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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에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범죄 영화 ‘조커’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그동안 나왔던 조커에 대한 영화 중에서도 그가 살아온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훌륭한 연출과 배우의 신들린 듯한 연기력에 관객들은 점점 잔인한 사회가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를 잔혹한 살인마로 만들어버렸다고 느끼며 조커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지만, 영화가 흥행함에 따라 곳곳에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범죄자 주인공을 그린 영화를 보고 모방 범죄를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 역시도 ‘양들의 침묵’ 시리즈나 ‘쏘우’ 시리즈와 같이 연쇄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범죄 영화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고, 사회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보다는 그 곁에 소외되는 아웃사이더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에 더 많이 공감하고 애정을 갖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연 모방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과 이런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심리는 무엇일까? 영화가 인간은 스스로의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는 약점을 건드리게 될 때 모든

독자리뷰 | 이지선 / 무은재 19 | 2020-01-05 19:26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워라밸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고등학교 때 한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이라는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됐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일 중심으로 사는 것이 당연시되고,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달라진 사람들의 인식을 새삼 느낄 수 있어서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고등학교 때에는 바쁘게 입시 준비만 하느라 워라밸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 하지만 지난 학기 들어 그것이 필요하다 싶어 실천하기로 결심했다.지난 2학기 들어 워라밸의 실천을 결심한 건 지난 1학기보다 바쁜 시간표 때문에 과제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고, 수업 들으랴, 과제 하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니 남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어 침대에서 핸드폰만 보다 잠드는 날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핸드폰만 하며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워라밸의 실천을 결심한 후,

78내림돌 | 김지원 기자 | 2020-01-05 19:25

최근 웹서핑을 하다 이런 글을 봤다. ‘아이 데리고 겨울왕국2 보러 가도 될까요?’, 영화 ‘겨울왕국2’를 아이들과 보러 가고 싶지만 망설여진다는 내용이었다. 전체관람가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가는 데 망설이는 이유는 어른에게 있었다. ‘겨울왕국2’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떠들어 관람에 방해가 된다며 어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주경제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영화 관람객 중 79%가 아이들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노키즈존(No Kids Zone) 상영관 도입에 대해 6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겨울왕국2’로 다시 노키즈존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겨울왕국2’는 나 역시 개봉하자마자 보러 간 영화다. 예매 당시, 나는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없을 법한 자막 상영, 평일 조조 영화를 예매했다. 그렇게 찾아간 상영관엔 당연히 대다수가 어른이었고, 아이는 찾기 힘들었다. ‘아이가 없어서 다행히 영화에 잘 집중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불빛이 신경을 거슬렀다. 그 후, 뒷좌석의 사람이 내 자리에 발을 대는지 좌석이 쿵쿵 울렸다. 결국,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상영관을

78오름돌 | 정유진 기자 | 2020-01-05 19:25

만화/만평 | times | 2020-01-05 19:14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삭연히 떨어지는 요즘, 머릿속에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다. 황금빛 무대 위에서 쓸쓸한 노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뮤지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이다. ‘호프’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반환을 놓고 진행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에바 호프의 재판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왜 호프가 30년째 재판을 하는 동안 그토록 원고를 뺏기지 않으려 했는지에 집중해 그녀의 인생을 풀어냈다.막이 오르면 재판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과거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때 흥미롭게도 두 명의 다른 배우가 각각 ‘과거 호프’와 ‘현재 호프’를 연기해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한 무대 위에서 보여주며, 현재 호프는 과거의 사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가령 엄마에게 폭언하는 과거 호프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호프는 과거의 자신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물론 그 외침은 닿지 않으며, 이런 단절은 현재 호프의 후회를 더욱 강조한다. 오직 원고만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호프는 큰 회의를 느낀다. 재판은 원고가 이스라엘 도서관에 넘겨지도록 판결이 나고, 호프가 앞으로의 삶을 원고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포스테키안의픽 | 박민해 기자 | 2019-12-05 12:57

지난 5월 21일, 나는 일상적인 아침을 맞았다. 대충 만든 라떼를 마신 후라 속이 살짝 더부룩했지만,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구부정히 앉아 처음 맡는 영어 클리닉을 준비하고 있었다. Excel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지루한 아침 일과를 생각하면 좋은 기분전환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우리대학 학부생들에게만큼은 평범한 아침이 아니었다. 그날은 가을 학기 수강 신청 시작일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있어 미래 학문적 지식과 졸업 계획 그리고 특히 학생들의 다음 학기 수면 패턴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막 돋아나는 풀 위에서 성공을 자축하며 뛰어다니는 광경과 어둡고 거미줄 가득한 구석에서 우울해하는 모습은 병치돼 승자와 패자를 구분했다. 나는 마지막에 POVIS의 수강생 인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 앞에 주어진 것은 내 수업의 맥박을 점검하기 위한 손가락 두 개였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리는 나의 고급영어듣기 및 말하기 수업에 신청한 학생은 4명에서 5명 사이로 왔다 갔다 했고 이는 수업 개설 정원에 못 미치는 인원이었다. 양자 중첩의 가능성이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만큼이나 곤혹스러운 운명이었다! 이

노벨동산 | John Latzo / 인문사회학부 대우강사 | 2019-12-05 12:55

클래식을 사랑하는 포항인이라면 대구 콘서트하우스를 자주 방문했을 것이다.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는 2학기가 되면 9월부터 12월까지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를 진행한다. 지방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에겐 매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번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에서 두 개의 공연을 예매했고, 그중 하나인 지난달 16일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 이 공연을 보고 싶은 주된 이유였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실황을 들으며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한 적이 없었다. 공연 내내 눈물이 줄줄 나게 했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차이콥스키는 누구든 한 번쯤 들어봤을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작곡한 러시아 출신 작곡가이다. ‘비창’을 작곡하기 전, 발레 음악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작곡한 뒤 후원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던 차이콥스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당시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아 이 사실이 알려지자 후원이 끊기고 차이콥스키의 지인들은 그에게 러시아 법에 따라 사형 혹은 시베리아 유형을 당하기보다는 명예로운 자살을 권유한다. 절망감에 빠져있던 차이콥스키는

지곡골목소리 | 홍채린 / 기계 17 | 2019-12-05 12:53

요즘 SNS 피드를 내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 중 하나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광고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옷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자 한다. 우리는 화려한 광고에 현혹돼 단지 패션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그런 옷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등은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구매하고, 유행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잊곤 한다. 이런 패스트 패션의 악영향을 알고 이를 지양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는데,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무분별한 의류 생산과 소비를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으로도 규제하는 중이다.위와 같은 패스트 패션 지양 흐름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비건 패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부상하는 중이다. 비건 패션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과 패션의 합성어로, 생산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면서 얻어내는 모피와 같은 동물성 재질을 원료로 하는 옷을 사지 말자는 운동이다. 모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동물 학대라는 점은 예전부터 사회단체에서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이런 패스트 패션 지양 운동과 비건 패션과 같은 흐름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나도 고등

독자리뷰 | 남태현 / 무은재 19 | 2019-12-05 12:53

#1970년 11월, 미싱사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를 외치며 청계천 앞에서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자신을 불태운다. 평화시장에서 옷을 만드는 여공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하루의 절반을 넘게 일해도 입에 겨우 풀칠할 돈만 벌었으며, 다치거나 폐병에 걸리면 그대로 쫓겨나야 했다. 그는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에 분노한 것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다음부터 지식인들이 노동자에게 관심을 뒀고, 노동자 또한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1987년 1월,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노동자의 더 나은 삶에 관심을 가졌던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당시 수사관들은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져 죽었다”라고 말하며 진실을 숨기고자 했다. 하지만 은폐될 뻔한 그의 죽음의 원인은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도미사에서 김승훈 신부가 심문 과정에 고문이 있었음을 폭로하며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돼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다.#2011년 12월, 대구에

78오름돌 | 김성민 기자 | 2019-12-05 12:52

우리 분반 19학번 학생들은 다른 분반들에 비해 유난스레 분반 친구 생일을 챙긴다.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롤링 페이퍼와 선물을 준비해 수여식을 진행하고, 사진도 모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린다. 이렇게 유난을 떨게 된 배경에는 생일축하준비위원회(이하 생준위)가 있다. 생준위는 말 그대로 분반 친구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일을 맡는 단체다. 지난 2월, 새내기새로배움터에서 분반 선배가 우리에게 너희도 생준위를 만들지 않겠냐고 물었다. 당시 어중간한 감투 쓰기와 단체 소속에 목말랐던 우리는 어벤져스 마냥 이 사람 저 사람이 자원해 생준위를 결성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하 톡방)을 개설하고 어영부영 첫 회의를 할 때만 해도 어떻게 생일을 축하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어느덧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나름대로 체계가 잡혔다.누군가의 생일이 일주일 전으로 다가오면 발등에 불붙은 사람처럼 급하게 톡방을 개설해 사진을 모으고 편지를 쓴다. 이 과정이 제일 힘든 단계다. 롤링 페이퍼를 써야 할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분반 친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롤링 페이퍼를 수합해 보면 아직 쓰지 않은 사람은 많은데 쓰려는 사람은 없다

78내림돌 | 김종은 기자 | 2019-12-05 12:52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대학이 취한 특징적인 교육 정책은 캠퍼스의 울타리를 허문 것이다. 국내외의 여러 대학과 학점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장을 전국, 전 세계로 확장했다. 학생들이 찾아간 국내 학점 교류 대학은 8개교에 이르러, 지난 4년간 연평균 290여 명의 학생이 우리대학을 떠나 공부를 했다. 최대 36개교에 이르는 해외 대학으로 나간 학생은 같은 기간 매년 130여 명이다. 여름방학 기간을 길게 해 산업체 등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비교과 교육 프로그램인 SES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참여 기관이 76곳에서 116곳에 이르며 연평균 279명의 학생이 인턴 활동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나라 동남쪽 끝인 포항에 위치한 우리대학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업을 수행하는 우리대학에서 학생들이 캠퍼스에만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 수도 적어 일이 년만 지나면 모두가 친숙해지는 곳에서 4년을 보낸다면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질 위험이 있다. 좋아하는 공부가 같고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한 과학도들이 끼리끼리 생활하다가 사회로 나가서 다종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 크고

사설 | times | 2019-12-05 12:51

만화/만평 | times | 2019-12-05 12:49

‘아바타’ 이후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SF영화 ‘인터스텔라’. 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감동적인 스토리 이면에 탄탄한 과학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의 저서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 일행의 우주 대여행기가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닌 진짜 과학을 기초로 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쿠퍼의 여행은 웜홀로부터 시작한다. 웜홀은 먼 거리를 돌아가는 대신 구멍을 통해 다른 시공간으로 곧장 이동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웜홀은 수명이 아주 짧아 물질이 통과하기 훨씬 이전에 두 개의 특이점으로 나누어져 버린다. 웜홀이 지속해서 열려있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음의 질량을 갖는 ‘별난 물질’을 모아 놓아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과학적 사실을 ‘그들이 웜홀을 열어놓았다’라는 표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가만히 있던 책이 떨어지거나, 시곗바늘이 제자리에서만 움직이는 등의 중력 이상 현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 가미된 장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양자 중력 이론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쿠퍼가 블랙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5차원

포스테키안의픽 | 유민재 기자 | 2019-11-08 15:35

우리대학의 밤은 칠흑같이 어둡다. 하지만 난 이 어두운 교정을 즐겨 산책한다. 밤을 잊은 연구실들의 불빛, 도서관의 장관, 통나무집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대한 숲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달과 수많은 별 등은 서울 쪽에서 오래 공부한 인문학 전공자에게는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이곳으로 내려온 지 여러 해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발적 유배’로 부르는 포항 생활은 여전히 호기심과 경이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적응되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의 모습은 매 순간 나의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어버린다. 공대생들은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시각, 감수성의 확보 차원에서 인문계 학생들과 판이한 느낌이다. 수업 시간 역시 재미와 놀라움의 연속이다. 서정주의 시 하나를 언급했던 작년 생각이 난다. 옷이 문지방에 걸리자 그것을 신부의 욕정 탓으로 착각하며 줄행랑쳤던 꼬마 신랑 얘기다. 수년이 흐른 후 신부 집을 지나칠 때 여전히 다소곳이 앉아있던 신부의 몸에 손을 댔더니 먼지로 화하더라는 얘기. 앞으로부터 정확하게 5번째 줄에 앉아있는 남학생 두 명이 소곤거리는 대화가 내 귀에 들린다. “에이, 저건 말이 안 돼”

노벨동산 | 이상빈 / 인문 대우교수 | 2019-11-08 15:34

학창 시절의 나는 자기계발서 덕후였다. 아무리 좋아하던 소설책이라도 절대로 두 번 이상 읽지 않던 내가 ‘he Secret’, ‘꿈꾸는 다락방’ 등의 자기 계발서는 몇 번이라도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던 책들은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책들이었다. 힘들고 무기력한 상황에 부닥쳐질 때마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 ‘나나 너나 할 수 있다’, ‘공부 9단 오기 10단’과 같은 책들을 읽으며 힘을 얻곤 했다. 책의 내용은 다 비슷비슷했다. 머리가 특출하게 똑똑한 천재는 아니지만 씻지도 않고 밥도 굶어가며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한 결과 영재고나 민사고 등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아이비리그에 합격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쏟아 남들은 갖지 못하는 것을 가지고, 남들은 다가가지 못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었고 그 책들을 읽을 때면 나도 그만큼 노력하며 살아서 높이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에 의욕이 넘치고는 했다. 책들 덕분에 그들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비슷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미래를 위해 눈앞에 당장 먹고 싶은 마시멜로를 늘 참았다. 초등학교 때는 정말 하고 싶었던 여자 축구부

지곡골목소리 | 김문정 / 물리 17 | 2019-11-08 15:33

대학은 미래 인재들을 양성하고 학문의 길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교육이나 연구에만 힘을 쏟는 것이 아닌 지역 사회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우리대학과 긱블, 클래스워너원이 힘을 모아 ‘AI, 메이커 교육 콘텐츠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양팔을 벌려 환영할 만할 일이다.긱블은 우리대학 학생들이 창업한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영화나 미디어에 나오는 물건들을 제작하고 공학 미디어 콘텐츠를 SNS나 유튜브 등에 올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클래스워너원은 컴퓨터공학과 윤은영 교수님이 만드신 스타트업으로 AI 프로젝트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학의 메이커와 컴퓨터공학의 AI는 4차 산업 시대 사회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에 메이커 능력과 AI의 만남은 두 분야 모두에게 좋은 성장의 기회라 생각한다. 단순히 메이커와 AI의 만남 이외에 이번 협력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초등학교 교육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메이커와 AI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대학과 긱블, 클래스워너원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다. 제작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의 강의식 수업 방식이 아닌 오프라인 토크쇼, 강연

독자리뷰 | 김 민 / 무은재 19 | 2019-11-08 15:33

지난해 여름, 나는 내 문화생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관람했고, 그날을 기점으로 뮤지컬 팬이 됐다. 어릴 적 내가 뮤지컬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는 ‘고상한 사람들만 즐기는 공연’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뮤지컬은 점차 다양한 주제와 음악 장르를 다루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뮤지컬 배우들 역시 각종 매체에 출연해 활발히 활동하며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요즘의 뮤지컬은 폭넓은 관객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그러나 이렇게 공연 문화가 널리 확산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배우들의 목소리에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많은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는 도중에 ‘관크’를 당했다”라고 호소한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서, 다른 관객으로 인해 공연 관람을 방해받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어떤 관객이 공연 중 옆 사람과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휴대전화를 켜 화면의 불빛이 새어 나오게 하는 상황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공연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관객

78오름돌 | 박민해 기자 | 2019-11-08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