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30건)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출연한 뉴스 인터뷰를 보며 ‘나도 TV에 나오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지기가 훨씬 쉬워진 것 같다. TV 속에는 연예인의 부모, 자식을 비롯한 온 가족과 매니저, 친구들이 나오고, 수많은 유튜버와 SNS 인플루언서들은 어쩌면 길 가다가 한 번씩 마주쳤을지도 모른다.이렇게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 많아지며 드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공인이라고 부르던데, 과연 공인이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인(公人)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즉 공무원, 정치인과 같이 공적 업무를 하는 사람이 원래 의미의 공인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연예인, 스포츠 선수와 같은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 역시 공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다. 야구선수 강백호는 도쿄올림픽 야구 3, 4위전에서 우리나라가 지고 있는 와중에 껌을 질겅질겅 씹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고, 유명 유튜버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에 나온 뒤 정해진 패턴으로 사과를 하곤 한다. 코로

78오름돌 | 이태훈 기자 | 2021-10-12 05:54

우리는 생활 반경 내에서 다양한 세대와 함께 살아가며 갈등을 겪곤 한다. 세대란 특정한 정체성을 갖춘 집단으로 성급한 일반화는 조심스러우나, 비슷한 시기에 특정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며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에서 분명한 공통점을 지닌다. 그중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주도권을 가진 기성세대와 젊은 층인 MZ세대 간의 갈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9년에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앞선 두 세대 간 갈등이 크다고 답했다. 갈등의 시작점인 두 세대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성장 환경의 차이로 인해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다. 기성세대는 빈곤한 유년기와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었던 세대로, 공동체 정신을 중요시하며 위계질서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이들이 구축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태어난 MZ세대는 금융 위기 혹은 취업난의 영향으로 개인주의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한다. 또한, 이들은 정보화 사회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한다. 당장 두 세대에게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지 묻는다면, 과거 가난했던 기억을 가진 기성세대에겐 경제적 안정을, 격한 입시 전쟁 후에도 n포 세대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78오름돌 | 박지우 기자 | 2021-09-06 00:42

최근 금융계에서 가장 화두가 된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가상화폐일 것이다. 일반적인 투자 심리로는 매도해야 할 상황임에도 매수나 홀딩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기에 ‘침팬지가 돈을 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선물 옵션 등과 같이 종목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도박이나 복권만큼 확률이 낮은 것도 아니다. 수익률조차 상상을 초월하기에 누구나 한 번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별다른 준비 없이도 큰돈을 벌 수 있어, 가상화폐로 수익을 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하지만 우리의 삶 역시 가상화폐만큼이나 운의 영향을 매우 받는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다. 우선,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재능의 영역이 존재한다. 재능은 뛰어난 머리가 될 수도, 특유의 센스가 될 수도, 수려한 외모가 될 수도 있다. 선천적 재능뿐 아니라 후천적 재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데, 이 또한 운의 영향이 강하다고 본다. 재능보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재능이 없다면 몇 배 더 큰 노력을 해야만 겨우 따라잡을 수 있고,

78오름돌 | 유민재 기자 | 2021-06-27 19:58

현재 대한민국은 다양한 갈등에 휩싸여있다. 경기도가 공개한 사회 갈등과 관련한 경기도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 갈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느냐?’라는 질문에 ‘심각하다’라는 응답이 89%로 나왔다. 이처럼 빈부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 그리고 이념 갈등까지 다양하게 나뉘는 분파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 진영과 타협하고 투쟁하는 것은 인류 역사 내내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첨예한 의견 대립이 과거엔 없었던 것 같다. 미화된 과거 때문이 아니라 확실한 지표가 있다.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문에 17년도에는 15%의 사람들이 심각하다고 대답했지만, 2년 후인 19년도 조사에서는 55%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하고 부각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개인과 집단의 도덕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무리 지어 부도덕한 일을 할 때 그들은 더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특정 단체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할 때 구성원들 또한 모두 비도덕적일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집단은 충동을 올바르게

78오름돌 | 문병필 기자 | 2021-05-18 04:27

중국이 세계 최고 과학 기술 강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천인 계획’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천인 계획은 표면적으로 과학 기술 분야 고급 인재 유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선진국의 우수 연구자들이 첨단 기술을 유출하는 산업 스파이 양산 계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A 교수는 중국에 자동차 자율 주행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달에는 저명한 일본인 연구자 44인 또한 중국의 천인 계획 참여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일본 보도가 있었으며, 미국·호주에서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기술력이 경제활동의 근간이 된 사회에서 정보·기술의 유출은 근절되지 않은 오래된 문제다. 특히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의 핵심 기술이 빈번히 유출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많은 주변 국가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우리나라의 OLED, 조선, 원자력 기술의 핵심 인력을 빼 가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정보 유출은 해당 기업의 흥망은 물론 기업이 속한 국가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근절돼야 할

78오름돌 | 최수영 기자 | 2021-02-28 03:10

공학은 최소한의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해 최대 효율로 결과물을 도출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당신이 태양광 발전기를 제작한다면 금액과 효율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가장 적합한 소재와 공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후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소재와 공법을 개선해 제작 시 사용하는 금액은 줄이고, 효율은 증대해야 한다. 이를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한 것은 공리주의와도 같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보장하는 선택지를 가장 바람직한 결정으로 여기는 사상이다. 온종일 최소한의 자원과 에너지로 최고 효율을 얻어내기 위한 문제들을 풀고 있다 보면 때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에 매몰되기도 한다. 어떤 선택에 동의할지를 단순히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우리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보고 있다. 물론 언제나 이해관계의 충돌은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수면 위로 올라와 그 살갗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것만 해도 감염 예방을 위해 접촉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그것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 받는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물론 이 사이에서 몇 가지 복잡한 부

78오름돌 | 김종은 기자 | 2021-01-02 19:39

세상엔 영웅이 너무 많다. 영웅이 이렇게나 많은 우리나라에 가십거리가 존재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 영웅들의 본거지는 인터넷 공간이다.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조그만 트집을 잡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며, 한 번 꼬투리를 잡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심지어 부모님과 같은 윗사람을 욕하는 이른바 ‘패드립’으로까지 이어져 댓글 창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된다. 이처럼 매사 별것 아닌 일에도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논쟁을 부추기는 이들을 ‘프로불편러’라 일컫는다. 방송인 박나래는 ‘2019 SBS연예대상’ 진행 도중 김구라의 발언 후 한숨을 쉬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사자인 김구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나래에 대한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처럼 공인은 대중에게 빚이라도 진 마냥 사생활과 개인적 취향까지 간섭받아야 하며, 프로불편러들은 창작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한편, 프로불편러는 굉장히 무섭고 강력한 단어이기도 하다. 사회 안의 불공정, 불평등 문제를 예민하게 지각하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일종의 사회적 ‘낙인’이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손쉽게 돌려 버릴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78오름돌 | 김지원 기자 | 2020-11-27 16:48

학창 시절 조회 시간이 되면 선생님께서 한 학생을 기준으로 세우고 우리는 그에 맞춰 좌우 정렬을 했다. 학교에서는 우리의 이름보다는 학급 번호로 자주 나열됐다. 학창 시절부터 우리는 기준이란 말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나는 상식을 일반적인 학문적 상식과 가치 판단이 작용하는 상식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광복절이 언제인지나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는 상식은 학문적 상식에 해당하고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상식은 가치 판단의 상식에 속한다고 본다.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뜻한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견문,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등이 포함된다. 결국은 상식도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한다’라는 대중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판단이 된다.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독특한 시위가 진행됐다. 바로,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안티(Anti) 마스크’ 시위다. 하지만, 아직 이런 시위는 우리나라에서 열리지 않았다. 대다수의 국민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당위성과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78오름돌 | times | 2020-09-03 15:54

고소득층 자녀가 서울권 대학에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국가장학금의 지급 비율이 낮은 상위 7개 대학의 목록은 소위 알려진 최상위권 대학의 그것과 같았다. 즉,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일수록 가정의 소득수준이 높다는 말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기득권이라는 단어와 자신 사이에 선을 긋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너는 금수저고, 나는 흙수저는 아니어도 기껏해야 동수저 수준이니 기득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득권이란 단순히 사회의 상위층에 위치한 사람들을 가리키지 않는다. 밥 한 끼에 십만 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자가용에 전용 기사를 둔 사람들만이 기득권이 아니다. 권력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 즉, 내가 특정 대상보다 사회적으로 우위에 차지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나는 그 대상에게 이미 기득권이다.우리는 학력을 통한 줄 세우기에 익숙해져 있다. 12년의 기본 교육과정을 거치며 셀 수 없이 많은 띠지를 받고, 그 위에 적힌 일련의 숫자들로 평가받아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학교는 다르다. 우리는 12년간의 성적표로 학업 능력을 인정받아 고등 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특정 수준의 강의와 시설을 제공받고 누리는 만큼 보다 나은 능력을 갖출 것을 자신

78오름돌 | 김종은 기자 | 2020-07-14 19:09

지난겨울, 나는 외국의 큰 미술관에 가게 됐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고 감상하고 있었는데, 대뜸 어떤 부부가 내게 다가와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대답하니 그들은 자신이 프랑스에서 왔고 내가 감상한 그 그림의 풍경이 자신의 집 앞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림의 작가에 대해서도 내게 설명을 해줬다. 숙소에 돌아와 그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문득 ‘내가 외국인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해줄 만큼 잘 아는 우리나라 화가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몇몇 분이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생전 처음 전시회장에서 만난 외국인에게는 도저히 설명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의 자신감도 없을뿐더러 그럴 만큼의 지식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부부가 그저 자신의 동네를 자랑하고 싶어서 혹은 미술에 엄청난 조예가 있어서 내게 말을 걸었을 수도 있지만 내겐 우리나라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충분한 계기로 다가왔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자국의 역사를 아는 것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힘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교육으로 한국사를 교육하고 있다. 또한

78오름돌 | 김영현 기자 | 2020-07-06 21:46

어떠한 ‘주장’을 특정 ‘누군가’가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자. 사회적 현안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토론의 장에서 말이다. 해당 상황에서는 오로지 그 주장이 건설적인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다만, 이를 간과하고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면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다. 가령 아래와 같은 것이다.의사: 음주와 흡연은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을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환자: 에이, 선생님도 술, 담배 좋아하시잖아요. 선생님도 하면서 그러시면 안 되죠.여기서 환자는 의사의 말이 아닌 의사의 위선을 지적하기 때문에 피장파장(Tu Quoque)을 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는 논리적 오류 중 하나인 인신공격의 오류에 속한다. 이 밖에도 “그래도 OOO보단 낫다”, “지금 너만 힘든 줄 아냐?”, “그러는 너는 윈도우 정품 쓰면서 이런 말 하냐?”와 같은 예시를 들 수 있다.피장파장 오류는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 기사 댓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콘서트 암표 문제가 활개를 친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대응 법안을 발의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 전 대표의 개인적인 이미지를 떠나 옳은 말을 한 건 사실인데 댓글

78오름돌 | 장호중 기자 | 2020-02-13 23:21

최근 웹서핑을 하다 이런 글을 봤다. ‘아이 데리고 겨울왕국2 보러 가도 될까요?’, 영화 ‘겨울왕국2’를 아이들과 보러 가고 싶지만 망설여진다는 내용이었다. 전체관람가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가는 데 망설이는 이유는 어른에게 있었다. ‘겨울왕국2’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떠들어 관람에 방해가 된다며 어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주경제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영화 관람객 중 79%가 아이들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노키즈존(No Kids Zone) 상영관 도입에 대해 6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겨울왕국2’로 다시 노키즈존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겨울왕국2’는 나 역시 개봉하자마자 보러 간 영화다. 예매 당시, 나는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없을 법한 자막 상영, 평일 조조 영화를 예매했다. 그렇게 찾아간 상영관엔 당연히 대다수가 어른이었고, 아이는 찾기 힘들었다. ‘아이가 없어서 다행히 영화에 잘 집중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불빛이 신경을 거슬렀다. 그 후, 뒷좌석의 사람이 내 자리에 발을 대는지 좌석이 쿵쿵 울렸다. 결국,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상영관을

78오름돌 | 정유진 기자 | 2020-01-05 19:25

#1970년 11월, 미싱사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를 외치며 청계천 앞에서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자신을 불태운다. 평화시장에서 옷을 만드는 여공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하루의 절반을 넘게 일해도 입에 겨우 풀칠할 돈만 벌었으며, 다치거나 폐병에 걸리면 그대로 쫓겨나야 했다. 그는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에 분노한 것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다음부터 지식인들이 노동자에게 관심을 뒀고, 노동자 또한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1987년 1월,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노동자의 더 나은 삶에 관심을 가졌던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당시 수사관들은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져 죽었다”라고 말하며 진실을 숨기고자 했다. 하지만 은폐될 뻔한 그의 죽음의 원인은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도미사에서 김승훈 신부가 심문 과정에 고문이 있었음을 폭로하며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돼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다.#2011년 12월, 대구에

78오름돌 | 김성민 기자 | 2019-12-05 12:52

지난해 여름, 나는 내 문화생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관람했고, 그날을 기점으로 뮤지컬 팬이 됐다. 어릴 적 내가 뮤지컬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는 ‘고상한 사람들만 즐기는 공연’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뮤지컬은 점차 다양한 주제와 음악 장르를 다루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뮤지컬 배우들 역시 각종 매체에 출연해 활발히 활동하며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요즘의 뮤지컬은 폭넓은 관객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그러나 이렇게 공연 문화가 널리 확산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배우들의 목소리에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많은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는 도중에 ‘관크’를 당했다”라고 호소한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서, 다른 관객으로 인해 공연 관람을 방해받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어떤 관객이 공연 중 옆 사람과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휴대전화를 켜 화면의 불빛이 새어 나오게 하는 상황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공연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관객

78오름돌 | 박민해 기자 | 2019-11-08 15:32

정말 망할 수가 없던 게임이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인 AOS(Aeon of Strife)에, ‘블리자드’라는 미국의 메이저 게임 회사가 만드는 게임! 게다가 블리자드 사가 그들 게임의 모든 영웅을 출현시킨다니! 바로 이름만은 누구나 들어본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하 히오스)이다. 이미 유명한 블리자드 사의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영웅들의 출현은 AOS 게임 장르의 초기 장벽인 각 영웅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줄여 게이머들이 더 빨리 게임에 빠져들게 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에 없던 새로운 게임 장르는 블리자드에도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었다. 이렇게 결코 망할 수 없는 게임이 탄생했다.그러나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히오스의 결과는 처참하다. 믿었던 블리자드 사는 프로 리그를 폐지했고, 동생뻘인 게임 ‘오버워치’가 ‘리그오브 레전드’와 ‘배틀 그라운드’ 등과 게임 순위 1~3위를 다툴 때 히오스는 ‘크레이지아케이드’와 ‘아이온’등의 게임과 20위를 걸고 혈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히오스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실망감이 크다. 한때 히오스를 자체적으로 홍보해 오던 유저들은 대부분 떠나갔고, 남은 게이머들은 줄어

78오름돌 | 김상수 | 2019-10-18 15:24

과연 어떤 정보가 진실인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가지는 의문일 것이다. 최신 정보를 얻는 창구로 9시 뉴스와 신문만을 갖고 있던 시대의 사람들은 언론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거기서 얻은 정보들에 의존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정보의 홍수, 인터넷이 등장했고, 그것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언론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언론의 뒤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진실들을 대중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대중들이 때론 언론보다 인터넷 속 익명인의 제보나 SNS 글을 신뢰하도록 만들었고, 정통언론의 위상을 격하시켰다. 이 같은 현실을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언론이 견제받고 대중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밑거름의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찾고, 보고, 듣는 정보가 과연 순수한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세계의 단어로 ‘탈진실’을 꼽았다. 2016년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신분으로 힐러리와 경쟁을 하던 해였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대선 경쟁과 관련한 정치적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78오름돌 | 김영현 기자 | 2019-09-05 19:41

2016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금융 이해력은 100점 만점에 66.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한 최소수준(66.7점)에 못 미쳤다. 특히 20대의 금융 이해력은 62점으로,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돈에 관련된 교육은 하지 않고, 그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법만 가르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대학의 학생들만 봐도, ‘돈 관리’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자신의 현재 순 자산이 얼마인지, 이번 달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 가진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리나라의 기본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런 지식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런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생으로서 우리는 대부분 매달 약간의 소득(용돈, 장학금, 아르바이트 등)을 얻고 있다. 가계부를 매일 적으며 이런 돈이 빠져나가고 들어가는 것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관리를 통해 돈을 저축하고, 소액이라도 ‘재테크’를 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78오름돌 | 국현호 기자 | 2019-06-13 13:37

5월은 실패의 달인가 싶다. 신년 해맞이로 빚어낸 수많은 계획이 벚꽃처럼 흩날리며 사라지다가, 어느덧 앙상한 현실만 남을 시점이 바로 5월이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이라고 다를 수 없다. 공부 계획, 원만한 교우 관계, 높은 결심들, 누군가는 행복한 연애마저도 높은 확률로, 5월이면 슬슬 환상의 껍데기가 벗겨진다. 분명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건만, 뿌듯했던 한 해의 청사진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없는 실제 모습은 스스로 한심함을 느끼게 하껴진다. 사라진 3월을 고민하려다가 간당간당하게 남은 4월을 바라보면 한숨이 나온다. 심지어 다른 이들은 계획을 착착 실행해 나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는 왜 하지 못했나. 내 하루는 어디 갔을까. 씁쓸하게도 인구 50만의 소도시 포항은 위로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의식주 중 무엇 하나 쉽게 기분전환으로 삼을 것이 없다. 브랜드 옷가게 한 번 가려면 택시비만 만 원 넘게 나오고, 꿉꿉해지는 날씨에 뭐 하나 기르기도 좁은 기숙사에는 내 체취만 강하게 묻어나오며, 간신히 찾은 맛집은 차 없이 가려면 버스로만 한 시간이다. 기껏해야 할 취미라고는 게임뿐이지만, 게임에서 승리해도 컴퓨터 전원과 함

78오름돌 | 김상수 객원 | 2019-04-24 13:34

이번 호 신문에는 새롭게 선발된 포항공대신문사 33기 수습기자들의 첫 기사가 실린다. 특히 기획 기사인 ‘수습기자의 다짐’에서는 수습기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원대한 포부와 비장한 각오를 글로 써 낸다. 후배들이 쓴 ‘수습기자의 다짐’을 읽고 있자니 2년 전 신문사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나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나는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글쓰기를 좋아했다. 글의 종류도 가리지 않아서 유려한 독후감을 써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하는 한편, 공책에 SF 소설을 써 같은 반 친구들이 돌려 보기도 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다듬어 내는 행위 자체가 멋지게 느껴지고, 그래서 지금껏 글을 쓸 때면 마냥 즐겁다. 신문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교내외의 다양한 사건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공대에 와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나아가 우리대학 구성원에게 널리 나의 글을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서였다.나 역시 33기 수습기자들처럼 ‘수습기자의 다짐’에서 기자로서 야심을 밝혔는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았던 문장은 “나는 글로써 과학과 우리가 사는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이

78오름돌 | 박민해 기자 | 2019-03-29 16:48

회사에서 개인 자료 프린트하기, 회사 탕비실의 커피 가져오기, 휴대전화와 노트북 충전은 회사 콘센트로. 작년 유행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따온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의 이야기다. 최근 SNS에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 물품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가져가는 소확횡 이야기가 게시됐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소확횡은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대학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교내 화장실에 있는 휴지를 많이 뽑아 사용한다. 생활관에서 샤워할 때 물을 계속 틀어놓는다. 외출 시에도 생활관 방 콘센트에 꽂힌 플러그는 빼지 않고, 전등도 켜 둔다. 텅 빈 강의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오지만 히터는 끄지 않는다. 우산을 대여해 주는 도서관자치위원회 라온 사무실에 우산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카트를 대여해 주는 생활관자치위원회 사무실로 카트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소확횡은 어디까지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서양에서는 위처럼 회사의 자산이나 시간, 정보를 훔치는 것을 직원 절도(Employee theft)라고 규정한다. 미국에서는 직원 절도로 인한 기업들의 손실이 연간 수백억 달러이고, 미국 기업의 20~30%가

78오름돌 | 정유진 기자 | 2019-02-28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