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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월정리 해변가에는 오후 여섯 시면 문을 닫는 카페가 있다. 그날도 아쉽지만 늦은 방문 탓에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는 듯, 여행길에 오른 순간 그토록 철저하게 짰던 계획들은 말없이 틀어지고 만다. 주인은 그저 웃으면서 영업이 끝났다는 말 대신에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을 한다. 카페 바깥으로 나와 아쉬운 마음에 서성거리다가, 문득 문패처럼 써놓은 문구를 보았다. ‘진실은 가라앉지 않는다.’ 노란리본 대신에 배의 그림과 함께 새겨놓은 글귀였다. 개인적으로 지친 심사를 달래고자 찾은 여행길에서, 더욱 고민해야 할 난제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비단 세월호 참사만이 아니다. 윤일병의 사망에 얽힌 사연만도 아니고, 어느 여군의 죽음의 배후에 놓인 일만이 아니며, 여기저기서 거론되지 못한 채 지금도 숨죽이고 있는 그 누군가의 일만이 아니다. 진실은 어느 순간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누가 무책임했고, 부조리 했는지를. 무엇보다 동 시대의 인간들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치졸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매체를 통해, 모종의 공모 속에 반윤리적인 행태가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비겁한 자들이 속이 빤히

문화 | 노연숙 / 인문 대우조교수 | 2014-11-05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