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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의혹이 제기돼 왔다.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의혹을 받는 가수들을 SNS상에서 저격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어 시사 탐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서 취재를 진행하기도 했고, 현재 검찰 역시 조사 중이다. 또한, 유튜브 등의 SNS를 통해 정보와 개개인의 의견이 공유되며 음원 사재기 문제는 지금 뜨거운 감자이다.기사에서도 언급됐듯 사재기 의혹을 받는 소속사 측에서 주장하는 바이럴 마케팅과는 완전히 별개로 음원 사재기가 실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증거들이 가리키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가수 송하예의 노래가 의도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반복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공개됐을 정도로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처럼 보인다.이런 심각한 문제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다. 가수, 작곡가, 음반 기획자, 바이럴 마케팅 업체, 브로커 등 많은 직업군의 사람들이 음원 사재기 문제에 얽혀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음원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문제의 중심에 있으면서 논란과 비난에서는 다소 배제돼 있다.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한 게임에서 핵, 즉 버

독자리뷰 | 진영서 / 무은재 19 | 2020-02-13 23:21

어떠한 ‘주장’을 특정 ‘누군가’가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자. 사회적 현안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토론의 장에서 말이다. 해당 상황에서는 오로지 그 주장이 건설적인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다만, 이를 간과하고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면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다. 가령 아래와 같은 것이다.의사: 음주와 흡연은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을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환자: 에이, 선생님도 술, 담배 좋아하시잖아요. 선생님도 하면서 그러시면 안 되죠.여기서 환자는 의사의 말이 아닌 의사의 위선을 지적하기 때문에 피장파장(Tu Quoque)을 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는 논리적 오류 중 하나인 인신공격의 오류에 속한다. 이 밖에도 “그래도 OOO보단 낫다”, “지금 너만 힘든 줄 아냐?”, “그러는 너는 윈도우 정품 쓰면서 이런 말 하냐?”와 같은 예시를 들 수 있다.피장파장 오류는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 기사 댓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콘서트 암표 문제가 활개를 친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대응 법안을 발의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 전 대표의 개인적인 이미지를 떠나 옳은 말을 한 건 사실인데 댓글

78오름돌 | 장호중 기자 | 2020-02-13 23:21

학교생활에 지쳐 있었을 때, 오랜만에 하늘을 봤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눈물 같았다. 마음이 뭉클했고 뭔가 감격스러운 느낌도 났다. 피폐해진 생활에서 가슴이 뛰는 것을 체감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놀이터에서 뛰어논 후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앉아 하늘을 봤다. 산 정상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하늘을 온몸으로 느꼈다. 텐트 안에 가만히 누워 별을 세었다.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하늘을 봤다. 생각이 없는 채로, 근심이 가득한 채로, 행복한 채로. 기분과 상관없이 하늘을 보면 심장이 뛰었고 기분이 좋았다. 파란 하늘은 상쾌함을 줬고 붉은 하늘은 따뜻함을 줬으며 검은 하늘은 뭉클함을 줬다. 그리고 까만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세상에 대한 신비함을 줬다. 높은 곳에 있으면 하늘이 손에 잡힐 것 같고 아래의 시간은 멈춘 듯이 보인다. 하늘을 볼 때마다 감각과 생각이 깨어난다. 이런 느낌이 좋아서 하늘을 좋아한다. 밤하늘을 보고 나면 깊은 생각에 잠긴다. 새벽의 감수성은 오글거리지만, 나는 그런 오글거림마저 좋다. 나의 내면, 나의 솔직한 심정, 나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78내림돌 | 백다현 기자 | 2020-02-13 23:20

연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해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라고 돼있다. 좋은 연구자란 연구 잘하는 사람을 말할 것이다.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잘 조사하고, 잘 생각해 이치나 진리를 밝혀 새로운 지식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잘 조사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만들어 내는 지식은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지식이란 없다. 만약 그런 지식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연구의 범주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연구를 잘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기존의 지식을 잘 조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논문을 조사할 때는 하고자 하는 연구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좋은 참고자료를 찾았다면 그것을 참고하는 논문들을 가장 최근까지 살펴본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주제나 내용별로 잘 정리해 이전 연구의 흐름이 어떻게 돼가는지를 알아본다. 다음으로는 정리된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본인의 결과가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돼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참고자료에서 보여준 지식에 대비해 연구의 결과로써 새로운 지식을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무

사설 | times | 2020-02-13 23:19

만화/만평 | times | 2020-02-13 23:13

끊임없이 쏟아지는 과제부터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까지, 많은 대학생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한다. 그런 당신에게 때로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심 어린 충고를 전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글배우 작가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힘든 세월을 이겨내고 작가가 되기까지의 경험,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민상담소인 ‘글배우 서재’에서 상담을 하며 얻은 경험을 통해, 차가운 현실과 바쁜 일상에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이 책은 글배우 작가 특유의 문체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때로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너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곱씹어보고 고민해보면 그 의미와 가치를 깨닫곤 한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거나, 삶의 작은 활력 혹은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나아가 작가는 무기력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상처가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의 특징과 그 원인을 언급한다. 그중에 나 혹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진심 어린 조언

포스테키안의픽 | 손도원 기자 | 2020-01-05 19:29

초등학생 아들의 태권도 승품 심사가 있었던 초겨울의 토요일,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승품·승단 심사가 열렸던 영덕으로 가면서 장사리 해변을 지났는데,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년 9월 개봉)이 떠올랐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장사리 해변의 파도는 제법 거세 보였다. 심사장에서는 아이들이 멋진 품새를 선보였고, 겨루기에서도 실력을 뽐냈다. 기합을 넣으면서 자유 대련을 펼치는 어린 무도인들을 보다가, 문득 장사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어린 학도병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던 국군 학도병들의 평균 연령은 16~17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장사리에서 북한 인민군과 펼쳤을 힘겨루기는 과연 어떠했을까?장사상륙작전은 6·25 전쟁 초기에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펼쳐진 일종의 위장작전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매기(Maggie, Megan Fox 분)라는 종군기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도쿄의 기자들은 인천상륙작전을 ‘다 아는 작전’으로 부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인천상륙작전의 노출 위험성이 컸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적을 교란하기 위한 성동격서 전술의 일환으로 장사상륙작

노벨동산 | 노승욱 / 인문 대우부교수 | 2020-01-05 19:28

우리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잘한 일을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응원단인 치어로에 들어온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응원단으로서 활동은 제일 큰 행사인 우리대학-카이스트 학생대제전에서 전야제, 개막식 무대를 꾸리고 모든 운동경기에서 응원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신입생들에게 학교 응원가를 가르치면서 함께 즐기는 응원을 진행하고, 예비 포스테키안을 위한 이공계 대탐험과 축제 등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무대에 서서 공연 내내 관객과 소통하면서 열띤 호응과 함께 힘찬 함성과 응원가 떼창이 돌아올 때면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른다. 3번의 방학을 동아리 활동에 모두 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주변 친구들은 다른 대학으로 계절학기 교류를 떠나거나 인턴십, 캠프 활동 등 대외활동을 하며 스펙을 쌓고 있는데 나는 계속 학교에 남아 훈련을 하고 있으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긴 했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을 얻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치어로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스펙이라 생각한다. 특히 같은 기수로 활동하는 친구들과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만큼 정이 많이 들었다. 운동경기에서 마이크를 쥐고 조금 서투르지만 열심히 응원을 유도하는 친구들에게선 반짝반짝 빛이 났

지곡골목소리 | 이서영 / 화학 18 | 2020-01-05 19:27

작년 하반기에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범죄 영화 ‘조커’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그동안 나왔던 조커에 대한 영화 중에서도 그가 살아온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훌륭한 연출과 배우의 신들린 듯한 연기력에 관객들은 점점 잔인한 사회가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를 잔혹한 살인마로 만들어버렸다고 느끼며 조커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지만, 영화가 흥행함에 따라 곳곳에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범죄자 주인공을 그린 영화를 보고 모방 범죄를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 역시도 ‘양들의 침묵’ 시리즈나 ‘쏘우’ 시리즈와 같이 연쇄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범죄 영화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고, 사회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보다는 그 곁에 소외되는 아웃사이더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에 더 많이 공감하고 애정을 갖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연 모방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과 이런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심리는 무엇일까? 영화가 인간은 스스로의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는 약점을 건드리게 될 때 모든

독자리뷰 | 이지선 / 무은재 19 | 2020-01-05 19:26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워라밸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고등학교 때 한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이라는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됐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일 중심으로 사는 것이 당연시되고,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달라진 사람들의 인식을 새삼 느낄 수 있어서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고등학교 때에는 바쁘게 입시 준비만 하느라 워라밸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 하지만 지난 학기 들어 그것이 필요하다 싶어 실천하기로 결심했다.지난 2학기 들어 워라밸의 실천을 결심한 건 지난 1학기보다 바쁜 시간표 때문에 과제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고, 수업 들으랴, 과제 하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니 남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어 침대에서 핸드폰만 보다 잠드는 날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핸드폰만 하며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워라밸의 실천을 결심한 후,

78내림돌 | 김지원 기자 | 2020-01-05 19:25

최근 웹서핑을 하다 이런 글을 봤다. ‘아이 데리고 겨울왕국2 보러 가도 될까요?’, 영화 ‘겨울왕국2’를 아이들과 보러 가고 싶지만 망설여진다는 내용이었다. 전체관람가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가는 데 망설이는 이유는 어른에게 있었다. ‘겨울왕국2’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떠들어 관람에 방해가 된다며 어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주경제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영화 관람객 중 79%가 아이들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노키즈존(No Kids Zone) 상영관 도입에 대해 6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겨울왕국2’로 다시 노키즈존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겨울왕국2’는 나 역시 개봉하자마자 보러 간 영화다. 예매 당시, 나는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없을 법한 자막 상영, 평일 조조 영화를 예매했다. 그렇게 찾아간 상영관엔 당연히 대다수가 어른이었고, 아이는 찾기 힘들었다. ‘아이가 없어서 다행히 영화에 잘 집중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불빛이 신경을 거슬렀다. 그 후, 뒷좌석의 사람이 내 자리에 발을 대는지 좌석이 쿵쿵 울렸다. 결국,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상영관을

78오름돌 | 정유진 기자 | 2020-01-05 19:25

만화/만평 | times | 2020-01-05 19:14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삭연히 떨어지는 요즘, 머릿속에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다. 황금빛 무대 위에서 쓸쓸한 노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뮤지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이다. ‘호프’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반환을 놓고 진행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에바 호프의 재판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왜 호프가 30년째 재판을 하는 동안 그토록 원고를 뺏기지 않으려 했는지에 집중해 그녀의 인생을 풀어냈다.막이 오르면 재판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과거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때 흥미롭게도 두 명의 다른 배우가 각각 ‘과거 호프’와 ‘현재 호프’를 연기해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한 무대 위에서 보여주며, 현재 호프는 과거의 사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가령 엄마에게 폭언하는 과거 호프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호프는 과거의 자신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물론 그 외침은 닿지 않으며, 이런 단절은 현재 호프의 후회를 더욱 강조한다. 오직 원고만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호프는 큰 회의를 느낀다. 재판은 원고가 이스라엘 도서관에 넘겨지도록 판결이 나고, 호프가 앞으로의 삶을 원고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포스테키안의픽 | 박민해 기자 | 2019-12-05 12:57

지난 5월 21일, 나는 일상적인 아침을 맞았다. 대충 만든 라떼를 마신 후라 속이 살짝 더부룩했지만,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구부정히 앉아 처음 맡는 영어 클리닉을 준비하고 있었다. Excel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지루한 아침 일과를 생각하면 좋은 기분전환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우리대학 학부생들에게만큼은 평범한 아침이 아니었다. 그날은 가을 학기 수강 신청 시작일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있어 미래 학문적 지식과 졸업 계획 그리고 특히 학생들의 다음 학기 수면 패턴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막 돋아나는 풀 위에서 성공을 자축하며 뛰어다니는 광경과 어둡고 거미줄 가득한 구석에서 우울해하는 모습은 병치돼 승자와 패자를 구분했다. 나는 마지막에 POVIS의 수강생 인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 앞에 주어진 것은 내 수업의 맥박을 점검하기 위한 손가락 두 개였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리는 나의 고급영어듣기 및 말하기 수업에 신청한 학생은 4명에서 5명 사이로 왔다 갔다 했고 이는 수업 개설 정원에 못 미치는 인원이었다. 양자 중첩의 가능성이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만큼이나 곤혹스러운 운명이었다! 이

노벨동산 | John Latzo / 인문사회학부 대우강사 | 2019-12-05 12:55

클래식을 사랑하는 포항인이라면 대구 콘서트하우스를 자주 방문했을 것이다.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는 2학기가 되면 9월부터 12월까지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를 진행한다. 지방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에겐 매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번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에서 두 개의 공연을 예매했고, 그중 하나인 지난달 16일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 이 공연을 보고 싶은 주된 이유였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실황을 들으며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한 적이 없었다. 공연 내내 눈물이 줄줄 나게 했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차이콥스키는 누구든 한 번쯤 들어봤을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작곡한 러시아 출신 작곡가이다. ‘비창’을 작곡하기 전, 발레 음악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작곡한 뒤 후원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던 차이콥스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당시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아 이 사실이 알려지자 후원이 끊기고 차이콥스키의 지인들은 그에게 러시아 법에 따라 사형 혹은 시베리아 유형을 당하기보다는 명예로운 자살을 권유한다. 절망감에 빠져있던 차이콥스키는

지곡골목소리 | 홍채린 / 기계 17 | 2019-12-05 12:53

요즘 SNS 피드를 내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 중 하나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광고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옷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자 한다. 우리는 화려한 광고에 현혹돼 단지 패션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그런 옷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등은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구매하고, 유행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잊곤 한다. 이런 패스트 패션의 악영향을 알고 이를 지양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는데,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무분별한 의류 생산과 소비를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으로도 규제하는 중이다.위와 같은 패스트 패션 지양 흐름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비건 패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부상하는 중이다. 비건 패션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과 패션의 합성어로, 생산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면서 얻어내는 모피와 같은 동물성 재질을 원료로 하는 옷을 사지 말자는 운동이다. 모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동물 학대라는 점은 예전부터 사회단체에서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이런 패스트 패션 지양 운동과 비건 패션과 같은 흐름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나도 고등

독자리뷰 | 남태현 / 무은재 19 | 2019-12-05 12:53

#1970년 11월, 미싱사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를 외치며 청계천 앞에서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자신을 불태운다. 평화시장에서 옷을 만드는 여공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하루의 절반을 넘게 일해도 입에 겨우 풀칠할 돈만 벌었으며, 다치거나 폐병에 걸리면 그대로 쫓겨나야 했다. 그는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에 분노한 것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다음부터 지식인들이 노동자에게 관심을 뒀고, 노동자 또한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1987년 1월,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노동자의 더 나은 삶에 관심을 가졌던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당시 수사관들은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져 죽었다”라고 말하며 진실을 숨기고자 했다. 하지만 은폐될 뻔한 그의 죽음의 원인은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도미사에서 김승훈 신부가 심문 과정에 고문이 있었음을 폭로하며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돼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다.#2011년 12월, 대구에

78오름돌 | 김성민 기자 | 2019-12-05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