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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았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니 번쩍거리는 금속의 곡면이 거대한 분지를 이루고 나를 맞이한다. 동대문 앞을 지나던 그 많던 버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묘한 고요함 속에 구불구불한 곡면에 이끌려 내부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곳엔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새하얗다 못해 눈비시기까지 한 내부 공간엔 기둥도 없고 벽도 없다. 물 흐르듯이 벽에서 천정으로, 다시 천정에서 벽으로 이어지며, 창이 거의 없는 공간을 따라 움직이면,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여기가 1층인지 2층인지 알 수 없다. 어떠한 용도의 공간인지, 어떤 프로그램의 공간인지도 알 수 없다. 하얀 공간에 몸을 맡기고 부유하고 있으니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가 떠오른다. 우주 공간에 떠있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궁극의 자유로움을 느껴보려 하지만, 어느새 그 자유로움은 알 수 없는 불편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의 몸은 어디인가 정주할 곳을 찾지만 DDP는 끊임없이 움직임만 강요한다.급기야 그 불편함을 벗어나고자 안내판을 따라 ‘둘레길’을 찾아가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둘레길’이라 명명된 새하얀 경사로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

문화 | 조한 /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 2014-06-04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