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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디즈니+를 통해 지난해 선보인 애니메이션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에서는 지난달 20일 개봉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어른도 눈물을 훔치게 하는 스토리로 이름난 제작사인 만큼, 이번에 선보인 ‘소울’ 또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다.영화 도입부부터 들려오는 재즈풍의 음악은 영화 초반의 몰입감을 높인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프로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중학교 시간제 교사다. 그에 맞춰 중요한 장면에는 때로는 잔잔하기도, 때로는 경쾌하기도 한 재즈가 함께 울려 퍼진다.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배경들도 눈길을 끈다. 현실 세계에서는 푸근한 이발소와 익숙한 교실을 보여줬다면, 저승에서는 웅장한 우주와 신비로운 파스텔 톤의 배경을 보여준다. 저승에서 등장하는 인물들도 피카소의 그림을 본뜬 듯한 이질적인 모습이다. 이런 배경의 대비와 그에 맞는 음악들이 영화를 더욱 더 흥미롭게 만드는 듯하다.작품 주제는 크게 말하면 인생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경쾌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재즈 선율처럼, 삶의 목적이 명확한 조를 보여주다가도, 목적에 집착하다가 삶과 단절된 ‘길 잃은 영혼’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

포스테키안의픽 | 소예린 기자 | 2021-02-28 03:15

코로나19로 신작 가뭄을 앓고 있는 극장에 영화 ‘이웃사촌’이 지난해 11월 25일에 개봉했다. 이웃사촌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가택 연금 형을 받은 야당 총재 이의식의 이웃으로 도청팀이 파견돼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담는데, ‘7번방의 선물’을 맡았던 이환경 감독(이하 이 감독)이 총괄했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두 남자의 우정과 교감, 가족의 소통을 먼저 생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 연금 사건이 떠올랐다”라며 영화의 모티브가 김대중 전 대통령임을 밝혔지만,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은 것은 아니기에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의식이라는 배역에 특정 인물을 투영하지 않고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레트로 감성의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점은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였다. 특히 한때 ‘천만 요정’이라는 타이틀로 활약했던 배우 오달수는 이번 영화에서 이의식을 연기했는데, 과거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진중한 연기가 돋보였다. 평소 오달수가 맡은 배역은 대부분 정겹고 웃긴 캐릭터였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가족과 이웃에게 정 많고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웃음기 하나 없이 연기했다. 이에 반해

포스테키안의픽 | 손도원 | 2021-01-02 19:42

‘헌터 킬러’는 공격 잠수함을 일컫는 말로, 다른 잠수함을 탐지하고 격침하는 잠수함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실제 활동 중인 미국의 LA급과 버지니아급, 러시아의 아쿨라급 공격 원자력 잠수함이 등장한다. LA급 잠수함이 러시아 영해에서 아쿨라급 잠수함을 추적하던 도중, 아쿨라급 잠수함에서 의문의 폭발이 발생하게 되고 곧이어 LA급 잠수함도 어뢰에 격침당하고 만다. 미 해군사령부에서는 러시아의 이 난데없는 도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주인공 조 글래스를 함장으로 임명하고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파견한다.러시아 해군기지에 잠입하기 위해 기뢰 밭을 뚫고, 최종 보스인 우달로이급 구축함을 맞닥뜨리는 장면은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박진감이 넘친다. 잠수함에서 소나 음이 들려오면 그 긴장감은 배가 된다. 최근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짜 사나이’ UDT의 미국 버전인 네이비 실 부대원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사실 일반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잠수함의 운명을 적국 함장에게 맡기는 등 주인공의 행보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런 그의 행동은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두가 이성적인 판단을

포스테키안의픽 | 유민재 기자 | 2020-09-03 15:58

공학 분야에서 현대 사회의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의 개인화에 대한 확신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전기 자동차가 미래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미래의 사회현상과 공학적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 ‘에이트’는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이지성 작가의 고찰이 담겨있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의 도래에 따라 대부분의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기에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타심과 창의력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이지성 작가가 강조하는 ‘생각하는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강한 경각심에 한동안 책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로는 책에 나온 대로, SNS와 디지털 미디어를 줄이고, 인문학 책을 빌려 읽어보는 등 내 삶과 미래에 더 관심을 두게 됐다.한편, 작가가 제시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이 너무 인문학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미래

포스테키안의픽 | 문병필 기자 | 2020-07-14 19:14

작년 겨울,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궜던 다크 판타지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 바로 ‘위쳐’ 시리즈다. ‘위쳐’는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판타지 소설 ‘더 위쳐’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넷플릭스의 2019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리즈 ‘위쳐’는 28일간 7,600만 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시즌 1 시청자 수’ 중 역대 최대 기록이라 밝혔다.시리즈 ‘위쳐’는 엘프와 노움, 인간, 괴물이 공존하는 암흑의 시대를 배경으로 괴물 사냥꾼 위쳐 ‘게롤트’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왕족 ‘시리’, 마법사 ‘예니퍼’가 만나 재앙과 맞닥뜨리며 펼쳐지는 서사시를 그렸다. 작중에서 위쳐는 생존율이 극악한 인위적인 돌연변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괴력을 소유하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전투형 인간이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냉철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위쳐 중 한 명인 리비아의 게롤트는 인간과 공존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괴물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으로 살아간다.이 작품의 세계관은 어둡고 암울하며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더 작은 해악에 대한 선택과 딜레마

포스테키안의픽 | 최수영 기자 | 2020-07-06 21:51

지난달 22일,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영화관에서 개봉됐다. 동아일보에 1990년 8월부터 매주 연재된 동명의 실화 연재물을 영화로 각색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10.26 사건이 일어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0.26 사건은 김재규(이병헌 분)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이성민 분) 전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1979년 10월 26일 서울특별시 궁정동 안가에서 일어났다.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통령 경호실장인 차지철을 암살한 이유로 다양한 추측들이 존재한다. 대통령 경호실장인 차지철과의 권력 암투 과정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던 김재규가 충동적으로 범행을 일으켰다는 가설, 박정희 정권의 핵 개발 추진으로 인한 한미관계 악화로 미국이 암살을 조장했다는 가설 등이다. 영화 속에서도 김재규의 그런 다양한 고뇌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보좌하는 대통령을 암살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그가 짊어져야 했던 무게와 갈등은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내용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영화이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 이병헌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 이전 작품의 습관이

포스테키안의픽 | 문병필 기자 | 2020-02-13 23:26

끊임없이 쏟아지는 과제부터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까지, 많은 대학생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한다. 그런 당신에게 때로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심 어린 충고를 전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글배우 작가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힘든 세월을 이겨내고 작가가 되기까지의 경험,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민상담소인 ‘글배우 서재’에서 상담을 하며 얻은 경험을 통해, 차가운 현실과 바쁜 일상에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이 책은 글배우 작가 특유의 문체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때로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너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곱씹어보고 고민해보면 그 의미와 가치를 깨닫곤 한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거나, 삶의 작은 활력 혹은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나아가 작가는 무기력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상처가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의 특징과 그 원인을 언급한다. 그중에 나 혹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진심 어린 조언

포스테키안의픽 | 손도원 기자 | 2020-01-05 19:29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삭연히 떨어지는 요즘, 머릿속에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다. 황금빛 무대 위에서 쓸쓸한 노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뮤지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이다. ‘호프’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반환을 놓고 진행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에바 호프의 재판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왜 호프가 30년째 재판을 하는 동안 그토록 원고를 뺏기지 않으려 했는지에 집중해 그녀의 인생을 풀어냈다.막이 오르면 재판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과거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때 흥미롭게도 두 명의 다른 배우가 각각 ‘과거 호프’와 ‘현재 호프’를 연기해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한 무대 위에서 보여주며, 현재 호프는 과거의 사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가령 엄마에게 폭언하는 과거 호프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호프는 과거의 자신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물론 그 외침은 닿지 않으며, 이런 단절은 현재 호프의 후회를 더욱 강조한다. 오직 원고만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호프는 큰 회의를 느낀다. 재판은 원고가 이스라엘 도서관에 넘겨지도록 판결이 나고, 호프가 앞으로의 삶을 원고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포스테키안의픽 | 박민해 기자 | 2019-12-05 12:57

‘아바타’ 이후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SF영화 ‘인터스텔라’. 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감동적인 스토리 이면에 탄탄한 과학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의 저서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 일행의 우주 대여행기가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닌 진짜 과학을 기초로 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쿠퍼의 여행은 웜홀로부터 시작한다. 웜홀은 먼 거리를 돌아가는 대신 구멍을 통해 다른 시공간으로 곧장 이동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웜홀은 수명이 아주 짧아 물질이 통과하기 훨씬 이전에 두 개의 특이점으로 나누어져 버린다. 웜홀이 지속해서 열려있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음의 질량을 갖는 ‘별난 물질’을 모아 놓아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과학적 사실을 ‘그들이 웜홀을 열어놓았다’라는 표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가만히 있던 책이 떨어지거나, 시곗바늘이 제자리에서만 움직이는 등의 중력 이상 현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 가미된 장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양자 중력 이론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쿠퍼가 블랙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5차원

포스테키안의픽 | 유민재 기자 | 2019-11-08 15:35

‘애드 아스트라’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아 해왕성으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나는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 영화를 생각하며 영화관에 들어섰으나, 우주는 영상미를 더하는 장치일 뿐이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주인공인 미 육군 소령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 분)의 아버지는 영웅으로 기억된다. 그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태양계 바깥으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지구로 돌아가려는 승조원들을 모두 죽이고, 고집을 꺾지 못한 채 해왕성에서 30여 년을 혼자서 연구하고 있었다. 가족들을 지구에 내버려 두고 우주 저 멀리에 간 그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가 그것뿐이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로이는 영화 초반부부터 아버지를 영웅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로이는 아버지를 닮았다. 로이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자신과 아버지의 같은 면을 발견하고 성찰한다. 결국, 로이는 아버지를 만난 뒤 혼자 지구로 돌아오면서 말한다. “아버지는 없는 것을 찾느라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구로 돌아온 로이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우리대학 학우들도 저마다의 원대한 꿈을 좇느라

포스테키안의픽 | 이민우 기자 | 2019-10-18 17:33

뮤지컬 ‘영웅’이 10주년을 맞이해 기념공연이 열렸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에 개막한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전체적으로 안중근 의사의 한국 독립 의지를 보여주며 이토 히로부미 사살부터 사형 집행까지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했지만, 부분적으로 가상 인물을 더해 극의 신선함과 재미를 더한다. 탄탄한 이야기와 더불어 음악과 가사가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독립 의지를 다질 때는 웅장하고, 일본 경관에게 쫓길 때는 다급하고, 고뇌할 때는 복잡한 느낌을 주는 선율이 흐른다. 음 위에 배우가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면 관중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극대화된다. 또한, 역동적인 노래와 함께 배우들의 화려한 안무, 장면마다 바뀌는 무대 배경, 인물의 심리와 내면을 부각하는 다채로운 조명도 감정을 극대화한다. 추격하는 막에서는 대사 없이 음악만 나오고 배우들이 액션만 하는데도 긴장감이 맴돌고 배경이 계속 바뀌어 실제로 도망가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여기에 빨간 조명을 사용하여 공포감까지 조성한다. 그래서 ‘영웅’을 보면 뮤지컬의 특색을 잘 살린 동시에 공간의 한계까지 극복했다는 생각이 든다.그동안

포스테키안의픽 | 백다현 기자 | 2019-09-05 19:44

자폐아 아들과 함께 사는 제스(멜리사 조지 분)는 칭얼거리는 자신의 아이를 진정시킨 후 친구들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왠지 모를 찜찜함에 여행을 망설이지만, 친구인 그렉(마이클 도어맨 분)의 설득으로 함께 요트 여행을 가기로 했다. 토요일인데도 제스가 본인의 아들을 함께 데려오지 않은 것에 빅터(리암 헴스워스 분)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그렉은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넘기며 제스를 향한 분위기를 전환한다. 즐거운 여행 중 그들은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난 후 표류했지만, 다행히 유람선에 탑승하며 영화가 진행된다.탑승한 유람선에는 시시포스에 대한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단순한 소품이 아닌,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고로 시시포스가 누구인지 안다면, 영화의 이해가 쉬워진다. 시시포스는 제우스가 강의 신인 아소포스의 딸 아이기나를 납치한 것을 목격하고 아소포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후 대가로 도시를 위한 샘물을 얻게 됐다. 이를 알게 된 제우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죽음의 신인 타나토스를 시시포스에게 보내지만, 시시포스의 꾀로 인해 타나토스는 지하실에 갇히게 된다. 이후 아레스에 의해 지하실에 갇힌 타나토스는 풀려나고 시시포스는 저승에

포스테키안의픽 | 손주현 기자 | 2019-06-13 13:42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서유기를 모티프로 삼은 이야기와 함께 한자도 배울 수 있어서 만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학부모들도 지갑을 열었다. 이번에 소개할 ‘일하는 세포’도 세포를 사람으로 묘사한 학습만화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하고도 정교한 몸속 세계, 주인공 적혈구는 오늘도 열심히 세포에 산소를 나눠주고 이산화탄소를 받아온다. 하지만 이 적혈구는 심각한 길치라서 중간에 자꾸 길을 잃고 사건에 휘말린다. 세균을 마주치기도 하고, 꽃가루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적혈구가 이런 위기를 만날 때마다 또 다른 주인공 호중구가 항원을 탐지해 적혈구를 구해준다. 적혈구와 호중구를 중심으로 귀여운 혈소판, 거친 킬러 T세포, 두 얼굴의 대식세포, 노련한 NK세포 등 다른 혈구들도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 작품은 비유를 통해 만화적인 재미도 챙기면서 동시에 세포의 특성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호중구가 항원을 탐지하는 것은 호중구 머리의 판이 곤두서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 밖에도 기억세포는 예언자처럼 표현되고, 재채기는 로켓으로 묘사되는 등 작품 곳곳에서 흥미로운 설정을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은 ‘일하는 세포’이지만, 내용은 혈구

포스테키안의픽 | 김성민 기자 | 2019-04-24 13:39

‘타노스에 대적할 초강력 히어로의 등장’ 영화 ‘캡틴 마블’은 수많은 마블 팬들이 극장을 찾게 만들기에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베일에 가려졌던 어벤져스 스토리의 과거가 밝혀지는 동시에, 오는 4월에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향한 열쇠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이다.영화는 크리족의 전사로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가 스크럴과의 전쟁 임무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임무 도중, 지구에 불시착한 캐럴은 지구에서 살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찾아 나간다. 영화 초반에는 단편적인 회상 장면과 전투 장면으로 긴장감이 적었을 뿐 아니라 스토리를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상상도 못 한 형태로 맞춰지는 퍼즐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진행으로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각성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히어로 영화 특유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90년대 풍경의 재현과 색다른 매력의 고풍스런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특별한 재미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정체불명의 매력

포스테키안의픽 | 장호중 기자 | 2019-03-29 16:56

코르셋(Corset)이란 가슴부터 엉덩이 위까지, 배와 허리를 졸라매어 체형을 보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착용하는 여성용 속옷을 말한다. 최근 들어 쓰이는 코르셋이란 용어는 사회적 의미로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여성에게 사회적인 ‘여성성’을 따를 것을 강요하거나, 이를 무의식적으로 당연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뜻이 확장됐다.‘오늘은 오전 수업 없으니까 1시간 전에 일어나서 씻고 옷 고르고 머리 드라이하고 입술 바르고 나가야지’, ‘니트랑 치마를 샀는데 어울리는 가방이랑 신발이 없네’, ‘나는 턱이랑 다리만 좀 고치면 더 예뻐질 텐데’위에 있는 말들은 내가 지난 1학기 때 일상적으로 했던 생각들을 나타낸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온 나는, 분홍색만을 좋아하진 않지만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저체중이었던 때에도 허벅지에 있는 살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밥을 굶던 아이였다. 이렇게 주체적 코르셋을 나 자신에게 씌우면서도,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나 성 상품화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입술을 좋아하는 색으로 칠하고, 춥고 불편해도 예쁜 치마를 입는 나의 모습은 내 가치관과는 모순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하나씩 코르셋을

포스테키안의픽 | 김주희 기자 | 2019-02-28 03:00

뮤지컬 ‘웃는 남자’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주인공의 입이다. 기이하게 찢어진 입을 보면 자연스럽게 제목의 의미를 유추하고 극의 분위기를 예상해볼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그윈플렌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사용될 기형아를 찾던 인신매매단에 납치당해 입이 찢기고 그들에게 버려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후 그윈플렌은 눈먼 갓난아이 데아와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 유랑극단으로 활동하다가 조시아나 공작 부인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극 중 그윈플렌이 조시아나 공작 부인에게 하는 대사이다. 아마도 이 대사가 웃는 남자라는 뮤지컬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한 문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극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귀족과 평민 계층 간의 갈등은 이 한 문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이 같은 갈등은 평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극 중 앤여왕의 노래 중 자신들은 상위 1%의 사람이며 나머지는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가사에서도 현대사회가 연상된다.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포스테키안의픽 | 김영현 기자 | 2019-02-12 00:01

나폴레옹 전쟁 당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해 연구하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난다. 앙리는 빅터의 연구에 동참해 생명 창조 실험을 함께한다. 연구 끝에 빅터는 앙리의 희생을 통해 생명을 창조해내고, 그 피조물이 바로 ‘괴물’이다. 괴물은 세상에서 인간 취급은커녕 학대받으며 살아간다. 자신에게 끔찍한 외로움을 겪게 한 빅터에게 애증의 복수를 한다.빅터는 과학은 생태계를 뛰어넘고, 생명은 과학기술로 창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신념 아래, 그는 생명을 창조해낸다. 그러나 창조된 생명은 그가 생각했던 인간이 아닌 괴물이었고, 괴물은 그의 주변 사람들을 앗아갔다. 괴물은 앙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재탄생된 순간 더는 앙리가 아니다. 생로병사를 거치며 비로소 인간의 정체성은 유지되고,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만들고, 병을 제거하기 위해 치료법을 개발한다. 또한, 노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계속해서 더 오래 살고자 한다. 인생의 당연한 순서로 여겨지는 생로병사를 과학기술로 뛰어넘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포스테키안의픽 | 정유진 기자 | 2019-01-05 01:35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 선진국 그룹 OECD 가입, 경제 성장률 최대치 기록.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등극하며,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던 1997년,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렸다.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구(이하 IMF)와의 협상을 위한 비공개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외환위기가 한국을 강타하기 일주일 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에서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크게 3개의 줄거리가 평행을 이루며 진행된다.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시현과 그에 대립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 △위기를 예견하고 위기에 투자하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 △가족과 공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준호 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편집된 세 갈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마치 내가 신이 돼 그 사태를 직접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그 당시 실제 TV에 방영됐던 뉴스나 영상, 신문 기사 등은 사태의 비극성을 보다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장치였다.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나치게 이분법적

포스테키안의픽 | 장호중 기자 | 2018-12-12 14:23

‘조금만 더 읽고 자자. 조금만 더…’어느 새벽, 나는 결국 이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장장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만든 이야기는 참 무섭게도 흥미로웠다.배경은 중세 계급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세계다. 모든 국민들은 1지구에서 9지구 중 하나에 속하며 태어난 지역에 따라 부와 명예가 갈리게 된다. 주인공 다윈 영은 최상위 지구인 1지구의 엘리트이다. 거기에 다윈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문교부 차관인 니스 영, 매달 바비큐 파티를 여는 할아버지 러너 영까지. 영 가족은 실로 완벽해 보인다. 겉으로는 말이다.30년 전, 니스의 절친한 친구 제이는 갑작스럽게 살해된다. 9지구 지구민의 우발적 범행으로 간단히 종결된 사건이지만, 제이의 조카인 루미의 눈엔 의문점만이 가득하다. 루미는 삼촌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다윈을 끌어들이게 된다. 양파껍질을 까듯 한 겹씩 벗겨지는 거짓과 진실. 제이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엇갈리며 갈등을 빚는다. 한쪽에서 묻어 놓은 진실을 다른 쪽이 파헤치는 과정은 하나의 폭풍과도 같아 이야기의 전개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이 이야기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진실

포스테키안의픽 | 권재영 기자 | 2018-11-29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