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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 조성되는 도심 공원, 아파트 단지에 꼭 한자리 꿰차는 조경수(樹)가 있다. 배롱나무다. 백일홍(百日紅) 나무, 목(木)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오랫동안 ‘배기롱나무’로 불리다 배롱나무가 됐다고 전해진다. 긴 더위와 장맛비로 지친 사람들에게 배롱나무의 붉은색 꽃은 환희와 휴식을 준다. 20년 전 찜통더위 속 전북 고창 선운사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배롱나무는 나를 그 자리, 그 순간에 멈춰 세웠다. 그 순간 나는 붉은 배롱나무꽃에서 굉음을 내며 수직 낙하하는 폭포를 봤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몸에서 틔운 붉은색 꽃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꽃들은 대개 10일 이상 피지 않는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열흘 이상 붉게 피지 않는다)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은 10년 이상 존속하지 않는다)이다.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석 달 반 이상 계속 피운다. 한 송이가 오래 피는 게 아니라 여러 꽃망울이 이어달리기하듯 꽃망울을 터트린다. 가을에 씨앗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개화 기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서애 류성룡이 세운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과 전남 담양의 명옥헌, 강진의 백련사, 전북 고창의 선운사가 배롱나무 명소다. 껍질은 옅은 갈색으

노벨동산 | 남궁 덕 / 교육혁신센터 대우교수 | 2020-09-03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