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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건강은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구요? 가끔 집에 전화를 걸면 아버지와 나의 대화는 늘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밥 뭇나?’라고 묻는 것이 경상도 식의 인사법이라 하는 사람들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도 밥 먹었냐’라고 되물으시는 아버지와 나의 인사법에 다소 경상도 남자들의 무뚝뚝함이 배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나는 집에 자주 전화를 하는 편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포항에 짐을 풀어 놓기 시작했던 스무 살. 그 이후 옛 강산도 변해간다는 10년째에 들어서는 동안 시나브로 집에서 멀어지며 집에 소식을 전하는 일이 따라서 적어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자라온 모습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남매들은 자신의 문제를 집 안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며 자랐다. 단지, 우리 집은 그러했던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라는 어느 가사처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내가 기억하는 나의 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은 국민학교 1학년 때의 것이다. 그 이전의 기억 속에는 어머니, 형들, 누나들에 대한 것 뿐이다. 그 속에 빠진 아버지에

특집 | 심상규/ 전자 박사과정 | 2001-05-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