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97건)

이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한 달이 넘도록 시끄럽다. 여야가 명운을 건 정쟁과 시위를 벌이고 온 언론이 특종이니 단독이니 하며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와 그의 가족과 관련된 많은 의혹 중 일부가 대학과 연관되면서 우리의 주의를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먼저 그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에 모 대학에서 연구참여 후 영문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사실에 대한 비판이 연구진실성 제고에 대한 주의를, 그의 자녀가 학부 또는 대학원 입시를 위해 제출한 각종 서류의 진위 및 서류 관리 문제가 입시공정성 제고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 영문 논문을 접한 후 자신이 제1 저자가 된 SCI나 SCIE 급 영문 논문이 최종적으로 제출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을 겪었는지 다들 기억한다. 다행히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불과 수개월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훨씬 긴 시간이었고, 그것이 단 2주였던 이는 본인도 주위에서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경험과 합리적인 추론으로부터 그 분야에 대해 사전에 아무것도 몰랐던 고등학생이 단 2주 만에 SCI

사설 | times | 2019-10-18 15:23

최근 일본의 무역 제재로 시작된 양국 간 분쟁으로 인해, 국가 연구 개발과 관련해 상당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5일 일본의 조치에 대한 근본적 대책으로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고 앞으로 7년간 관련 연구 개발에 7조 8천억 원을 투자해 일본 의전도가 높은 100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국 다변화, 해외 기술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공급 안전성을 조기 확보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분쟁의 시작으로 소재의 탈 일본화, 국산화를 외치며 관련된 많은 연구과제가 쏟아져 나왔고, 그 대부분은 연구비 규모가 큰 연구 과제들인 데 비해 기간은 2~3년 정도로 짧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거라면 진작 했을 것이라는 것이 각계의 반응이다.필자 또한 연구에 사용하고 있는 많은 장비 및 소재들이 일본산이다. 수억을 호가하는 장비를 구매하며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역시 안정성인데 국산 장비보다 일본산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그 이유가 때로는 속상하고 뼈아프다. 소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많은 화학약품, 고분자 재료,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리소그래피 시약들은 대부분 일본산이다. 초정밀 영역(수 나노~수십 나

사설 | times | 2019-09-27 10:45

올해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덧 새 학기가 시작됐다. 포스테키안들이 긴 여름 방학을 건강하게 잘 보내고 더불어서 이루고자 했던 일들에 어느 정도 좋은 결과를 가졌기를 바라본다. 포스텍은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주기 위해 3년 전부터 3개월 정도의 긴 여름방학 기간을 제도화해서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 및 연구소에서 하계사회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현업에 기반한 사회 경험 기회를 얻음으로써 그 기간 많은 성장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냈거나 그렇지 않든 간에 포스테키안은 현재 다가오는 새 학기 준비에 분주할 것이다. 특히, 새 학기에는 각자가 새로운 각오를 하고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에 들떠 있으면서도 약간의 긴장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새 학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란 질문은 학기마다 고민되는 주제일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시작되는 학기를 잘 보내기 위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먼저 이전 학기에 자신이 했던 잘된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차분히 분석하기 바란다. 즉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혹은 잘 성취 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를 차근차근 나열해 놓고 그것에 근거

사설 | times | 2019-09-05 19:39

우리대학에서 신입생을 무은재학부로 선발한 지 2년이 지나고 있고, 최근 첫 번째 전공 선택을 마친 무은재학부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학과별 정원과는 다르게 전공별 학생 숫자에 차이가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어서, 조정된 학부생 숫자에 맞춰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일부 학과들은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새로운 학부생 선발 제도가 앞으로 우리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얼마나 바꾸게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확실한 점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본인의 전공으로 배우고자 하는 학문 선택을 최대한 잘할 수 있는 커리큘럼 마련과 발전적 변화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바라보면, 각 학과가 가능한 많은 학생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듯싶다. 학과 소개 기회를 늘리기 위해 학과 전공 입문 과목들을 최대한 많이 개설한다거나, 특강 형태의 무은재학부생들 대상 강연을 학과 자체적으로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아직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문 분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더욱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들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학과별로 경쟁적인 학과 소개 프로그램과 강의 콘텐츠를 준비함으로써 우려

사설 | times | 2019-06-13 13:35

우리대학의 미래를 이끌 제8대 총장 선임 과정이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7일 법인이사 4인, 대학 교원 5인, 외부 인사 2인 총 11인으로 총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됐고,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의 공모 기간을 통해 차기 총장 후보의 추천을 완료했다. 피추천 교내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총장추천위원회가 소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와 학교법인 이사회, 이사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이와 관련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 두 가지를 제기한다.한 대학의 수준과 특성이 총장 개인에 의해 단기간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 법이지만, 개교 33주년을 맞는 우리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진두지휘할 차기 총장이 어떤 비전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가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우리대학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먼저 지적할 점은 ‘우리대학의 장점’이라 할 것이 크게 약화된 사실이다. 개교 당시 우리대학은 대학의 인프라와 교수 및 학생에 대한 처우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여건을 갖췄다. 외국의 유수 대학에서 활동하던 중견 학자들을 교수로 초빙해 올 수 있었던

사설 | times | 2019-05-17 11:33

요즈음에는 지난 시대 우리 사회에 풍미했던 낭만적인 대학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대학은 취업을 준비하는 학원으로 전락해 취업이나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 되는 과목에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인문 교양을 함양하기 위한 과목은 수강생을 채우기도 힘든 형편이다. 많은 학생은 자신들의 이상적인 꿈을 실현한다기보다는 단지 학점 따기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과목에 몰리고 있다. 해방 이후 대학생들의 사회적 참여를 대변했던 학생회가 근래에는 구성조차 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대학 지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대학기관인 학보사에도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고, 동아리 활동에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몇몇 전통적인 동아리에서는 신입생을 모집하기도 힘들다고 한다.지금 대학가에는 낭만주의 시대에 등장했던 낭만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의 낭만이란 대학 축제에서 흥청망청하게 즐기고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멋진 사랑을 해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낭만주의에서 말하는 ‘낭만’은 그 이상의 원대한 시대적 사명과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독일 낭만주의 기수였던 노발리스(Novalis), 즉 게오르크 폰 하르덴베르크는 철학, 과학

사설 | times | 2019-04-24 13:32

지곡로 127번길(구 가속기로)과 지곡로가 만나는 삼거리에 지난 겨울방학부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경북과학고등학교(이하 경북과학고)를 우리대학 인근인 지곡동 산 22번지로 확장해 이전해 오기 위한 공사이다. 확장 이전이 완료되는 2021년 7월에는 이 삼거리가 사거리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다. 경북과학고는 1993년에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개교했으나 같은 해 이전해 온 경상북도교육청과학원과 그동안 좁은 부지를 나누어 사용하다 보니, 학년당 학급수가 전국의 과학고 평균인 4.3학급에 크게 못 미치는 2학급인 최소규모 과학고로 운영돼 왔으며 과학원 방문자로 인한 소음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이에 경북과학고의 확장 이전이 추진됐으나 이전 대상지로 최초 고려됐던 포항 테크노파크 내 부지가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한때는 경북내 타 도시로의 이전도 고려됐다고 한다. 다행히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재작년에는 포스코 인재창조원과 제철중학교 사이의 부지가 이전 대상지로 확정됐고 작년에는 포항시에서 도시 계획 결정심의를 통과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듯, 지역 사회는 이번 경북과학고가 우리대학 인근으로 이전해 오는 데 대해 큰

사설 | . | 2019-03-29 16:47

대학교 또는 대학원 공부 과정을 마친 후 직장을 잡으려는 대부분의 예비 졸업생들 고민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직장 및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가 주요 화두일 것이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동료 또는 선·후배들 사이에서 비교적 유익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학업 등의 어려움으로 쉽지 않은 학창시절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몇 년의 세월을 학업에 힘쓴 후 졸업을 앞 둔 학생들에게 조금 있으면 과거가 될 학창시절 자신이 범했던 잘잘못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배움이 목적인 학교생활과 앞으로 소속될 일터에서의 사회생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고 사회생활은 일하는 곳이다. 둘 사이가 이렇듯 다르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익숙했던 학교생활은 추억으로 남기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은 개인의 행복 중 하나라고 알려졌다. 너무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어 요즘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 포스테키안의 졸업을 축하하며, 곧 졸업할 학생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 주고자 한다. 첫째는 겉으로 보기에 좋은 것의 유혹에 쉽게 휘말리지

사설 | . | 2019-02-11 23:56

시대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사회의 요구가 변화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찾는다. 과거 시험을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던 시절에는 어릴 적부터 유교 경전을 암송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높이 평가받아왔다. 요즈음 정보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기력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지만,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래로 기억력은 인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 가운데 하나였다.근대 인쇄술이 등장하기 이전에 기억력과 암기력은 학문 활동과 생활 문화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수많은 문헌을 정리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얻어내기 위해 중세 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의 기억술을 발전시켰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기억하는 능력과 다양한 자료를 자유롭게 종합하는 능력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간주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지성을 대표하는 토머스 아퀴나스와 피코 델라 미란돌라와 같은 인물들은 모두 탁월한 암기력과 기억 능력을 통해 당대의 천재로 칭송을 받았다.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르네상스 시대와 근대 초기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헌들이 발굴되어 당시에는 잊혔던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됐고 이

사설 | times | 2018-12-12 14:19

인류 사회의 보편 가치는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시민에게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자유, 평등, 정의를 추구하며, 인간의 본성이나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권리를 누리며 의무를 다할 때 우리 사회는 유지된다. 개인의 행복 추구권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 보장돼야 하나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여러 가지 불평등 요소, 즉 성, 피부색,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정치적 좌표, 성적 지향성, 신체장애 여부, 개인이 축적한 부의 정도, 소득 규모, 직업의 안정성 등 너무나도 다양한 측면에서 불편, 부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 추구권을 제한받는 개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강자와 약자, 혜택을 많이 누리는 자와 기회를 박탈당한 자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이런 차이가 작고, 그 차이를 극복할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대학 구성원은 크게 학생과 직원, 교수로 나눌 수 있으며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지고 있다.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느냐와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지 않으냐의 문제, 과도한 의무를 지고 있느냐와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구성원 간의 긴장 요소로 늘 잠재돼 있는데, 모두를 만

사설 | . | 2018-11-29 11:24

우리대학은 최근 매우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바로 국방부가 검토 중인 전문연구요원제도 4년 내 폐지안이다.1971년에 100만 명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0년만인 2001년에 그 절반인 약 50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 후 20년을 조금 넘긴 몇 년 내에 또 절반인 2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반감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인구 절벽 현상은 내수 침체라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경우,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곧 고교 졸업생 수가 전체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면서 대학들이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다. 1971년생은 우리대학 개교 초기의 입학생에 해당하며 2001년생은 내년과 후년의 입학생에 해당한다. 개교 이후 지난 30년간 이런 인구 절벽 현상에 더하여 이공계 기피, 의대 선호,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 등이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우리대학을 포함하여 지방에 위치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은 해가 갈수록 우수 학부생과 대학원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설 | . | 2018-11-07 14:57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달려 있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있다. 대다수 인간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고, 그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 준비 과정 중에서 대학 생활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대학에 들어와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대부분 오로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다’는 지상 최대의 목표를 갓 벗어난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꿈꾸던 순수했던 나의 꿈은 어느새 현실의 벽과 부딪히며 확신을 잃어간다.특히 갑작스럽고 크게 주어진 자유나 익숙하지 않은 학업 환경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 등으로 인해 미래를 설계할 때 큰 불안요소가 된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생이 방황하고 혼돈의 시간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대학 생활을 통해 분명한 미래의 준비,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사회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기 어렵지만, 대학은 실패를 허용하는 곳이다. 학업에서

사설 | . | 2018-10-10 23:50

대학교육이란 학생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서 건전한 심신을 가진 사회인이 되게끔 하는 활동이다. 교육의 기본은 물론 지식의 전달이다. 하지만,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만 전달하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기존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전달이 반드시 요구된다. 보통 새로운 지식은 기존 지식의 토대로부터 나오는 것으로써, 기존 지식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기존 지식 배경에 새로운 지식을 도출해 내는 것을 연구라고 한다. 따라서, 대학은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이다. 대학이 교육중심대학 또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나뉘는 것은 대학교육의 잘못된 이해로부터 생겼다. “우리대학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심오한 이론과 광범위한 응용방법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소수의 영재를 모아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를 양성함과 아울러,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연구한 결과를 산업체에 전파함으로써 사회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1986년 12월 3일 국내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설립되었다” 이상은 우리대학 건학이념의 일부다. 아

사설 | . | 2018-09-19 18:51

중세 시대에 유럽에서 대학(Universitas)이 처음 등장한 이래로 대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발전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볼 때 대학은 사회와 학문의 변동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중세의 대학이 갈릴레오와 뉴턴 등의 새로운 과학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었던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대학은 새로운 과학을 받아들여 19세기 이후에는 근대 과학의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대학은 본래 중세 성당의 학교에서 유래됐다. 애초에 학생들이 10명 내외였던 작은 학교들은 1200년경에 이르게 되면 학생 수와 규모가 성장해서 수백 명의 학생을 갖춘 학교가 됐다. 학교들이 난립함에 따라 교황은 그 가운데 몇 개를 공식화해 줬고, 법적 보호를 받는 대학이 탄생했다. 교황이 공인한 대학은 교회와 영주의 간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합법적이고 독립적인 특권 기관이었다.중세 대학은 수공업자 길드를 본뜬 교수와 학생의 공동체였다. 최초의 대학이었던 볼로냐 대학에서는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었다. 학생들은 강의실과 도서관, 기숙사를 짓고 교수를 고용해 대학을 운영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운영하는 대학의 모습은 역사 속에서 곧 사라졌다.중세

사설 | . | 2018-05-30 21:51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는 디지털 시대에 텍스트의 신성함을 고집하는 인문학 연구자들의 집단은 중세의 수도원과 비슷해질 것이라 말했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인문학적 성찰을 계속해 나아가며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 학문공동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을 누리는 연구집단의 사회적 수요는 점점 작아질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과학 및 공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포스텍의 연구 방향의 포지셔닝에 대해서는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 스펙트럼을 살펴보자면 순수학문 연구 위주로 소규모 집중해야 한다는 포지셔닝에서부터 다양한 학문 및 산업화 모델로의 내실과 크기를 모두 늘려나가야 한다는 포지셔닝으로 나눠진다. 소규모 순수학문으로 포지셔닝 해야 한다는 의견의 대표적인 예가 수학을 비롯한 몇몇 연구 분야를 집중 육성해서 필즈상 혹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포스텍이 성공사례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의 포지셔닝은 학교의 크기를 늘리는 의견을 흔히 동반하게 되는데 의과대학을 포함한 의공학 분야 진출 혹은 더 나아가 경제, 경영 분야로의 확장을 포함하기도 한다. 창업 및 산업화 모델로의 촉진은 반드시 확장적인 포지셔닝과 일치하는 것은 아

사설 | . | 2018-05-10 15:25

대학은 늘 변화의 정점에 서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며 미지의 학문 분야를 개척해 왔고, 끊임없는 문제의식으로 사회가 논의하고 토론해야 할 의제들을 설정하는 능력을 보여 줬다. 생각의 폭을 넓혀 줬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왔으며, 정치, 경제, 사회, 산업 시스템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사고의 틀, 도구들을 제공해 왔다. 그러한 변화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 동시에 대학은 가장 변하지 않는 집단으로 버텨 왔다. 몇 년째 바뀌지 않는 강의, 정량적 목표가 최우선이며 언제나 그 목표를 달성하는 연구, 수직적인 상하관계만 존재하는 경직된 문화 등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대학의 사명인 교육, 연구, 봉사의 측면에서 현재의 시스템이 최선인가 늘 묻지 않을 수 없다.변화에는 대부분 고통이 수반된다. Status Quo(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집단과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하는 집단과의 충돌 또한 불가피하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쉬워진다. 현재의 대학은 그런 변화의 요구에서 자유로운 안정적인 시스템인가?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의 뿌리를 흔드는 문제이다. 우수한 학부 신입생의 지

사설 | . | 2018-04-18 16:54

우리대학은 올해부터 개교 이래 가장 큰 실험을 하나 하고 있다. 모든 학부 학과의 정원을 없애고 전체 신입생을 자유 전공으로 선발한 것이다. 신입생은 2학년이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전과를 원하는 경우 기존보다 훨씬 쉽게 전공을 바꿀 수 있다. 사실 중·고등학교에서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진로를 탐색하더라도 자신의 적성이 대학의 어떤 전공에 적합한지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대학에 와서 관심 있는 전공을 실제로 공부해 보고 전공을 선택/변경할 수 있으므로 학생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외국 대학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제도이기도 하다.국내는 KAIST를 제외하고는 학부 전공/정원에 우리대학 정도의 개방성을 가진 선례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교육부/대학/학과에서 입학 정원을 정확하게 관리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정원을 변경하기도 매우 어렵다. 한 20년 전 정도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학 정원은 수험생 수에 비해 매우 적었다. 따라서 대학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었고 많은 제도가 대학의 편의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지고 운영됐다. 우리대학은 그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사설 | 사설위원회 | 2018-03-28 13:14

과학자들은 항상 새로운 진리의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하기에 어떤 신념에도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합리성을 늘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지만, 토마스 쿤은 과학자들도 ‘패러다임’이라는 신념 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본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패러다임과 충돌되는 실재 사례가 제시될 때에도 이를 중요하지 않은 ‘예외(Anomaly)’로 간주하며, 늘 자신의 패러다임을 수정하기보다는 정교하게 세우는 일, 곧 ‘정상과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쿤의 주장이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굳은 신념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그 일에 담긴 가치와 그 일의 성취를 위해 동원한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대해 믿음 없이 큰일을 이루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메달을 다투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들을 응원할 때나, 혹은 자신의 중요한 일을 앞에 둔 순간, ‘신념을 가져라’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격려나 응원을 보내거나, 스스로 마음의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며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렇기에 자신의 신념 체계에 대한 비판보다는 충성이, 과학자들의 활동 동력이 된다는 쿤의 주장은, 물론 이론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사설 | . | 2018-03-07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