서 날아온 의 첫 번째 한국 공연이 있었고, 필자는 다행히 세계무역센터가 아닌 그곳에서 음악적 테러의 희생양이 되고 있었다. 듣는 이의 것과 같은 재질, 비슷한 크기의 울림통에서 생성되는 소리가 불러 일으키는 물리적 공

문화 | 박성찬 / 화학 박사과정 | 2001-09-19 00:00

'과학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간디는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은 인간을 파괴하는 7가지 죄악 중의 하나로 규정하였다. 그만큼 과학을 하는 데 그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말이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우리 학교는 지적으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하지만 단지 전공지식에만 뛰어난 것은 자칫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기에 과연 우리가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있는 우수함인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인간성은 ‘Liberal Art’의 학습을 통해서 함양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러한 소양을 키우기에는 조금 미흡한 면이 있다. 이러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것이 바로 ‘항오(項悟) 강좌’이다. 항오 강좌는 지난 2월 정년퇴임하신 화학공학과 김영걸 명예교수에 의해 그 기금이 마련되었다. 그 첫번째 강좌로 지난 13일 고려대학교 김인수 교수의 ‘젊은 과학도가 심어야 할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김인수 교수는 인간성의 함양과 자기 생

문화 | 문재석 기자 | 2001-09-19 00:00

9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대 참사가 있었다. 범인이 채 밝혀지기도 전부터, 분노와 슬픔에 가득찬 미국인들의 시선은 아랍으로 향해 있었고, CNN은 기쁨에 겨워 축포를 발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을 담은 정체불명의 수상한 필름(걸프전때의 영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됨)을 전세계에 방송하고 있었다.범인은 아랍계로 굳어져 가고 있는 듯 하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를 당한 이유는 ‘자유’와 ‘기회’가 가장 빛을 발하기 때문이며 테러리스트들을 문명에 저항하는 ‘evil’로 규정했다. 바야흐로 ‘불의’에 맞서 ‘정의’가 일어서며, ‘악당’을 분쇄하기 위해 ‘보안관’이 일어서는 헐리우드 식의 이분법이 완성되고 있는 순간이다.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테러리즘을 다룬 영화에서 악역은 아랍인들이 도맡아 했다. 그들은 비행기를 납치하고[델타 포스, 화이날 디씨전], 고층건물을 점거하며[트루 라이즈], 버스와 초등학교를 날려 버린다[비상계엄]. 힘이 지배하는 국제 정치 구도하의 약자에게 있어, 테러리즘은 자신들이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전달하려는 극히 ‘비정상적인’ 메시지 전달수단이다.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전달하려던 메

문화 | 박정준 기자 | 2001-09-19 00:00

시행착오 아쉽지만 락의 대중화 가능성 기대 커8월 12일 6시, 광안리 해수욕장. 한 쪽 구석에 마련된 무대에는 WWF에 나올 듯한 거구들이 독일 인더스트리얼 밴드 ‘Rammstein’의 를 연주하고 있다. 관객들은 사운드에 맞추어 미친 듯이 몸을 이리 저리 부딪치고, 보컬은 이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마이크 스탠드를 집어던진다.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인더스트리얼 밴드 ‘Psychotron’은 8월의 무더윔나큼 뜨겁게 광안리를 달구고 있었다. 이번으로 3회를 맞는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의 한 모습이다.하지만 4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많이 달랐다. 공연장에서 슬래머(몸을 이리 저리 부딪치는 사람)는 커녕 헤드뱅어(머리를 미친 듯이 흔드는 사람)도 보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공연 자체의 수가 너무 적어서, 1년에 한 두 번 있는 ‘소란’, ‘자유’ 등의 공연에서나 락 음악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97년 ‘락레코드 악마주의 사건’과 같은, 락은 일부의 극성 매니아만을 위한 음악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주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대규모 락 공연은 한국에서 성사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 후 상황은 많이 변하였다. 올해 열리는 수많은 공연들이 이를 보여

문화 | 문재석 기자 | 2001-08-29 00:00

‘나가기 귀찮은데 음료수 하나 기숙사로 배달해 주는데 없나’포항공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이런 생각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특히 편의점이 쉬는 날이거나 비라도 내려 밖에 나가기 싫은 날엔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했을 듯 싶다. 얼핏 황당할 수 있는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겨 본 사람들이 있다. 박광범(기계3), 박기범(컴공3) 쌍둥이 형제가 그 주인공.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동시에 우리학교에 재수해서 입학한 조금은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그들이 만든 포마트(www.pomart.co.kr)란 것은 일종의 인터넷 쇼핑몰이다. 포마트 홈페이지로 가서 원하는 물품들을 클릭한 뒤 ‘남자 기숙사 1동 걖곂!?라는 주소만 입력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물품을 방 앞까지 배달해 준다. 게다가 가격이 지곡회관 편의점보다도 싸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배달만 제 시간에 이루어진다면 정말 유용한 서비스가 된다.“메가 마켓 같은 곳에 갈 때 친구들 몫까지 한꺼번에 사서 나눠주는 그런 일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학생들에게 신속하면서 값싼 물품을 방 앞에서 편히 받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기범 학우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6-14 00:00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책들이 근래처럼 ‘발칙한’ 제목을 가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기존의 가치관과 정면으로 대치되거나, 도덕적 혹은 상식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단어 혹은 어구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무수히 많다. ‘현명한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거둔다 - 80/20 법칙’(리차드 코치 지음/공병호 옮김 - 21세기 북스) 역시 예외가 아니며 그 내용 역시 상당히 ‘도발적’이다.개인적으로는 작년 10월에 발간되자마자 읽었으며, 항상 가까이 두고 다시 꺼내보곤 하는 아주 애지중지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요지는 ‘세상 모든 일의 결과는 원인의 20%에서 그 결과의 80%가 나오며, 나머지 80%의 원인에서 결과의 20%가 나온다.’ 즉, ‘노력 = 결과’, ‘투자한 시간 = 좋은 결과’라는 기존의 ‘선형적 사고’를 부정하며 세상은 ‘비선형적’이란 것을 끊임없이 언급한다. 아울러,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20%’에 집중적으로 노력과 정열을 아끼지 말 것을 강조한다.인정하기 싫은 이 법칙을 저자는 ‘개념’, ‘개인’, ‘기업’, ‘사회’의 네 목차마다 아주 구체적인 예를 풍부하게 들어가며 강조한다. 또한 기존의 사고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며 거

문화 | 신윤철 / 산공4 | 2001-06-14 00:00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그 곳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2기가 서있다. 그 탑들은 경주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감은사지 3층 석탑이다.책에서 보고 사람들에게 들은 감은사지 석탑은 예술작품이었다. 사진을 보면서도 그렇게 큰 감흥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멀리서 차를 타고 쌍탑으로 다가설 때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다가서서 탑을 올려다보았을 때는 놀라움이었다. 13여 미터에 이르는 탑은 중후하면서도 날씬해 보인다. 탑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는 감동으로 말문이 막혀 ‘아, 감은사, 감은사, 감은사여!’라는 말만 계속 되뇌이였다고 하던가.사실 글로 느낌을 써 봐야 실제로 가서 만지고 보는 감흥을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다. 감은사는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성취한 후 부처님의 힘으로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이곳에 절을 세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아들인 신문왕이 그 뜻을 받들어 즉위한지 2년 되던 해인 682년에 완성한 사찰이다. 문무대왕은 유언을 하기를 내가 죽으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하니 화장하여 동해에 장사지내도록 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대왕암이며 부왕의 은혜에 감사하여 사찰을 완성하고 이름을 감은사라

문화 | 강향주 / 생명2 | 2001-06-14 00:00

과거 TV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 사람의 생각, 행동들은 일방 통행적이었다. 누군가가 공연을 하면, 그것을 잠자코 보기만 하는, 그리고 다 끝나면 열심히 박수를 쳐주면 그것으로 훌륭한 공연을 보았다고 그때는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현재를 대표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은 TV와 기본적으로 소통방식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일방 통행적이라기 보다는 쌍방 통행적이고 수동적이라기보다는 능동적인 행동양식을 지향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보다는 연극이, 클래식 음악 연주회보다는 풍물패의 난장 공연이 더 ‘21세기적’일 것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춘천 국제마임페스티벌은 21세기적인 행사다. 이 춘천 국제마임페스티벌은 지난달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있었던 행사로, 국내 38개 극단과 해외 5개국 9개 극단이 참가하여, 마임과 함께, 연극, 퍼포먼스 등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필자가 다녀온 도깨비 난장공연은 마임 페스티벌의 꽃으로, 서울 청량리역에서 도깨비 열차를 타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공연과 제의를 경험하면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행사이다. 이는 난장이라는 전통문화를 현대적 의미에서 재해석한 독특한 형식의 이벤트이다. 마지막 밤을 난장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가장

문화 | 문재석 기자 | 2001-06-14 00:00

‘이곳에서 배우게 되어 긍지 느낀다’우리 학교는 교수, 학생, 연구원 등의 신분으로 있는 외국인이 백 명 가까이에 이를 정도로 ‘국제화’된 캠퍼스지만 이 중 상당수를 중국 또는 대만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 온 유학생들은 포항제철과 기술협정을 맺은 중국 철강 회사 사람들로서 우리학교 내에 있는 철강대학원에 많이 찾아와 공부를 하고 있다.이번에 만나본 추핑텅 씨는 그런 철강대학원 학생 중 한 명이다. 추 씨는 중국철강회사 직원으로 현재, 회사의 경비 지원을 받아 철강대학원에서 표면 처리와 부식에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라는, 그것도 포항이라는 먼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공부하는 것이 많이 힘들다” 며 다음달 하순, 가족을 보러 대만에 가게 될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학교에서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주어, 방학 때면 아이들을 한국을 초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마음에 든다고 한다.그는 철강대학원이 따로 설립되어 있는 학교가 많지 않은데다가 그 중에서 포항공대 만한 여건을 갖춘 곳은 극히 드물어, 우리 학교로 오게 된 것을 만족스럽게 여긴다고 말한다. “비록 대만에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많은 경비가 들기는 하지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5-30 00:00

바흐가 아름다운 ‘골드베르크(Goldberg) 변주곡’을, 베토벤이 불멸의 ‘디아벨리(Diabelli) 변주곡’을 작곡했다면 슈만은 신비스러운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를 남겼다. 변주곡 스타일의 8개의 악장들로 이루어졌으며 총 연주시간이 30분이나 되는 이 곡은 호프만의 소설 속의 주인공, 악장 크라이슬러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됐다고 한다. 단 나흘만에(!) 완성된 이 신비하면서도 열정적인 명곡에 대해 슈만은 그의 연인 클라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A positively wild love is in some of the movements. ‘작품은 기원에서부터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곡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환상적이며 아름답다. 대략적으로 격정적이며 신비스러운 악상과 고요하며 사색적인 악상이 한번씩 번갈아 가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도입부는 연속적인 셋잇단음표를 사용함으로써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거세게 시작된다. 다음 악장에서 분위기는 돌연 급변해서 애틋하면서도 환상적인 적막감이 흐르는데 이내 곡은 열정에 휩싸이게 된다.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서 곡은 세 번째 악장으로 넘어가고 이쯤 되면 곡은 어딘지 모르는 미궁 속에 빠져든

문화 | 전재형 / 물리 석사과정 | 2001-05-30 00:00

포항에서 24km 남쪽의 운제산 동쪽기슭에 있는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절로 원래 이름은 항사사였다. 현재 대웅전, 나한전, 자장암, 원효암이 계곡에 있으며, 운제산 북쪽기슭의 홍계폭포와 동쪽의 오어저수지 등의 풍치가 뛰어나다. 항사사(恒沙寺)에서 오어사로 개명된 데 대해서는 원효와 혜공의 일화가 전해진다.어느 날 원효와 혜공이 절 앞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다가 원효가 돌 위에 변을 보았다. 이에 혜공이 “그대가 눈 변은 내가 잡은 물고기일 것이오”라고 희롱했다. 이후부터 절이름이 오어사가 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남아 있다.현재 오어사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다포집으로 조선 영조17년(1741)에 중건한 대웅전을 중심으로 종각(가학루), 삼성각, 응진전, 산령각이 있다. 절 곁에 있는 깎아지른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절 뒤편 바위 위에 올라 있는 암자로 가는 길은 선경처럼 아름답다.오어사가 있는 운제산 꼭대기에는 대왕암이 있는데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옛부터 기우제를 지내는 곳으로 쓰인다. 또 80대의 보살님들 가운데 임진왜란 중에 유물을 지키기 위해 못 속으로 많은 문화재를 묻었

문화 | | 2001-05-30 00:00

한때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적이 있었다. 한번은 집에서 밥을 먹다가 부모님께서 “허준 같은 큰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시는 통에 먹다 체할 뻔 했던 기억이 난다. TV의 역사 드라마라는 것이 ‘역사’이기 이전에 ‘드라마’이다 보니 고증보다는 시청률에 더 중점을 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 역사에 사료가 그렇게 많이 남아있는 인물의 생애를 그토록 왜곡시킬 수가 있는지 의아했었다. 실제 스승이었고 허준의 생애에 많은 도움을 준 은사인 양예수를 적수로 묘사하고 200년이나 후세의 인물인 유의태를 스승으로 등장시킨 것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어차피 역사에 남겨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인물을 재창조해내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역사 드라마를 보는 한 즐거움이긴 하다. 중국, 일본, 한국의 역사에는 각기 애꾸 영웅(獨眼龍)이 등장하여 흥미를 끈다. 당(唐) 말기에 이름을 떨친 이극용, 일본 전국 말기 에도 막부 성립의 감시자이자 든든한 배후였던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 그리고 우리 역사의 궁예가 그들이다. 외눈으로 두눈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본다고 호언하던 이들은 동시에 운명의 여신에게 버

문화 | 박정준 기자 | 2001-05-30 00:00

마주 보기 부담될 정도로 부리부리한 눈빛, 거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표정, 지난 4월 30일 정통연 중강당에서 있은 “도올의 논어 이야기” 녹화현장에서 본 도올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도올 김용옥씨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서 대만과 일본에서 석사 학위, 하버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중에 다시 원광대에서 한의학을 공부를 하는 등 남다른 정력과 열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가 손 댄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의 논어나 노자에 대한 강의가 방송 매체에서 소개되고 특유의 달변과 행동이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많은 지지자가 생겨났지만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에서부터 시작된 도올 비판 역시 많은 지식인의 지지를 받으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학계 엘리트라 자부하면서도 사회나 철학에는 일반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포항공대생들에게 도올은 어떠한 시각으로 비춰질수 있을까? 강연 주제는 ‘과학, 생명, 논어’였다. 그는 21세기는 분명 과학의 시대이며 그 주역은 과학자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스스로가 시대의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하며 시대의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5-09 00:00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는 소설에서 사람들이 꺼리게 되는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흔히 장편소설을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한 권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섯 권, 열 권씩 늘어지는 책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고, 읽을 시도조차 선뜻 하지 않는 것을 나는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지금 소개하려는 이 책, 토지에 대해서 짧게 소개한다는 것조차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무려 16권이나 되는 이 책-권당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음을 쉬이 알 수 있다-을 그 길이에 압도당하지 않고 선뜻 읽을 수 있게 소개한다는 것 또한 어이없는 짓이라 겁이 난다. 하지만 첫째로 재미있었고, 둘째로 감동적이었고, 그 외 에도 복잡한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지게 해준 이 책을 나는 용감히 소개하겠다. 그 전에 먼저 덧붙여둘 것이 있다. 나는 토지가 우리 문학사적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고 가치가 있고 하는 것들은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는가, 나는 단순히 그것만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그럴 수밖에 없음)임을 당부해 두고 싶다. 토지는 평사리를 중심으로 마지막 후손이 된 서희와 그 일가, 그 마을사람들의 삶을 일제시대

문화 | 강향주/ 생명 2 | 2001-05-09 00:00

A: 그 머스마가 니 마음에 안등다 그 카드나? 계속 꼬시보지? B: 만다꼬... (한숨을 쉬며) -가 만든 국어사전중에서“만다 그라노? 만다꼬?”= “What’s up? What’s going on?” ‘왜 그래?’ , ‘그럴 필요가 있을까?’, ‘쓸데없는 짓 한다’ 정도로 해석가능하다. 화들짝 놀란 척, 걱정하는척하며 안면부를 약간 찡그리거나 목소리를 귀엽게 질질 끌면 걱정의 강도가 더욱 깊어진다. ‘만다꼬’ 뒤에(!) 표가 붙으면 ‘다 부질없다’ 라는 극단적 해석도 가능, 실제로 사랑의 아픔을 이 한마디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 땐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 엄청난 흥행과 함께 부산사투리를 정겹게 만들었다. 의리, 우정만 있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었던 그 때 그 시절의 향수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에 뒤를 이은 향수시네마, 그렇다면 “내가 니 시다바리가?” 라는 명대사를 넘어 가 던져주는 화두는 무엇일까? 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최근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남겨줄 건 하나의 단어다. 바로 ‘그리움’ 이다.”그리움의 마케팅 / 혜은이, 패티김, 조용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이름이지만 요즈

문화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2001-05-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