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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현대 한국문학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매시간 다양한 단편 소설을 텍스트로 해,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다.내가 선택한 단편 소설은 윤이형 작가님의 소설집인 ‘러브 레플리카’에 수록된 ‘루카’였다. 나는 ‘사랑’과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 숨 쉬는 관계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 있는 퀴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이 텍스트를 선택했다.이 소설의 제목인 ‘루카’는 소설 속 ‘딸기’로 불리는 ‘나’가 ‘예성’인 ‘너’를 부르는 별명이다. ‘딸기’와 ‘루카’는 퀴어 커뮤니티의 별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섬세한 호흡이 담긴 이들의 대화를 짚어가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화 속 질문과 대답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떤 질문에 대해 때로는 답을 하고, 때로는 답을 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었다.대화를 이어나가지 않는 것은 소극적이고 소통을 하지 않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대답하지 않음’의 행위는 단순한 소통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답을 하지 않음’을 취하는 경우에는 그 질문이 존재에 관한 질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존재는 누군가에게 때로는

지곡골목소리 | 이슬기 / 화학 16 | 2018-03-07 13:52

읽히지 않는 리포트,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참여가 저조한 행사. 사람은 ‘무관심’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는다. 특히 참여가 저조한 행사는 들인 노력이나 소요된 예산도 문제지만, 회원들은 회비를 납부할 이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행사를 마련할 동기를 잃게 되면 최종적으로 단체가 회원들에게 기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생명과학과는 두 가지의 큰 학생 사업이 참여 부족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취소된 생명과학과의 사업은 크게 가을 산행과 생쇼(신입생들의 장기자랑 행사)로, 학우들의 참여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행사였다.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주최 측은 기획 과정에서 회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수요를 파악하여 회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사를 만들곤 한다. 다만 지난 391호 신문의 지곡골목소리는 생명과학과 일부 행사들이 취소된 원인에 대하여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어 지면을 통해 덧붙이고자 한다. 가을 산행의 경우, 2017년뿐만 아니라 2015년과 2016년에도 1차, 2차 수요조사에서 참가인원이 매우 부족했다. 이에 학과 선배들이 저학년생들에게 ‘앞으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8-02-09 13:37

2016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학점교류가 시작된 해이다. 학점교류는 우리대학에서 반복된 전공 공부에 지친 필자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기회로 느껴졌고 그렇게 1년간의 서울 생활이 시작됐다. 독어독문과 수업에선 괴테의 파우스트를 낭독하고 교수님의 서원에서 하룻밤을 자기도 했고, 디자인과 수업에선 직접 폰트를 만들고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여름방학 합숙을 통해 연주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더불어 연합동아리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탄핵 촛불집회에도 참여했으니 알찬 1년, 기억에서 잊지 못할 대학 생활 1년을 보냈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서울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전공과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서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사회는 우리대학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곳도 특수한 집단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 같은 주제에 관해 얘기할 때도 어떤 사람은 외교적 관점에서, 또 어떤 사람은 철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생각 차이가 아닌 본질적인 사고 방향의 차이였다. 서로가 접하는 것이 달랐기에 사고의 틀이 차이 났고, 여기서 또

지곡골목소리 | 도승원 / 전자 13 | 2018-01-01 19:46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을 살펴보면, 올해는 작년보다 학생들의 개인성이 뚜렷해진 것만 같다. 특히 이는 학과 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 보이며, 잠깐 생각해보아도 이러한 현상을 찾는 게 어렵지만은 않을 정도로 만연한 듯하다.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생명과학과는 전통적으로 산행을 통해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선후배 간의 친목 및 여러 상담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가을 산행의 경우, 학부생의 저조한 참여율 탓에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행사는 할 필요가 없다’라는 결론이 내려져 취소됐다. 시험 및 과제 때문에 바쁘다는 의견이 있어서 공식적인 시험 기간의 다음 주 주말로 일정을 변경하였었다. 산행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있어서 둘레길 산책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여러 피드백을 수렴하여 행사에 반영했지만, 올해의 행사마다 여전히 참여율은 저조했다. 과제를 할 때나 시험 기간에는 과 동기나 선배, 교수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도 과 행사에 대한 참석 여부를 물어보면 그저 바빠서라든지, 과 학생들과 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의 타당성을 저울질하지는 않겠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생들의 개인

지곡골목소리 | 김성빈 / 생명 16 | 2017-12-06 01:02

어린 시절이면, 누구나 한 번쯤 방학 계획을 세워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흰 도화지에 컴퍼스로 큼직한, 둥근 원을 그리고 반듯한 자를 대어 절반을 꿈나라로 떼어먹고, 나머지를 조금 떼어 ‘컴퓨터 게임’, ‘영어학원’과 같은 녀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둥글둥글한 계획표는 꼭 빵 덩어리를 닮았었다. 나이를 더 먹고 나서는, 빵을 더 잘게 쪼개어 이름 모를 것들에게(아마도 수학, 영어 단어, 혹은 한자 암기 따위였을 것이다) 떼어 주었고, 부스러기만 어지럽게 쌓여 더 나눠줄 빵이 없어졌을 때는 내일의 빵을 그려서 나눠주곤 했다. 빵을 그리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시간을 잘게 쪼개는 데 익숙해졌다. 전공을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무언가에게 주지 않는 일이 어색해졌다. 우연히 내 시간을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손아귀에 남아 있던 시간을 아무렇게나 먹어 버리고는 ‘참 이상한 날이다’ 하고 생각했다.그러다 문득, 아무도 내 시간을 가져가지 않는 날이 늘었을 때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내 시간을 모조리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7-11-01 14:36

이번 여름방학에 전자전기공학과 3학년 학생 중 SES 프로그램 참여 학생에게 제공되는 글로벌 기업 탐방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다녀왔다. 학생들은 우리나라 기업에서의 경험과 함께 미국의 기업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미국의 문화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글로벌 기업 탐방 이후 진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하고자 한다.내가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다. 지각이나 결근, 퇴근 시간 이전에 회사를 나가면 많은 불이익이 있었다. 공동체 생활에서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엄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글로벌 기업 탐방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회사들은 시간적 제약이 거의 없었는데, 본인의 능률이 가장 좋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었다.업무 면에서도 미국에서 본 것과 한국 기업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가 일했던 기업에서는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업무에 관해 능동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능력이 된다면 본인이 새로

지곡골목소리 | 고병은 / 전자 15 | 2017-09-20 07:33

다들 시험 기간에 돌입해서 바빴던 어느 날, 나는 기숙사 휴게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대화 상대 없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일단 TV를 켰다. 시끄러운 배경음악,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나오는 채널을 피해 강의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멈췄다. 한 중년의 강사가 사람들 앞에서 ‘용건 없는 안부 전화’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껏 나는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를 거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은 물론 본인의 시간까지 빼앗는 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알맹이 없이 대화하는 것 자체가 한량 같다고 생각했었다. 격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사이에게는 휴대폰의 메신저를, 격을 갖추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전화를 걸거나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일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현대 문명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손안에 휴대폰을 쥐면 누구든지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제 나는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 보다 카카오톡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내려보는 것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게 편해졌다. 그런데 용건 없는 안부 전화라니.곰곰이 생각해보면 ‘용건’ 있는 ‘안부’라는 말

지곡골목소리 | 김예슬 / 신소재 15 | 2017-09-06 22:54

끝없이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학기, 오직 종강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렇게 공부만 한다는 이미지의 우리대학에도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기는 기간이 있는데, 바로 5월에 있는 해맞이한마당(이하 축제) 이다. 올해 축제는 모토가 YOLO(You Live Only Once), 즉 제대로 즐기자는 것이었다. 모토에 맞게 친구들과 밤새도록 흥이 넘치게 축제를 즐기고 방에 들어와, 흥이 가시기 전에 이 글을 쓴다. 어제, 그러니까 축제 첫날 밤에 과 춤을 구경했다. 우선, 멋있는 공연을 위해 한 달간 매일 밤 연습한 17학번 학우들과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준 16학번 학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필자도 신소재공학과 15학번이라 나인뮤지스의 ‘드라마’라는 노래에 맞춰 재작년에 과 춤을 추었다. 17학번들의 공연을 보니, 2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 힘들었던 일과 즐거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과 춤은 단점이 있다.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1학년 때가 가장 버겁다”라는 말에 공감 할 것이다. 들어야 할 기초필수 과목 수가 많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중간고사 기간이 찾아온다. 시험이 끝나고 이제 숨을 좀 돌릴 즈음에, 한 달 동안 매일 3시간씩 춤 연습을

지곡골목소리 | 김재현 / 신소재 15 | 2017-05-24 16:48

문화는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짓는 큰 특징 중 하나다. 다른 고등동물들의 집단에서도 문화가 관찰되나, 복잡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갖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는 인간의 문화가 대를 이어가며 사회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회집단에 자리 잡는 문화를 살펴보면, 그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오스트리아로 단기유학을 와서 우리나라와의 문화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신속한 일 처리와 24시간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식당과 바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문을 닫는다. 관공서와 은행은 평일에만 저녁 전까지 운영되며 업무 진행 속도도 매우 느리다. 은행 이체에만 며칠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마트도 오후 8시 이후로는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필자가 그렇듯, 우리나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매우 답답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것이다.그러나, 이런 모습의 이면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가짐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저녁시간 이후를 가족과 보내기 때문에 야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날씨 좋은 날 오후의 공원은 가족, 친구들

지곡골목소리 | 강태엽 / 수학 14 | 2017-04-07 10:43

나는 굉장히 산만한 사람이다. 무엇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 덕에 한 시간이면 족히 끝낼 과제도 남들보다 몇 시간씩이나 더 걸릴 때가 많고,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주제를 수시로 바꾼다. 학부 9학기나 되어서 6번째 동아리에 가입했다. 가벼워 보인다며, 진득한 멋이 없다며 주위로부터 꾸짖음을 자주 들었고 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자격지심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학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의미는 학부에서 쌓은 전공 지식이 아닌 나의 산만함에 대한 이해였음을 이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고백한다.1학기와 달리 2학기엔 학교의 문화가 하나로 통일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쉽게도 나의 효자동 생활에서는 여유가 보이질 않았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한 해간 RA로 활동하며 진행한 사생 면담에서 가장 많이 들어온 고민은 학업 스트레스와 놓쳐버린 주체성이었고, 이따금 갖는 술자리에서도 ‘하루를 보내는 기계가 된 것 같다’는 자기소견은 단골 소재였다. 습관적 바쁨이 곳곳에 있는 캠퍼스에서 자신을 잃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낮에는 수업, 저녁엔 과제, 새벽엔 야식과 술로 자신을 내려놓고 조용히 획일화되어간다.이때

지곡골목소리 | 오동현 / 기계 13 | 2017-03-15 02:07

3월은 포스테키안의 음주가 가장 잦은 달이다. 이 시기에는 개강 총회 등 공식 행사를 비롯해 술자리가 많다. 재학생들은 흔히 말하는 단어로 ‘공대스럽게’ 과음하는 문화를 신입생들에게 보여주고, 신입생들도 이를 따라 하게 된다. 과음으로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은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킬 뿐 아니라, 아침 수업 결석으로 과목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하기도 한다. 우리대학 과음 문화의 원인은 무엇이며, 부정적인 면들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음주로 인한 문제들은 학생들이 음주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음주 상황에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주로 발생한다. 가정이 음주 예절을 가르치는 점차 기능을 잃으면서 신입생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대학에 오게 되지만, 대학 역시 단지 메일이나 공지사항으로만 해당 내용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신입생들은, 성인이 되면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에 머무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음주 예절을 제대로 모르던 일부 학생들이 변질된 구식 군사 문화에서 비롯된 0예절을 전통 예절로 착각해 답습하고 있다. 술을 권하면 반드시 마셔야 하고, 모두가 같은 양을 마셔야 한다는 것, 술은 많이 마실수록

지곡골목소리 | 박신우 / 수학 13 | 2017-03-01 19:47

23호지만 하얗게 나와서 거부감 없이 많이들 쓰세요, 하고 점원은 손등에 파운데이션을 발라 줬다. 하얀 23호라니. 듣고 어이가 없었다. 하얀 까만색이 나왔어요, 하얀색이랑 별로 차이도 안 나요. 그러려면 하얀색을 사지. 이 무슨 역설인지.대한민국에 23호가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여성들이 갈수록 하얘지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 평균이 21호라지만, 엄밀히 말해 대한민국에 진정한 21호는 몇 없다. 하지만 당신은 아마 23호를 고르려다 망설일 것이다. 에이, 난 그 정도까진 아니지. 나보다 까만 사람도 있는데 뭐. 아마 당신은 타협할 것이다, ‘하얀 23호’로. 은연중에 당신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세우고 거기에서 스스로가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합리화한다. 나는 그렇게 뚱뚱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까맣지 않아. 봐봐, 난 55지만 작은 55를 입잖아!마이크 제프리 아베크롬비 CEO는 “아베크롬비는 ‘매력적인 미국 젊은이’를 지향한다. 우리 제품에 맞지 않는다면, 그들은 매력적인 미국 젊은이가 아닌 것이다”라고 말하며, XL이상의 여성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면 물을 흐리므로 그들에게 맞는 사이즈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해 질타를 받았

지곡골목소리 | 박정민 / 생명 14 | 2017-02-10 20:13

음악은 현재 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생활 속에 녹아 들어있다. 팝, 재즈, 클래식, 인디 등등 음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 음악들은 사람들의 귀를 만족하게 해주거나 정서적으로 안정시켜 주기도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상생활에서 듣는 규칙 없는 음들이 정렬된 것인데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큰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사람들은 누구나 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는 미국의 여성 팝가수인 Sara Bareilles의 노래들에 푹 빠졌었고 지금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주저 없이 옛 앨범들을 듣는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유학생활 중 그녀의 노래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았고 멜로디만 머릿속에 어른거리는 상태로 몇 년이 지나갔다. 한국에서 다시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된 나는 주저 없이 그녀의 노래들을 검색했고, 팬이 되었다. 수년 동안 그녀의 앨범들을 들으면서 수십, 수백 번 재생한 곡들이 수두룩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곡이 더 좋아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나처럼 어떤 특정한 계기를 통해서라든지 오랜 기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라든지 특정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지각

지곡골목소리 | 황다원 / 신소재 15 | 2017-01-01 17:17

얼마 전,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이례적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총학생회에서 쓴 시국선언문을 읽으면서 논리 정연하게 잘 쓴 글이라 생각했지만, “과학도라는 변명으로 시국을 외면하기보다”라는 구절이 우리 학우들이 여태껏 ‘과학도’라는 이름 뒤에 숨어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해왔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과학도라는 사실이 시국을 외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현대 사회에서 과학도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그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은 ‘과학도’가 만든 것이고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빅데이터 역시 과학도가 만든 작품이다. 과거에는 연구실에서 밤새 연구하여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과학자의 최고 덕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연구 성과가 사회에 주는 영향력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행동하는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핵무기를 반대하며 ‘행동하는 과학자’로 칭송받는 이유도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책임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21세기에 ‘과학도’들은 사회 변화의 최전방에 서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도’들은 본인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세상에 책임을 져야 하고 ‘시국’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나

지곡골목소리 | 김현우 / 물리 15 | 2016-12-07 11:22

정치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가, 아니면 정치를 싫어하고 정치인을 혐오하는가.필자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첫 번째,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인가? 두 번째, 이공계 사회를 뜨겁게 달군 대체복무 폐지문제는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인가? 우리 학교에서 두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같을까?최근 문미옥 의원이 우리대학에 방문해 강연을 했다. 강연 도중, 문 의원은 국회에서 논쟁하고, 심지어는 몸싸움이 벌어지는 현상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국회의원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것은 자신이 대변하는 계층의 요구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것’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격려하고 기부활동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싫다는 일부 독자에게 질문하겠다. 이전까지 우리는 단순히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것’이 싫었던 것인가.철도노조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평시 대비 운행률은 83%에 불과하다. 노조의 파업에 대해 우리는 ‘귀족 노조’라는 의견과 ‘정당한 의사 표현

지곡골목소리 | 한승철 / 화학 15 | 2016-11-09 20:08

집단 양극화라는 말이 있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논의한 결과,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그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한층 극단화된 결론을 도출하는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한 후에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공감이다. 집단 구성원의 견해가 서로에게 확증 받게 됨으로써 본인의 생각이 옳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SNS는 이러한 집단 양극화가 일어나기 아주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가장 대중적인 SNS라고 할 수 있는 Facebook의 언론사 페이지를 예로 들어보자. 지면신문이나 인터넷신문과는 다르게 페이스북 뉴스 기사를 볼 때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의견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문제는 이 의견 교류가 같은 페이지를 구독하는 팔로워들끼리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보수언론인 조선일보 페이지와 진보언론인 한겨레신문 페이지에 아예 똑같은 기사가 실렸다고 하더라도 지지를 얻는 댓글의 종류가 확연히 다를 것이다.심지어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할 경우, 부지불식중에 정보가 한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Facebook 타임라인에 뜨는 게시물들은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지곡골목소리 | 이호형 / 신소재 14 | 2016-10-12 17:22

사람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있다. 내면적 성숙에 주력하는 내적 자아, 그리고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외적 자아다. 예를 들어, 나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를 꼼꼼히 보고, 온종일 영화의 장면들을 곱씹으며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생각하는 것은 내적 자아가 작용한 결과다. 반면, 왓챠에 영화 감상평을 게시하면서 나를 남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외적 자아가 작용한 결과다.나는 내적 자아의 성숙을 더 중요시하지만, 외적 자아의 성숙에도 소홀하지 않다. 이는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가 서로의 성숙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감상평을 올리는 데 재미를 느껴,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주인공들의 삶과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남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이처럼 두 개의 자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자아는 더욱 빠르게 성숙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적 자아의 중요성을 종종 잊어버린다. 외적 자아의 성숙은 ‘사회적 인정’이라는 결과로 쉽게 드러나지만, 내적 자아의 결과는 오직 나만 알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외적 자아만 중요시한다면 내적 자아의 미숙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화를 많이 보

지곡골목소리 | 채수윤 / 화공 14 | 2016-09-28 22:51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기타를 접했고, 지금까지 계속 기타를 치고 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는 빠르고 정확하게 기타를 연주하면 무조건 훌륭한 연주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항상 그런 연주가 최고는 아니었음을 알았고, 이에 대해 내 생각을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나는 기타 연주 중에서도 블루스를 정말 좋아해서 틈이 날 때마다 블루스 기타 연주를 들었다. 계속해서 연주를 듣다 보니 기타의 톤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됐고, 즉흥 연주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기타리스트들은 어떤 지식을 기반으로 연주하는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기타에 흥미를 갖고 알아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됐고, 다양한 연주를 찾아 들을수록 연주자마다 지닌 스타일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점차 빠르고 화려한 연주보다 창의적이고 표현력이 짙은 연주를 찾게 됐고, 흔한 멜로디를 화려하게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보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표현력이 좋은 기타 연주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한 번은 John mayer라는 기타리스트가 버클리 음대생들 앞에서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특정한 멜로디 라인에 학생들이 환호하였다. 2년 전 처음으로 그 영상을 보았을 때는 학생들의 환호를 이해할

지곡골목소리 | 박준호 / 기계 14 | 2016-09-07 17:53

내가 페미니즘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여중, 여고라는 성별 제한적인 환경에서 자란 나는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야 남녀 사이의 권력관계와 그로 인한 차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접했고 이와 동시에 사회에 깔려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시선까지 알게 되었다. 내가 페미니즘 공부를 막 시작했을 무렵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빌리고 있었는데 함께 도서관에 왔던 친구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제목만 보고 한껏 찌푸린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나는 내가 잘못된 학문을 공부하는 것인지 움츠러들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후 한동안 나는 부정적 인식이 두려워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말하지 못했다.페미니즘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이 학문에 대한 숱한 오해들로부터 온다. 여성만을 위한 학문, 남성의 권리를 고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침해하기까지 하는 학문. 페미니즘의 목적은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역할을 바로잡는 데에 있다. 과거로부터 행해진 가부장제를 타파하고 제도적 불평등을 바로잡을 뿐만 아니라 남자는, 여자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과 개인의 속성을

지곡골목소리 | 지은경 / 화학 12 | 2016-06-01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