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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지 않는 리포트,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참여가 저조한 행사. 사람은 ‘무관심’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는다. 특히 참여가 저조한 행사는 들인 노력이나 소요된 예산도 문제지만, 회원들은 회비를 납부할 이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행사를 마련할 동기를 잃게 되면 최종적으로 단체가 회원들에게 기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생명과학과는 두 가지의 큰 학생 사업이 참여 부족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취소된 생명과학과의 사업은 크게 가을 산행과 생쇼(신입생들의 장기자랑 행사)로, 학우들의 참여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행사였다.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주최 측은 기획 과정에서 회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수요를 파악하여 회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사를 만들곤 한다. 다만 지난 391호 신문의 지곡골목소리는 생명과학과 일부 행사들이 취소된 원인에 대하여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어 지면을 통해 덧붙이고자 한다. 가을 산행의 경우, 2017년뿐만 아니라 2015년과 2016년에도 1차, 2차 수요조사에서 참가인원이 매우 부족했다. 이에 학과 선배들이 저학년생들에게 ‘앞으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8-02-09 13:37

어린 시절이면, 누구나 한 번쯤 방학 계획을 세워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흰 도화지에 컴퍼스로 큼직한, 둥근 원을 그리고 반듯한 자를 대어 절반을 꿈나라로 떼어먹고, 나머지를 조금 떼어 ‘컴퓨터 게임’, ‘영어학원’과 같은 녀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둥글둥글한 계획표는 꼭 빵 덩어리를 닮았었다. 나이를 더 먹고 나서는, 빵을 더 잘게 쪼개어 이름 모를 것들에게(아마도 수학, 영어 단어, 혹은 한자 암기 따위였을 것이다) 떼어 주었고, 부스러기만 어지럽게 쌓여 더 나눠줄 빵이 없어졌을 때는 내일의 빵을 그려서 나눠주곤 했다. 빵을 그리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시간을 잘게 쪼개는 데 익숙해졌다. 전공을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무언가에게 주지 않는 일이 어색해졌다. 우연히 내 시간을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손아귀에 남아 있던 시간을 아무렇게나 먹어 버리고는 ‘참 이상한 날이다’ 하고 생각했다.그러다 문득, 아무도 내 시간을 가져가지 않는 날이 늘었을 때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내 시간을 모조리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7-11-01 14:36

“너는 왜 공부를 하니?”선생님은 교실 구석에서 문제지와 씨름하던 뿔테 안경의 내게 물었다. “생명과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요!”반은 맞고, 반은 거짓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는 싶었다. 우리 집은 평범했다. 내게 공부는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한 도구였고 어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은 즐겁지 않았다. 내 안에 나는 없었다. 나는 빈 껍데기였다. 좋은 대학을 가기에 생명과학은 꽤 좋은 선택지인 것 같았고 나는 생명과학을 좋아한다고 믿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에 왔을 때,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스무 살이 되었지만, 난 누구고 왜 여기 왔는지, 뭘 하고 싶은지 자신을 스스로 설득시킬 수 있을 만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스낵바 돈가스의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불평이나 하던 나는, 여전히 소년일 뿐이었다.대학생활은 안갯속의 마라톤이었다. 짜인 대로, 죽을힘으로 달렸지만, 길의 끝은 알 수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 포항시 축제에서 치어로 공연 퍼레이드를 하는 날이었다. 비가 내린 행사장에서 달고나를 팔던 중년의 행상인은 피곤한 듯 담배를 까맣게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쑥스러움을 참고 먼저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6-04-06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