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인류가 처한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이 사실을 묘사할 때, 우리는 ‘싸움’, ‘정복’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들은 기아와 질병 같은 역경들과 인간이 싸워 승리했다는 표현인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싸움엔 서로 의지를 거스르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과학기술의 경우 그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은 ‘자연(自然)’이고, 그 자연은 문자 그대로 그냥 거기에, 자기(自)의 원리에 따라 그렇게(然) 있는 것이지 어떤 의지를 갖추고 인간과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생각해보면, 과학기술과 그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자연 간에는 어떤 대립도 싸움도 없다. 특정 물질에 생명체는 이렇게 저렇게 반응할 뿐이고, 힘을 가하면 물질은 이렇게 저렇게 변형될 뿐이지, 그 생명체나 물질이 자신의 의지를 고집하거나 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다만, 과학기술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그 과학기술의 사용을 제한할 수는 있다. 이 경우, 그 과학기술을 가진 자는 못 가진 자가 그 과학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 곧 힘을 갖게 된다. 이런 경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있을 수 있는 의지의 충
노벨동산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18-03-28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