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건)

고등학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핀잔 중 하나가 ‘너의 것부터 먼저 챙겨라’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다른 친구의 고민 들어줄 시간에 공부해서 나의 성적을 올리라는 말씀이었던 듯하다. 2학년이 되자, 나의 미래는 매일 같이 성적표가 그려내는 피상적인 환상 속에 이리저리 재단되었다. 때로는 그런 생각들에 동화되어 곁에 있는 누군가를 꺾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 홀로 앞서나가고자 달려가는 길 위에는 아킬레스건이 찢어질 듯한 고통만이 남게 됨을 느꼈기에, 결국 경쟁이라는 지독한 구조에 대한 완벽한 회의주의자가 되었다.성과주의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나는 주도적인 활동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생님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채, 오히려 함께 성장해가는 것의 가치를 느꼈던 순간들을 자기소개서에 꾹꾹 눌러 담았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꽤나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고, 남을 도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심으로 대했던 경험들이 대학교에 가서는 큰 자산으로 사용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원서를 제출하는 순간까지 ‘과연 성적보다 협동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그럼에도 이런 나

지곡골목소리 | 문경덕 / 산경 15 | 2018-05-10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