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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광장에서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즈음, 미래사회를 구상하는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촛불시위 현장을 담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이미 주어진 국가에서만 살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당신의 국가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가상국가인 비트네이션의 설립자, 수잔 타르코프스키 템펠호프는 전통적인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공동체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역설하는 야심 찬 발제를 열정적으로 이어나갔다.탈중심적인 국경 없는 자발적 국가(Decentralized Borderless Voluntary Nation; DBVN)를 천명하는 비트네이션은 2014년 7월에 설립됐다. 나아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 기능을 구현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인 이더리움과의 협약을 통해 헌법을 공포하는 등, 실질적인 국가의 지위를 갖춘 가상국가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이름과 이메일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면 누구나 비트네이션의 시민이 돼 비트네이션에서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탈 영토적인 온라인

노벨동산 | 정채연 / 인문 대우조교수 | 2019-03-29 16:50

법과 과학기술은 일견 적지 않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근대화라는 역사적 국면을 바라볼 때, 사회의 세속화 및 지식의 근대화에 터 잡은 합리적인 근대법과 근대과학의 성장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근대화의 역사에서 ‘합리화’는 전근대 사회와 같이 신비롭고 초월적인 힘에 의존해 불확실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을 통해 자연과 사회를 계산하고 예견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법과 근대과학은 모두 합리성 및 이성성에 바탕을 두고, 계산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공통된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근대사회의 태동에서부터 법과 과학은 밀접한 역사적 상관성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지만, 법과 과학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전환적 시점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적절한 법적 테두리의 마련이 요청되었던 2000년대 초반이었을 수 있다. 이때 인류사회에서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생명공학 연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고자 했던 ‘과학주의’와 인간의 존엄성(혹은 신성성)의 가치를 옹호하고 생명공학의 발전에

노벨동산 | 정채연 / 인문 대우조교수 | 2018-01-01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