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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든지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달력에 매일 할 일을 빼곡히 정리해놓는 것은 기본이고, 몇 년째 수업 필기 자료와 과제를 빠짐없이 보관하고 있다. 책, 영화, 공연, 전시회를 보고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감상문을 쓰고, 여행을 가면 카메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찍기에 바쁘다. 내가 이렇게 기록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 시작한 계기는 꽤 단순하다. 나의 경험, 생각 따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잊힌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과거의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는지를 영원히 기억에 남기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꼬박꼬박 그것들을 기록하는 것뿐이었다.그런 나의 보물 1호는 언제나 일기장이었다. 매일매일 나의 글씨로 채워나간 일기장들을 펼쳐보면, 과거의 내가 했던 사소한 생각들이 가득하다. 대수롭지 않아서 더 좋다. “매점에 새로 들어온 과일 음료수가 정말 맛있다”, “밤에 산책하다가 달을 봤는데 유난히 밝았다” 같이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거르지도, 고치지도 않고 적어댔다. 심심할 땐 그림도 자주 그렸고, 자습시간에 친구들이 보내온 쪽지 조각들을 구석에 붙이기도 했다.그 무수한 티끌 같은 기록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나

78내림돌 | 박민해 기자 | 2018-03-28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