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프레이저(Andrea Fraser, 1965년생)는 미국의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그는 1989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프레이저는 ‘제인 캐슬턴(Jane Castleton)’이라는 가명으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미술관 직원, 즉 도슨트 역할을 연기했다. 흰 셔츠와 회색 정장 차림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묶은 작가의 차림새는 미술관의 이곳저곳으로 관람객들을 유도하며 미술사의 걸작들뿐 아니라 유서 깊은 건물과 컬렉션의 역사를 아울러 설명하는 전형적인 도슨트의 모습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캐슬턴’은 작품이 아니라, 화장실, 식당, 표시판, 기념품 매장 등에 대해 진지하고도 정열적으로, 유려한 미사여구와 과장된 제스처를 뒤섞어 설명했다. 문 위의 ‘출구(Exit)’ 표시에 대해서는, “빈틈없는 그림에, 색채와 질감은 섬세합니다. 이 그림은 눈부신 형태의 눈부신 사례입니다”라고 설명하고, 화장실 앞의 음수대(飮水臺)를 보며, “정말 멋진 음수대가 아닌가요! 놀라운 경제성과 기념비성을 갖춘 작품입니다. 이 형태
노벨동산 | 우정아 / 인문 교수 | 2017-01-01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