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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부임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무은재학부 지도교수로 지낸 지도 3년이 됐다. 무은재학부생들과 면담하며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혹은 내게 안 맞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진로 선택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도움된다. 다양한 경험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찾는 데도 도움된다. 나는 내가 있는 장소와 계절을 잘 누리고 즐기는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포항에 오기 전인 2018년, 나는 스위스에 있었다. 스위스의 연말은 동화 같았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동네 중심가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캐롤이 울려 퍼졌다. 일과 후에 연구실 동료들과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며 따뜻한 와인인 뱅쇼를 사 마시던 기억이 난다. 한국 카페에서 파는 과일 차 같은 뱅쇼와는 다르게 럼이 들어간 뱅쇼, 꼬냑이 들어간 뱅쇼 등 다양한 술이 들어 있어서 신기했다. 스위스 이야기를 하면 눈 쌓인 알프스 산맥도 빼놓을 수 없다. 한여름에도 학교 연구실 창문 밖으로 저 멀리 눈 쌓인 몽블랑이 보였다. 겨울이 되면 설산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스키장이 곳곳에 있어서 스노보드를

노벨동산 | 이안나 / 기계 조교수 | 2022-01-07 01:22

요즘 유튜브나 SNS에서 MBTI 관련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MBTI별 특징을 다룬 영상에는 같은 MBTI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댓글이 많은데,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한번은 룸메이트가 내 MBTI의 특징을 찾아서 보여줬는데, 내 단점과 특징이 꾸밈없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뜻하지 않게 정곡을 찔리기도 했다.내 MBTI는 ISFJ이다. 친구들과 서로의 MBTI를 이야기하면 예상외라며 놀라곤 한다. MBTI에서 가장 앞 알파벳은 에너지를 얻는 방향을 설명하는데 주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I’, 외향적인 사람들은 ‘E’로 표현된다. 나는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낯가림 없이 쉽게 말을 걸고, 친화력 있게 다가가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도저히 내게서 내향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잘못 검사한 건 아니냐고 반문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티를 안 냈을 뿐이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더 좋아한다며, 친화력은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난 방학이면 혼자 방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봤고, 퍼즐이나 레고 같은 정적인 취미를 즐겼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노는 것도 좋아

지곡골목소리 | 김현지 / 화공 20 | 2022-01-07 01:21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잃어버린 일상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는 듯하다. 집 밖으로 함부로 나가지도 못하던 코로나19 발생 초기를 생각해보면 참 많은 것이 돌아왔다. 대면 수업도, 기숙사 입사도 그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니 말이다. 바깥 활동이 점차 늘고 사람들도 만나며 서서히 주변에 활기가 도는 것을 느낀다. 최근 들었던 가장 반가우면서도 놀라웠던 소식은 바로 우리대학 지원자들이 대면 면접을 치렀다는 것이다.우리대학은 2022년도 입학전형 지원자 대상으로 대면 면접을 시행했다. 다행히 방역수칙을 잘 준수했고 확진자, 자가격리자, 유증상자가 한 명도 없어 아무 문제 없이 완료했다고 한다. 22학번 지원자들이 대면 면접을 무사히 마무리하면서 필자를 비롯한 21학번들은 다른 학번들이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 면접을 치러 본 유일한 학번이 됐다. 집에서 비대면으로 치른 면접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카메라에 얼굴은 잘 나오는지, 하고팠던 말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없어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었다. 모니터 건너로 면접을 치르다 보니 면접을 보는 동안에도 포스텍이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다. 합격 통지를 받은 후에도 이런 거리감은 가시지 않았는데, 포스테키안이 됐

독자리뷰 | 박수영 / 무은재 21 | 2022-01-07 01:20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렇듯 새해를 맞아 신년 목표를 세운다. 다이어트, 독서, 영어 공부 등 매번 실패하는 목표지만 매년 1월 1일은 새로 시작하는 기분에 지키지 못할 목표라도 끄적여 본다. 올해 내 리스트에는 새로운 목표가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정치 이슈 꾸준히 확인하기’이다.올해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오는 3월 9일에 투표가 진행되고, 사전투표는 3월 4일과 5일 이틀간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된 후 처음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다. 지난 2019년 12월, 청소년들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되면서 이들을 미성숙하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던 사회의 시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선거권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과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의힘에서 정당의 대변인 선발을 위해 개최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 8강전에는 고등학생이 진출해 화제가 됐다. 청소년들은 선거권 취득 이전에는 정치를 자신과 먼일로 생각하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을 보였지만, 지금은 점차 정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와 더불어 젊은 2030세대의 정치 참여도 증가했다. 대선에서

78오름돌 | 장유진 기자 | 2022-01-07 01:19

원래 의학은 단순한 경험 지식에서 출발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와서 의학은 처음으로 합리적 철학, 즉 과학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의학이 과학과 연결되며 의사들의 사회적 처우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세 대학에서 내과의들은 교수로 자리 잡으며 사회적 신분이 상승했다. 당시 의학은 병에 대한 관찰 위주의 처방이 대부분이었고, 의학 지식으로 병을 실제로 치료할 수 있었던 예는 많지 않았다. 19세기까지도 사람들은 인간의 병에 대해 의사의 처방보다는 자연이 치유한다고 생각했다.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에도 의사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을 격리하거나 위로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요즈음 성형외과 의사들이 높은 대접을 받고 있지만 본래 외과의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열악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의사들은 수술을 직접 하지 말고 칼을 잡는 일은 외과 의사에게 맡기라고 지시하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도 겸하고 있었다. 흑사병 시대를 거치고 군대에서 수술의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이발사-외과의의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 더욱이 베살리우스가 근대 해부학 시대를 열면서 외과 의사는 인체에 대한 체계적인 해부학적 지식도 얻게 됐다. 하지만 아직 감염에

사설 | times | 2022-01-07 01:18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했다. 소니에서 제작한 전작들의 스파이더맨과 빌런이 총출동해 긴 상영 시간으로 개봉됐고 그만큼 많은 스포일러가 쏟아져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인터넷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 필자 또한 스포일러 없이 작품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날 것의 감상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없이 좋은 작품을 즐겼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거나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는데, 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하다 보면 웹툰 댓글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스포일러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식으로 스포일러를 당하면 약간은 화나고 허무하기도 하다. 실제로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당시 홍콩의 한 영화관에서 스포일러를 한 사람이 대기 중이던 관객들에게 피가 나도록 집단 구타를 당한 일이 있었다. 집단 구타까지 하는 것은 심한 일이지만 그 정도로 스포일러는 분노를 유발하는 행위다.반면 스포일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포 영화의 경우 줄거리를 알고 보면 덜 무섭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어렵거나 난

78내림돌 | 조민석 기자 | 2022-01-07 01:18

만화/만평 | times | 2022-01-07 01:16

차디찬 바람에 마음마저 시린 겨울밤, 혼자 걷고 있노라면 영화 ‘윤희에게’가 떠오른다. 영화의 잔잔한 전개 속 계속해서 느껴지는 특유의 서늘하고 쓸쓸한 느낌이 꼭 겨울과 닮았다. ‘윤희에게’는 두 중년 여성의 사랑을 그리는 퀴어 영화다. 주인공 윤희는 이혼한 전 남편이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묘사하듯이, 웃음과 힘이 모두 빠진 외로운 사람이다. 하나뿐인 딸 새봄이 윤희의 옛친구이자 첫사랑인 쥰으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일본 여행을 계획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사실 쥰은 늘 처음인 것처럼 편지를 여러 편 써왔지만 한 번도 보낸 적이 없었는데, 그중 한 통을 그녀의 고모가 몰래 보내게 되면서 두 사람은 결국 20년 만에 재회한다.영화는 사회의 심한 부정과 눈초리에 끝없이 떠밀렸던 두 여성을 보여주며 가족의 의미,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배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관객은 과거를 간직한 채 잘 버리지 못하는 두 여성의 태도로부터 그와 비슷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위로받는다. 새봄은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활기찬 소녀로, 스스로 벌을 주듯이 살아왔던 윤희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아 준다. 더불어 그녀는

포스테키안의픽 | 박지우 기자 | 2021-12-14 02:06

인생은 위기와 안정기의 순환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 안정기를 지나 한두 개의 작거나 큰 위기들이 인생에 찾아온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마치 인생의 큰 숙제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길 희망한다.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기도를 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결과가 좋든 나쁘든 많은 것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결국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작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우선, 위기를 넘길 수 있음으로부터 안정기에 들어설 수 있음에 대한 고마움 등 작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해 주변의 것들과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과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비로소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런 감사함은 내가 지금 존재하는 주변 상황들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며, 평소보다 좀 더 너그럽고 겸손해질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상황에 대해 적응력이 너무 빨라서인지 이런 시기도 잠시뿐이다. 점차 초심을 잃고 감사함은 무뎌지며, 안정기에 익숙해지고 현실의 고마움을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쯤 또다시 다른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노벨동산 | 이준민 / 신소재 조교수 | 2021-12-14 02:03

“오늘 저녁 버거킹이나 갈까?” 우리대학 학우라면 누구나 한번은 지곡회관 버거킹을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우에게는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이지만, 내게는 추억이 많은 특별한 장소다. 나는 ‘포항공대생’이 아닌 ‘버거킹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많은 전공 수업으로 바쁜 대학 생활을 했던 2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우연한 기회로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 ‘공부만 하던 내가 첫 아르바이트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만의 걱정일 뿐이었다. 재학생 아르바이트생은 근 2년 만이라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줬고, 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아르바이트의 장점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있지만,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고를 졸업해 공대를 다니는 나로서, 주위에는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다른 가치관, 전공, 배경 등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내가 자란 세상에

지곡골목소리 | 박형창 / 화공 20 | 2021-12-14 02:02

즐거운 대학생활을 꿈꿨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덮치며 비대면 생활이 일상이 됐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 문제 역시 이를 피해갈 순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8년 8월경부터 환경부에서는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을 위해 매장 이용 시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단속해왔다. 하지만 감염 위험도 증가를 이유로 다회용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법적 규제가 완화됐고, 비대면 배달의 확대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나 또한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밥을 먹는 대신 방 안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일상이 됐다. 아무렇지 않게 배달 앱의 ‘일회용 수저, 포크 주세요’ 버튼을 눌렀고, 음식 용기를 비롯한 여러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저 무신경하게 버려왔다.그러던 와중 ‘플라스틱에서 탈출하다’를 읽었다. 기사에는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잘 나타나 있었다. 첫째로,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 정책이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돼 이 정책은 유예 중이다. 다음으로, 탈 플라스틱을 위한

독자리뷰 | 윤황 / 무은재 21 | 2021-12-14 02:01

요즘 인기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등장한 배우 유아인의 존재감에 이끌려 오랜만에 그의 수상소감을 찾아봤다. 특히 화제가 됐던 2015년 ‘SBS 연기대상’에서의 수상소감은 유아인만의 감성과 멋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가 배우로서 마주해온 성찰과 고뇌를 담은 소감은 당시 대중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솔직하고 독특한 소감에 ‘매력 있다’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미친 사람 같다’, ‘느끼하다’, ‘오글거린다’, ‘허세를 부린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상당히 많았다. 독특한 손짓과 표정, 솔직한 생각과 개성 있는 단어 선택이 그들에게 ‘오글거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근래 들어 누군가의 개성과 감성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지난겨울부터 한동안 ‘지디병’이라는 별명으로 대중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공연 중 음악에 취해 특이한 몸짓을 취하고 감성을 표현하는 표정이 지드래곤을 어쭙잖게 따라하는 것 같다며 놀림당한 것이다. 이찬혁의 무대와 유아인의 수상소감은 오랫동안 여러 커뮤니티에서 ‘항마력 테스트’ 등의 밈으로 쓰이며 조롱당했다.인터넷 밈은 웃음과 재미를 기반으로 퍼져 나간다. 밈을 통해 문화의 흐름이 바뀌기

78오름돌 | 안윤겸 기자 | 2021-12-14 01:54

우리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입학 전부터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분반’ 때문이다. 분반이란 330명 남짓한 신입생들을 약 22명씩, 15개의 반으로 나눈 것으로, 무은재학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의미 있는 제도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학과와는 달리, 분반은 같은 시간에 같은 기초필수 과목을 듣는 학생들을 모아놓았을 뿐 공식적인 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 어느 단체보다도 충만한 소속감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바로 분반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분반끼리 함께 밥을 먹거나 과제가 끝난 기념으로 술자리를 갖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나는 2003년생으로, 조기 졸업 후 1년 일찍 대학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것에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제로 내가 속한 분반의 21학번 동기들은 전부 2002년생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들은 부분 대면 수업 이후 말끔히 사라졌다. 같은 분반 동기인 형, 누나들과 수업도 같이 듣고, 과제도 같이 하면서 빠르게 가까워졌다.나는 우리 분반을 사랑하고, 우리 분반 사람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요

78내림돌 | 최대현 기자 | 2021-12-14 01:52

지난 7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컴퓨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수리에 성공하면서 다시 ‘지구의 눈’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31년간 지구 상공 547km를 돌며 우주의 나이를 밝히고 은하 중심에서 거대한 블랙홀의 증거를 발견하는가 하면, 우주 팽창 속도를 규명하는 등 천문학 교과서를 다시 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망원경 이름은 20세기 초 천문학자였던 에드윈 허블에게서 따왔다. 1920년대까지 사람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은하라고 생각했지만, 허블은 우주가 훨씬 더 넓고 외부에 다른 은하가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발견하고, 이 변광성의 위치가 우리 은하 가장자리보다 훨씬 먼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허블의 이 발견은 천문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2021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 그리고 대학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으로 한정한다면 지난

사설 | times | 2021-12-14 01:50

만화/만평 | times | 2021-12-14 01:45

지난 여름방학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기 전 하루빨리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가짐에서였다. 여름방학이 절반 이상 지나갈 무렵 내 근육량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족’을 벗어나 ‘정상’에 도달했고, 때마침 도쿄 하계 올림픽도 개최됐다. 펜싱, 양궁, 배구 등 여러 종목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과거 올림픽 영웅들의 실감 나는 중계로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올림픽을 시청했다.다큐멘터리 ‘국가대표’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지난 8월 12일 KBS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다큐 인사이트’ 중 한 편으로 방송됐다. 배구의 김연경, 축구의 지소연, 골프의 박세리 등 각 종목에서 정상에 오른 유명한 운동선수들이 등장해 원샷을 받으며 짧은 인터뷰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일반적인 다큐멘터리가 내레이션이나 전문가 평론을 삽입해 진행되는 것과 달리, ‘국가대표’는 박주미 스포츠 기자가 등장해 선수들의 행보에 대한 짧은 의미를 더한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면서도 선수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기를 바라보는 스포츠 기자의 언어는 이야기를 더 벅차게 만든다. 올림픽 직후라는 시간적 적절성과 다큐멘터리가 담는 이야기의 반향 덕분에 방송이 끝나

포스테키안의픽 | 김종은 기자 | 2021-11-14 01:04

이번에 컴퓨터공학과 학부 전공필수 과목인 알고리즘을 강의하면서, 십 년 만에 알고리즘 교과서를 다시 꺼냈다. 십여 년 전 학부생 시절에 구입한 이후 여러 차례의 이사를 함께 한 책이다.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 나는 이제 책의 절반을 읽었다. 이미 학생 시절에 여러 번 읽었던 책이지만, 알고리즘 연구를 하는 지금 다시 교과서를 읽으니 책이 새롭게 느껴진다. 사실 학생의 입장에서 알고리즘 과목 자체는 그리 재미있는 과목이 아니었다. 새로운 이론을 배우는 과목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테크닉을 배우는 기초적인 과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교과서를 다시 읽어보니, 다루는 내용은 간단하지만 아름답고, 동시에 컴퓨터 이론 분야에 핵심을 담은 중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대부분의 학부 전공필수 과목이 그렇듯, 알고리즘 과목은 어느 정도 체계가 정립돼 세계 어느 대학이든 비슷한 커리큘럼을 갖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사가 오래된 학문 같지만, 컴퓨터 공학의 다른 세부 분야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이론의 역사도 70년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수업 시간에 다루는 내용은 대부분 컴퓨터 이론이 시작된 초기 20년 사이에 발표된 결과들

노벨동산 | 오은진 / 컴공 조교수 | 2021-11-14 00:58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혹시 신문에 글 한번 써보겠냐고 요청받았다. 거창한 주제로 쓰자니 필력이 좋지 못했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지 않아 재미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어떤 주제로 쓸지 많이 고민하다가 그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학부 생활을 하며 느낀 점과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공유하고자 한다.먼저, 취미를 가지자.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다 할 취미가 없는 친구들이 꽤 있다. 취미가 중요한 이유는 각자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할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특성상, 과제로 인한 스트레스 축적량은 많지만 이를 풀기 위한 문화 활동을 즐기기는 어렵다. 이런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운동, 음악, 사진 촬영 뭐든 상관없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괜찮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찾아봐도 된다. 뚜렷한 취미를 가진 친구와 없는 친구의 일상 속 행복도 차이는 극명할 것이다. 몇몇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술 마시는 것도 취미인가요?” 나처럼 알코올성 치매를 갖고 싶지 않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정말 일상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게임, 유튜브 등도 음주와 함께

지곡골목소리 | 오경택 / 화학 18 | 2021-11-14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