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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체계를 새로이 전복적으로 재편성하는 이른바 ‘와해적 기술’로서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탈근대시대의 철학 및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신뢰 가능한 매개자 없이 P2P 네트워크 방식에 기초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은 바로 탈중앙화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새로운 아키텍처’로 기능함으로써 기존의 중앙화된 체계에 대한 혁신적 균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에서 더 심화하는 데이터의 중앙화에 대한 시민사회에서의 우려는 탈중심적이고 분배적인 네트워크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 통제권을 분산시키는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청이 강화돼 온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이는 기술적 자유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권리 주장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중화와 자유주의적 권리 주장은 인터넷 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사이버펑크 운동으로 전개 및 발전되기도 했다. 사이버펑크는 개인의 사적 자유를 확보하고 정부 권력을 약화시키며 그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있어, P2P 기술과 암호화를 유용

노벨동산 | 정채연 / 인문 대우부교수 | 2023-03-01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