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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현대 한국문학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매시간 다양한 단편 소설을 텍스트로 해,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다.내가 선택한 단편 소설은 윤이형 작가님의 소설집인 ‘러브 레플리카’에 수록된 ‘루카’였다. 나는 ‘사랑’과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 숨 쉬는 관계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 있는 퀴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이 텍스트를 선택했다.이 소설의 제목인 ‘루카’는 소설 속 ‘딸기’로 불리는 ‘나’가 ‘예성’인 ‘너’를 부르는 별명이다. ‘딸기’와 ‘루카’는 퀴어 커뮤니티의 별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섬세한 호흡이 담긴 이들의 대화를 짚어가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화 속 질문과 대답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떤 질문에 대해 때로는 답을 하고, 때로는 답을 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었다.대화를 이어나가지 않는 것은 소극적이고 소통을 하지 않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대답하지 않음’의 행위는 단순한 소통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답을 하지 않음’을 취하는 경우에는 그 질문이 존재에 관한 질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존재는 누군가에게 때로는

지곡골목소리 | 이슬기 / 화학 16 | 2018-03-07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