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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는 책 읽기를 숙제처럼 했다. 기한 내에 해야 하는 과제처럼 꾸역꾸역 글자를 머릿속에 욱여넣었다는 뜻이다. 무언가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손에 잡히지 않는 책장을 넘기다 도리어 독서를 포기해버리는 일도 잦았다. 그간 독서는 내게 있어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학기 ‘인문과 예술의 세계’ 수업에 이어 이번 학기에 ‘세계시민주의와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이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토론과 토의로 구성됐던 이 강의는, ‘들었다’라기 보다는 ‘참여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두 수업에서 나는 놀라울 정도로 문학에 빠져들었다.가장 큰 이유는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이 너무 애틋했고, 안타까웠으며 궁금했기 때문이다. 문학, 특히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마주한다. 각자의 이야기, 배경, 성격을 가진 인물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언젠가 소설을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칭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로 내 주변에 이웃으로 살아 숨 쉬고 있을 법한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그들과 함께 웃고 우는 것이 참 즐겁다고 생각했다.결국,

지곡골목소리 | 기민정 / 화학 19 | 2020-11-27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