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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말자. 새해가 밝으면서 시간이 점점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이 소중한 시간을, 힘들었던 모든 순간을 계속해서 후회하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하지만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후회하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쌓여가기에 이를 견디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나는 이렇게 쌓여가는 순간들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봤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나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결과로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제부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본다면 이 순간들은 지금의 더 현명해진 나의 모습을 만들어준 중요한 경험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글을 작성하기 전 과연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의 경험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거나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내가 대학교에 와서 겪었던 힘들었던 부분과 이를 극복한 경험을 나눠 보려고 한다.우리는 많은 사람을 봐오면서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고 대학교에 와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두터워지는

지곡골목소리 | 노유진 / 화공 16 | 2019-02-11 23:59

지난 학기 서울대학교 교류 학생으로 지내면서 우리대학과의 많은 차이점을 발견했다. 두 학교 모두 각각의 강점이 뚜렷해 딱히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지만, 딱 한 가지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기초 과학 분야를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서울대에서 수강한 진화생물학 과목의 담당 교수님께서는 관악산 곳곳을 다니며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분이셨다. 놀랍게도 우리대학 생명과학과에는 이분처럼 실험실 밖의 자연 현장을 연구하는 교수님이 아무도 안 계신다. 생명과학자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들 떠올리는 자연을 누비고 동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는 우리대학에 없다. 수업 과목도 마찬가지다. 실험실 밖의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딱 하나 ‘생태학’이 있는데, 담당 교수님 두 분의 전공은 생태학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대학 생명과학과 학생들은 모든 생명현상의 기본 개념인 진화를 깊이 있게 배울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한다. 그저 실험실 안에서의 생물학만 배울 뿐이다.이것이 생명과학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학과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졸업한 과학고등학교 천문대의 주 망원경은 32인치 리치 크레티앙식 망원경으로, 학교에 설치될 당시 우리나라에서

지곡골목소리 | 곽민준 / 생명 15 | 2019-01-05 01:33

우리대학 김용민 전 총장은 “기초를 튼튼하게 하고 새로운 것은 흡수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준비를 시켜서 내보내는 것을 강조한다”라며 모든 학생이 기초필수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18학번 학우들은 대부분 이미 짜인 커리큘럼에 따라 기초필수 과목을 수강한다. 하지만 우리대학 18학번 학우들 사이에서 학업에 부담을 느끼고, 수업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현재 1학년인 18학번 학우들이 듣는 과목이 거의 모두 기초필수 과목임을 고려하면 기초필수 과목 커리큘럼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기초필수 과목에는 △미적분학Ⅰ △미적분학Ⅱ △일반물리Ⅰ △일반물리Ⅱ △일반생명과학 △일반화학Ⅰ △프로그래밍과 문제해결 △일반물리실험Ⅰ △일반화학실험Ⅰ △학과탐색으로 총 11과목이 있다. 여기에 기초선택 과목 5학점을 더하면 총 30학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권장하는 커리큘럼에 따르면 △대학생활과 미래설계Ⅰ, Ⅱ △체력관리 △기초영어1 △글쓰기가 더해져 총 39학점이 된다. 한 학기 평균 19.5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이 16~18학점을 선호하는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은 양이다. 막 대학교에 진학해서 적응할 시기에 많은 과목을 수강하면

지곡골목소리 | 정혜일 / 무은재 18 | 2018-12-12 14:22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저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녀는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에 대해 저서에서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며, 근면성 자체는 절대 범죄가 아니지만,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고 말했다. 아이히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자체에는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 악이 절대적이고 먼 것이 아니며, 우리가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충분히 사고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의 평범성’이 모두가 악을 저지를 수 있다고 해서 악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악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외적 구속과 억압의 부재 상태’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소극적 의미의 자유로, 더 나아가 적극적 의미의 자유를 지

지곡골목소리 | 김기환 / 기계 15 | 2018-11-29 11:26

한 해가 끝나가던 2017년 12월 31일, 나는 장례식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암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셨는데, 이번 겨울에 감기에 걸리셔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친척들은 이미 와 있었고, 나는 조문을 하고 친척들과 둘러앉았다. 때가 되어 입관식을 하는 시간이 됐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 입관식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날 처음으로 죽은 사람을 실제로 봤다. 옆에서 작은할머니와 그의 아들딸은 오열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소중한 사람이 죽는 것이었다. 죽음 앞에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가 비참할 뿐이었다.사람은 죽는다. 이것만큼 자명한 진실은 없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왕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나,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나 비참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 모두 죽었다. 또한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걸어가는 삶이다. 나는 그날 장례식장에서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항상 지금의 모습처럼 살아갈 것 같지만 나도 늙어 쇠약해지고, 숨이 끊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죽음을 거부할 수 없는 우리는

지곡골목소리 | 박건 / 생명 17 | 2018-11-07 15:04

요즘 우리 대학생들은 빠른 삶을 강요당한다. 특히 취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휴학은 죄악처럼 취급된다. 주변 사람들은 이들에게 남들보다 1년 뒤처지고, 쉬지 않고 달린 사람들의 뒤를 쫓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휴학은 온갖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이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러나 이렇게 바쁘게만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기 마련이다.우리대학은 대학원 진학률이 높기 때문에 취직 걱정을 하는 사람은 적지만, 과제와 공부에 지쳐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항상 공부하고, 빠르게 돈을 벌고, 잠도 자지 못하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대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는 모든 상황이 극한에 달했다. 공부에 지칠 대로 지치고, 여러 가지 부담감이 합쳐지면서 오로지 휴식만을 갈구하게 됐다. 내 3학년은 모든 것을 하기 싫은 상태에 빠져서 매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의 연속이었다.지칠 대로 지친 나는 쉬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달리기만 해온 내게 휴식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휴식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일종의 도피로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바쁜 삶의 도피로

지곡골목소리 | 송창훈 / 컴공 14 | 2018-10-11 00:20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 그 누구도 거북이가 토끼보다 느린 것에 , 목련이 장미보다 일찍 개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유독 서로의 속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을 하지 못한다. 옆의 사람들은, 사회는, 우리에게 항상 빠른 것을 요구한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말이다. 나는 한결같이 느린 사람이었다. 보통의 아기들이 첫 돌 무렵이나 그 직후에 걷기 시작할 때, 여전히 나는 기어 다니기만 했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서야 불안한 첫걸음을 뗐다. 유치원의 미술 시간이 끝난 후에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붙잡고 있던 아이는 나뿐이었고, 급식을 가장 늦게 먹는 아이도 나였다. 걷거나 뛸 때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건 항상 익숙했고, 몸이 아파도 한참 뒤에 알아차릴 정도였다. 하지만 6살의 나는 남들보다 느린 속도를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옆자리의 아이가 “너는 왜 이렇게 느려? 밥은 빨리 먹어야지. 여기에서 너만 느리잖아”라고 말했다. 그때야 어렴풋이 나는 내가 느리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

지곡골목소리 | 강주은 / 컴공 17 | 2018-09-19 18:59

고등학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핀잔 중 하나가 ‘너의 것부터 먼저 챙겨라’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다른 친구의 고민 들어줄 시간에 공부해서 나의 성적을 올리라는 말씀이었던 듯하다. 2학년이 되자, 나의 미래는 매일 같이 성적표가 그려내는 피상적인 환상 속에 이리저리 재단되었다. 때로는 그런 생각들에 동화되어 곁에 있는 누군가를 꺾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 홀로 앞서나가고자 달려가는 길 위에는 아킬레스건이 찢어질 듯한 고통만이 남게 됨을 느꼈기에, 결국 경쟁이라는 지독한 구조에 대한 완벽한 회의주의자가 되었다.성과주의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나는 주도적인 활동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생님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채, 오히려 함께 성장해가는 것의 가치를 느꼈던 순간들을 자기소개서에 꾹꾹 눌러 담았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꽤나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고, 남을 도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심으로 대했던 경험들이 대학교에 가서는 큰 자산으로 사용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원서를 제출하는 순간까지 ‘과연 성적보다 협동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그럼에도 이런 나

지곡골목소리 | 문경덕 / 산경 15 | 2018-05-10 15:37

공학도건 아니건 특이점(Singularity)이 다가온다거나, 인공지능이 인류를 파괴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특이점은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 혹은 인류 전체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하는데, 해묵은 논쟁이라 슬슬 질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주장한 특이점이 2045년이므로, 향후 27년간은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논쟁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우선, 필자는 별 조치 없이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보는 낙관론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말의 가능성에 몸을 맡기기에는 마주 선 위험이 너무 커다랗기 때문이다.그러니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갖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우리가 살아남을 길을 살펴보자. 일단, 인공지능에 굴복하고, 인간답게 대우해달라고 비는 방법이 있다. 필자가 봤을 때 이 방법은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귀여움의 영역’에 인간도 포함됐을 때만 성공할 것이다. 인간들도 흉측한 동물의 멸종 여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귀엽지도 않은 해충들이 살려달라고 빌어봐야 스프레이를 꺼내 드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인간을 귀엽다고 느낄만한 자료를

지곡골목소리 | 하현우 / 전자 16 | 2018-04-18 17:31

“포스텍은 소수 정예의 과학기술인을 양성하는 연구중심 대학으로는 1호 벤처 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텍을 설립한 포스코도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1호 벤처기업입니다” 포스텍 기업가센터 센터장 최인준 교수님의 말씀이다. 2015년 이후로 기업가정신 융합부전공을 중심으로 학교의 창업 지원이 활발해졌다. 그 예로 매년 과매기(과하게 매력적인 기술창업의 준말), 기업가정신 POKAS(우리대학, KAIST, 서울대) 공동캠프 등 다양한 창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이런 학교의 노력만큼 동문들도 ‘APGC’, ‘폭풍의 언덕’과 같은 동문기업 단체를 중심으로 우리대학의 창업 생태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APGC-Lab은 APGC의 지원으로 우리대학 출신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 주도로 진행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이다. 우리대학 구성원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구성원과 동문 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한 간접적인 스타트업 체험도 제공한다.필자는 2017년도 2학기부터 지금까지 2학기째 APGC-Lab 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창업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까 고민하고,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곡골목소리 | 박진성 / 산경 16 | 2018-03-28 13:20

지난 학기 ‘현대 한국문학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매시간 다양한 단편 소설을 텍스트로 해,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다.내가 선택한 단편 소설은 윤이형 작가님의 소설집인 ‘러브 레플리카’에 수록된 ‘루카’였다. 나는 ‘사랑’과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 숨 쉬는 관계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 있는 퀴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이 텍스트를 선택했다.이 소설의 제목인 ‘루카’는 소설 속 ‘딸기’로 불리는 ‘나’가 ‘예성’인 ‘너’를 부르는 별명이다. ‘딸기’와 ‘루카’는 퀴어 커뮤니티의 별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섬세한 호흡이 담긴 이들의 대화를 짚어가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화 속 질문과 대답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떤 질문에 대해 때로는 답을 하고, 때로는 답을 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었다.대화를 이어나가지 않는 것은 소극적이고 소통을 하지 않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대답하지 않음’의 행위는 단순한 소통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답을 하지 않음’을 취하는 경우에는 그 질문이 존재에 관한 질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존재는 누군가에게 때로는

지곡골목소리 | 이슬기 / 화학 16 | 2018-03-07 13:52

읽히지 않는 리포트,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참여가 저조한 행사. 사람은 ‘무관심’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는다. 특히 참여가 저조한 행사는 들인 노력이나 소요된 예산도 문제지만, 회원들은 회비를 납부할 이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행사를 마련할 동기를 잃게 되면 최종적으로 단체가 회원들에게 기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생명과학과는 두 가지의 큰 학생 사업이 참여 부족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취소된 생명과학과의 사업은 크게 가을 산행과 생쇼(신입생들의 장기자랑 행사)로, 학우들의 참여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행사였다.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주최 측은 기획 과정에서 회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수요를 파악하여 회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사를 만들곤 한다. 다만 지난 391호 신문의 지곡골목소리는 생명과학과 일부 행사들이 취소된 원인에 대하여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어 지면을 통해 덧붙이고자 한다. 가을 산행의 경우, 2017년뿐만 아니라 2015년과 2016년에도 1차, 2차 수요조사에서 참가인원이 매우 부족했다. 이에 학과 선배들이 저학년생들에게 ‘앞으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8-02-09 13:37

2016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학점교류가 시작된 해이다. 학점교류는 우리대학에서 반복된 전공 공부에 지친 필자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기회로 느껴졌고 그렇게 1년간의 서울 생활이 시작됐다. 독어독문과 수업에선 괴테의 파우스트를 낭독하고 교수님의 서원에서 하룻밤을 자기도 했고, 디자인과 수업에선 직접 폰트를 만들고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여름방학 합숙을 통해 연주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더불어 연합동아리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탄핵 촛불집회에도 참여했으니 알찬 1년, 기억에서 잊지 못할 대학 생활 1년을 보냈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서울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전공과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서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사회는 우리대학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곳도 특수한 집단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 같은 주제에 관해 얘기할 때도 어떤 사람은 외교적 관점에서, 또 어떤 사람은 철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생각 차이가 아닌 본질적인 사고 방향의 차이였다. 서로가 접하는 것이 달랐기에 사고의 틀이 차이 났고, 여기서 또

지곡골목소리 | 도승원 / 전자 13 | 2018-01-01 19:46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을 살펴보면, 올해는 작년보다 학생들의 개인성이 뚜렷해진 것만 같다. 특히 이는 학과 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 보이며, 잠깐 생각해보아도 이러한 현상을 찾는 게 어렵지만은 않을 정도로 만연한 듯하다.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생명과학과는 전통적으로 산행을 통해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선후배 간의 친목 및 여러 상담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가을 산행의 경우, 학부생의 저조한 참여율 탓에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행사는 할 필요가 없다’라는 결론이 내려져 취소됐다. 시험 및 과제 때문에 바쁘다는 의견이 있어서 공식적인 시험 기간의 다음 주 주말로 일정을 변경하였었다. 산행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있어서 둘레길 산책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여러 피드백을 수렴하여 행사에 반영했지만, 올해의 행사마다 여전히 참여율은 저조했다. 과제를 할 때나 시험 기간에는 과 동기나 선배, 교수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도 과 행사에 대한 참석 여부를 물어보면 그저 바빠서라든지, 과 학생들과 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의 타당성을 저울질하지는 않겠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생들의 개인

지곡골목소리 | 김성빈 / 생명 16 | 2017-12-06 01:02

어린 시절이면, 누구나 한 번쯤 방학 계획을 세워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흰 도화지에 컴퍼스로 큼직한, 둥근 원을 그리고 반듯한 자를 대어 절반을 꿈나라로 떼어먹고, 나머지를 조금 떼어 ‘컴퓨터 게임’, ‘영어학원’과 같은 녀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둥글둥글한 계획표는 꼭 빵 덩어리를 닮았었다. 나이를 더 먹고 나서는, 빵을 더 잘게 쪼개어 이름 모를 것들에게(아마도 수학, 영어 단어, 혹은 한자 암기 따위였을 것이다) 떼어 주었고, 부스러기만 어지럽게 쌓여 더 나눠줄 빵이 없어졌을 때는 내일의 빵을 그려서 나눠주곤 했다. 빵을 그리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시간을 잘게 쪼개는 데 익숙해졌다. 전공을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무언가에게 주지 않는 일이 어색해졌다. 우연히 내 시간을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손아귀에 남아 있던 시간을 아무렇게나 먹어 버리고는 ‘참 이상한 날이다’ 하고 생각했다.그러다 문득, 아무도 내 시간을 가져가지 않는 날이 늘었을 때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내 시간을 모조리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7-11-01 14:36

이번 여름방학에 전자전기공학과 3학년 학생 중 SES 프로그램 참여 학생에게 제공되는 글로벌 기업 탐방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다녀왔다. 학생들은 우리나라 기업에서의 경험과 함께 미국의 기업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미국의 문화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글로벌 기업 탐방 이후 진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하고자 한다.내가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다. 지각이나 결근, 퇴근 시간 이전에 회사를 나가면 많은 불이익이 있었다. 공동체 생활에서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엄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글로벌 기업 탐방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회사들은 시간적 제약이 거의 없었는데, 본인의 능률이 가장 좋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었다.업무 면에서도 미국에서 본 것과 한국 기업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가 일했던 기업에서는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업무에 관해 능동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능력이 된다면 본인이 새로

지곡골목소리 | 고병은 / 전자 15 | 2017-09-20 07:33

다들 시험 기간에 돌입해서 바빴던 어느 날, 나는 기숙사 휴게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대화 상대 없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일단 TV를 켰다. 시끄러운 배경음악,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나오는 채널을 피해 강의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멈췄다. 한 중년의 강사가 사람들 앞에서 ‘용건 없는 안부 전화’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껏 나는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를 거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은 물론 본인의 시간까지 빼앗는 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알맹이 없이 대화하는 것 자체가 한량 같다고 생각했었다. 격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사이에게는 휴대폰의 메신저를, 격을 갖추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전화를 걸거나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일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현대 문명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손안에 휴대폰을 쥐면 누구든지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제 나는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 보다 카카오톡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내려보는 것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게 편해졌다. 그런데 용건 없는 안부 전화라니.곰곰이 생각해보면 ‘용건’ 있는 ‘안부’라는 말

지곡골목소리 | 김예슬 / 신소재 15 | 2017-09-06 22:54

끝없이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학기, 오직 종강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렇게 공부만 한다는 이미지의 우리대학에도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기는 기간이 있는데, 바로 5월에 있는 해맞이한마당(이하 축제) 이다. 올해 축제는 모토가 YOLO(You Live Only Once), 즉 제대로 즐기자는 것이었다. 모토에 맞게 친구들과 밤새도록 흥이 넘치게 축제를 즐기고 방에 들어와, 흥이 가시기 전에 이 글을 쓴다. 어제, 그러니까 축제 첫날 밤에 과 춤을 구경했다. 우선, 멋있는 공연을 위해 한 달간 매일 밤 연습한 17학번 학우들과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준 16학번 학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필자도 신소재공학과 15학번이라 나인뮤지스의 ‘드라마’라는 노래에 맞춰 재작년에 과 춤을 추었다. 17학번들의 공연을 보니, 2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 힘들었던 일과 즐거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과 춤은 단점이 있다.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1학년 때가 가장 버겁다”라는 말에 공감 할 것이다. 들어야 할 기초필수 과목 수가 많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중간고사 기간이 찾아온다. 시험이 끝나고 이제 숨을 좀 돌릴 즈음에, 한 달 동안 매일 3시간씩 춤 연습을

지곡골목소리 | 김재현 / 신소재 15 | 2017-05-24 16:48

문화는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짓는 큰 특징 중 하나다. 다른 고등동물들의 집단에서도 문화가 관찰되나, 복잡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갖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는 인간의 문화가 대를 이어가며 사회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회집단에 자리 잡는 문화를 살펴보면, 그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오스트리아로 단기유학을 와서 우리나라와의 문화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신속한 일 처리와 24시간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식당과 바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문을 닫는다. 관공서와 은행은 평일에만 저녁 전까지 운영되며 업무 진행 속도도 매우 느리다. 은행 이체에만 며칠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마트도 오후 8시 이후로는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필자가 그렇듯, 우리나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매우 답답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것이다.그러나, 이런 모습의 이면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가짐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저녁시간 이후를 가족과 보내기 때문에 야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날씨 좋은 날 오후의 공원은 가족, 친구들

지곡골목소리 | 강태엽 / 수학 14 | 2017-04-07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