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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라틴어로 ‘빈 석판’ 혹은 ‘흰 도화지’라는 뜻이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의 출생 당시를 흰 도화지에 비유하며 외부 세계로부터 감각적 활동과 경험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도화지가 채워질 때, 지적 능력이 형성된다는 경험론을 주장했다.나는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보다는 역사와 철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 답이 명확한 문제보다는 명확한 답이 없더라도 생각의 흐름이 자유롭게 이어져 나가고, 그 생각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들이 더 좋았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경제학과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비로소 내가 어떤 공부를 할 때 더욱 빛날 수 있는지 선명히 알게 됐다. 비록 입시라는 현실과의 타협으로 공대에 진학하게 됐지만, 사회과학 분야로 나아가리라는 열정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런 지금의 나는 스무 살이 됐고, 아직 타불라 라사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수명이 백이십 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리 세대 앞에서 스물이라는 초라한 숫자는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타의에 의해 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더 많이 배워야만 했던 십 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 흰 도화지를 마음이 이끄는 방향에 따라 가득 채우며 나의 세계를

수습기자의 다짐 | 양지윤 기자 | 2024-04-22 17:48

내가 느끼기에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에서는 선택을 하는 것도 책임을 지는 것도 오로지 나의 몫이라는 점이다. 정해진 과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에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주기적으로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스스로 우리대학의 소식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되자 막막했다. 나는 새내기새로배움터가 끝난 후 우리대학에서 지내는 동안 실패할지라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때 포항공대신문사는 어떤 수업을 들을지,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고민 중이던 나에게 확신을 줬다.나는 평소에도 뉴스나 기사를 자주 찾아보는 편이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새내기새로배움터에서 신문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견문을 넓히고 기사를 통해 학교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내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마감 기한이라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전문적으로 글을 써본 적이 없었기에 선뜻 지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단체들을 알아볼수록 신문사에 대한 도전

수습기자의 다짐 | 유영주 기자 | 2024-04-22 17:47

글을 읽는다는 것은 숲속에 난 오솔길을 걷는 것과 같다. 처음 오솔길을 걸을 때는 낯선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나무에만 집착하거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글도 마찬가지다. 순백의 종이에 빽빽하게 들어찬 글자들을 처음 봤을 때는 그 무게에 압도돼 도입부만 반복해서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글이라면 학을 떼고 싫어했던 내가 글을 좋아하게 된 것은 신문을 접하면서였다. 회색빛 신문지에 남겨진 검은 글자들을 통해 드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기사들 사이사이 배치돼 있던 사설들이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읊조린 이 짤막한 글들은 긴 호흡의 기사들을 읽던 나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휴식처였다. 사설을 읽으며 비로소 나는 나를 잠식한 상념들로부터 해방돼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내게 기자가 돼 자신의 글을 타인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특히 사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사설은 불규칙하고, 자유롭다. 어떤 사건을 시의성 있게 객관적으로 다뤄야 하는 기사글과는 달리 사소한 것

수습기자의 다짐 | 김태린 기자 | 2024-04-22 17:44

우리가 하루에 꾸준하게 3시간을 걷는다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2년이 지나면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할 수 있고, 7년 후에는 무려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이런 점진적인 성과는 꾸준함의 위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교수님과 면담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교수님들께서 공통적으로 강조하셨던 부분은 ‘성실함’이었다. 이전에는 눈에 잘 띄게 반짝거리는 재능을 동경했던 나는 상대적으로 반짝거리지 않는 성실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의 결실은 항상 나의 예상을 넘어섰다. 주변의 동기, 선후배 모두 놀라울 정도로 알찬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 또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길지 않은 대학 생활을 경험해 본 지금은 성실함이 소박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 생각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다룰 수 없는 무기 말이다.신문사에 들어온 후 기자가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덕목에 대해 고민해 봤을 때도 성실함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또한 책임감, 예리한 통찰력 등 여러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능력은 ‘성실하게 매 기사를 대하는 자세’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백

수습기자의 다짐 | 정혜정 기자 | 2024-04-22 17:43

대만의 아침, 대만의 저녁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대만이 따스하면서도 강렬한 햇빛 아래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호텔 앞 넓고 긴 직선 도로를 따라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고, 도로 위에는 많은 차와 오토바이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높이가 낮고 회색빛이 가득한 건물들과, 그 사이 어색하지 않게 껴있는 커다란 불교 사찰 앞으로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였다. 살갗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낯선 공간에 와 있음을 상기시켰다.대만은 아침 식사 문화가 잘 발달해 있기로 유명하다. “아침은 부자처럼, 점심은 배부르게, 저녁은 가난하게 먹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고, 아침에만 운영하는 식당도 다수 있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도착한 목적지에는 아침 7시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줄이 2층부터 계단을 따라 1층까지 내려와 건물 밖까지 나와 있었다. 건물 옆에 쭉 늘어진 줄 뒤에 서면 앞에는 머리가 부스스한 사람, 조용히 핸드폰을 보거나 옆 일행들과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편에서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사람, 아침밥을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대만 사람들에게는 아침밥이 하나의 일상임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가게

르포 | 조원준, 김윤철, 이이수, 이주형 기자 | 2024-03-22 19:15

기업가정신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되며, 그 예로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정의했다. 교수로서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대학원생 때부터 주로 금융경제학, 금융공학 분야를 연구해왔다. 반면 비교적 최근부터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맡게 돼, 나 또한 기업가정신에 관해 공부하면서 수업을 준비진행하고 있다. 경제학자들로부터 정의된 기업가정신은 다양한데, 한 예시로 21세기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일상적인 사업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지 않던 일들을 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기술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창조적 파괴자’라고 일컬었다. 한편 기업가정신 교과서의 저자인 도날드 F. 쿠랏코(Donald F. Kuratko) 교수는 창업가정신(기업가정신)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솔루션의 개발실행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의 적용을 요구하는 △비전 △변화 △창조의 역동적인 프로세스’라고 정리했다. 여기까지가 기업가정신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학문적인 정의다. 기업

르포 | 손유민 기자 | 2024-03-22 18:54

졸업생 여러분 축하합니다.이 자리의 주인공으로서 그간 어려운 학업을 완수한 데 대해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따뜻한 사랑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학부모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들을 가르치고 이끄신 교수님들께도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 축하와 격려의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도 감사를 전합니다.역사적으로 1,000년 전 근대 대학이 태동한 이래 대학은 늘 사회의 발전과 함께해 왔습니다. 새로운 사상과 문화, 과학과 예술이 대학으로부터 흘러나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반면 대학 자체도 사회의 변화와 함께해 왔습니다. 중세 수도원 같은 분위기의 대학들은 19~20세기를 거치며 완전히 사회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대학도 사회적 성공의 잣대로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진리의 탐구와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 본연의 존재 가치는 마치 시효가 다 된 듯하고 이제는 우수한 연구논문과 특허, 뛰어난 취업률, 높은 대학 랭킹 등이 대학의 얼굴을 규정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주인공들이 대학의 문을 열고 나갈 때 저는 지나치게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에 빠지지 않기를

축사/식사/치사 | 총장 김성근 | 2024-02-03 20:06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영광스러운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인내와 슬기로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결실을 맺은 여러분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사랑하는 자녀를 희생과 정성으로 뒷바라지하시고, 오늘 졸업의 영광을 함께 나누게 되신 가족과 친지 여러분께도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열정과 헌신으로 제자들을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졸업식을 빛내 주시기 위해 포스텍을 찾아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내 최초 연구중심대학으로 개교한 포스텍은 지난 37년간 대한민국의 고등교육과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해 왔습니다. 우수한 교육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고, 첨단 연구를 수행하여 이를 산업체에 전파함으로써 사회와 인류에게 봉사한다는 건학 이념을,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실천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포스텍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연구에서 모두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졸업생들 또한, 자랑스러운 포스텍 역사를 써 내려온 주인공들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여 결실을 맺은 포스텍 학위는 이제 ‘명예’와 ‘자부심’으로

축사/식사/치사 | 이사장 최정우 | 2024-02-03 20:05

포스텍 가족 모든 분께 반가운 새해 인사드립니다. 해맞이라는 뜻의 영일(迎日)이라는 지명이 자리를 잡은 지도 1,000년이 넘었지만 ‘제2 건학’의 첫발을 떼는 올해는 영일만의 특별한 해맞이를 기대하게 됩니다. 옛사람들은 떠오르는 해와 함께 모든 것은 날마다 새롭게(日新) 시작된다고 봤던 것 같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날은 과거로 박제되고 그다음 날 다시 뜨는 태양과 함께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삶을 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개교 이래 13,500번 넘게 해가 뜨는 것을 지켜봤던 우리 포스텍도 올해는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거가 아무리 화려해도 미래가 어둡다면 지나간 영화는 빛바랜 사진첩에만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이 학교를 세우고 일군 분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그동안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 세우고 깨진 벽돌을 다시 쌓는 일에 팔 걷고 동참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대학개혁을 얘기합니다만 개혁은 대개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곤 했습니다. 개혁은 화려한 구호와 원대한 포부가 아니라 구체적 행위로 실행해야 합니다. 개념으로서의 개혁은 어렵고 난해하지만, 행위

축사/식사/치사 | 총장 김성근 | 2024-01-01 20:29

개교와 함께 첫 학생으로 입학했던 저에게 포항공대는 해리포터가 다니던 호그와트 같은 학교였습니다. 언제나 호기 넘치는 말씀과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길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던 초대 총장님이 계셨고, 그분 뒤에는 수십 년의 국가 미래를 내다보시고 갖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던 초대 이사장님이 계셨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교수님들은 입학식 날 오후에도 수업을 강행하시며 우린 뭔가 다르다는 자부심을 보여주셨고, 덕분에 처음으로 입학한 249명의 동기와 치기 넘치는 대학생활을 시작한 기억이 납니다. 캠퍼스에는 푸릇푸릇한 에너지가 넘쳤고,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기치 아래 국내 최초의 기록들을 연이어 쏟아 내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어떤 마법도 이뤄질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저는 포항공대의 첫 10년을 누리며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포스닥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 이후 20년을 해외에서 보냈습니다. 그 기간 해외에서 바라보는 포항공대는 다소 아슬아슬하게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최고이며 빠르게 성장만 할 것 같던 포항공대는 언젠가부터 무디게 보일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독보적이던 장점들이 타 대학들의 성장으로 상대적인 비교우위도 희미해졌습니다. 가끔 모교를 방문해서 둘러

축사/식사/치사 | 교수평의회 의장 장영태 | 2024-01-01 20:25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든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고, 위기를 겪지 않고 도약을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 인간사의 정리(定理)입니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해 5년 전인 2019년 당시 총동창회 현석진 회장님의 신년사를 다시 읽어 봅니다. 2029년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이공계 사립대학으로 발전한 포스텍의 유쾌한 미래를 상상하는 희망으로 가득 찬 신년사로 모든 포스테키안의 일독(一讀)을 권해 드립니다. 우리대학은 1986년 박태준 설립 이사장님과 김호길 초대 총장님의 강력한 리더십과 당시 △재미과학자협회 △서울대 △KAIST 등에 소속된 국내외 이공계 리더들의 축복 속에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성공적으로 출범했습니다. 이후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으로 위상을 유지해 오고 있으나, 설립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환경을 맞이하며 쉽지 않은 극복 과제들을 안게 된 점 또한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나친 의대 쏠림 현상에 따른 인재들의 이공계 선호도 하락 △수도권 집중 심화에 따른 지방 소재 취약성 증대 △포스텍이 촉발한 연구중심대학 시스템의 확산 및 그로 인한 경쟁 체제 △포스코에 편중된 대학 투자재원 등의 과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 환

축사/식사/치사 | 제17대 총동창회장 박상태 | 2024-01-01 20:25

포스텍 가족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제38대 총학생회장 고태영입니다. 2024 갑진년을 맞이해 모든 구성원분께 처음 인사를 올립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글이 여러분들의 신년에 힘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 2023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파죽지세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3년 만에 출범한 총학생회장단과 다시 돌아온 해맞이한마당까지, 사라질 것만 같던 우리네 문화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왔습니다. 4월의 벚꽃 아래에서 교복제 행사를 즐기고 2년 연속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된 POSTECH-KAIST 학생대제전 등 코로나19 사태의 여파에 작별을 고하고 이제는 활기와 에너지가 우리 캠퍼스를 가득 메워가는 듯합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포스텍은 1년 동안 눈부신 발전과 혁신을 이룩하였습니다. THE 소규모 대학 평가 2위와 글로컬대학 선정이라는 값진 결과를 포함해 반도체공학과 신설과 교내회보의 뉴스레터 한 면을 가득 채우는 우수한 연구 발표까지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열정이 포스텍의 위상에 상승기류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기류에 몸을 실어 강렬하게 비상할 것입니다. 농구 경기에서 한 번 흐름과 분위기를 가져온 진영의 기세는 헤아릴 수 없이 강성해지곤 합니다. 포

축사/식사/치사 | 제38대 총학생회장 고태영 | 2024-01-01 20:24

이 자리에 오신 포스텍 학생과 교수님들, 그리고 직원과 동문 및 내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함께 반가운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는 막중한 책임감과 강한 포부를 품고, 대한민국의 가장 도전적인 대학의 제9대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지난 37년간 포스텍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제2의 도약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지역과 국가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 그리고 미래 세계에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포스텍이 설립된 1986년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국가건설을 위한 인재를 공급하던 교육 기능에 중점을 두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점에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출범한 포스텍은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지도자, 포스코와 법인의 든든한 지원, 그리고 구성원들의 남다른 열정 속에서 단기간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했고, 월드뱅크가 이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발간할 정도로까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그러나 이런 과거의 눈부신 성과에 도취해 안주하기에는 우리 앞에 몰려오는 변화의 물결은 너무 거세고, 그 파도는 너무 높습니다. 국가적인 경제성장의 둔화와 급격한 인구 감소, 이로 인한 사회적 동력의 상실, 극

축사/식사/치사 | times | 2023-09-06 12:07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아이유가 부른 ‘분홍신’의 가사 중 일부이다. 대학 생활을 하며 학업에 의문이 들거나, 동아리에 지원할지 말지 고민되거나, 내 진로에 관해 깊은 고민이 생겼을 때마다 스스로 되뇌었다.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자고. 어차피 그 끝에 내 길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매번 다짐하며 도전해왔다.뒤늦게 2학년이 돼 포항공대신문사에 수습기자로 합류한다. 신문사 수습기자 공고를 봤을 때,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교수님들 인터뷰도 해보고 해외르포도 가야지!’라는 기대가 드는 한편으로는 ‘2, 3학년의 바쁜 전공수업과 신문사 일을 병행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지원을 결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맘껏 쓸 기회가 왔다고.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해보고 후회하겠다고. 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의 문턱에 섰다.앞으로 신문사 일을 하며 취재하고, 글을 쓰고, 마감 기한을 맞추느라 바쁜 나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스스로 세운 한 가지 다짐만은 놓고 싶지 않다. 나는 ‘독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기사’를 쓰

수습기자의 다짐 | 김윤철 기자 | 2023-04-17 19:37

기자로 활동해본 경험은 중학생 때 구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기자단 정도였다.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여럿 참여하면서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진행요원과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까지 모두를 취재할 수 있었다. 이로써 하나의 행사가 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한지 새삼 깨닫곤 했다. 그 후 고등학생 때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포항공대신문사의 수습기자가 됐다.신입생이 되고 1달 남짓 대학 생활을 누리면서 생각보다 학교에 대한 정보나 학교에서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나 단체, 이벤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에브리타임과 같은 캠퍼스 커뮤니티에서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익명의 게시글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이처럼 미묘한 답답함을 기자 활동으로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포항공대신문사에 지원하게 됐다. 나와 같은 입장의 학우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 모두가 더욱 알찬 대학 생활을 보내도록 돕고 싶었다.대학에서 받은 또 다른 인상은 중고등학생 때보다 온전히 혼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설 일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도움받을 수 있는 친구와 선배, 교수님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한 부분에 있어

수습기자의 다짐 | 이이수 기자 | 2023-04-17 19:37

‘소통하는 생명과학자’, 꼭 이루고 싶은 평생의 목표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는 항상 아무리 우수한 연구를 해도 남에게 성과를 전달하지 못하면 소용없기에 과학자에게 정말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소통’이라고 강조하시곤 했다. 처음에는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과학에서의 소통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도 강조하시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했던 나는 첫 소논문을 쓰며 선생님의 말씀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해 내 노력 전부를 보여주기 힘들었다. 그때부터 글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접해보기로 다짐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빌려 읽으면서 글의 종류에 따른 작성법과 작가들마다의 다양하고도 개성 있는 문체를 조금씩 느껴 나갔다. 과학 잡지와 신문을 보며 어떻게 간결하면서도 속이 꽉 찬 글을 쓸 수 있는지 느끼고 고민했다. 글쓰기라는 말만 들어도 쩔쩔맸던 나는 어느새 글로 소통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내 연구를 글로써 남에게 보여줄 때면 마치 내 이야기를 말로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글로 소통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다 담아낼 수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수습기자의 다짐 | 강호연 기자 | 2023-04-17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