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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는 선비의 나라였다. 그 왕조가 밖으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안으로는 이른바 사화와 당쟁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도 500년 넘게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사림(士林) 즉 선비라는 지식인층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비란 어떤 사람을 일컫는가? 이에 대하여는 구구한 해석들이 있다. 예컨대,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부터,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에 대한 호칭으로, 특히 유교 이념을 구현하는 인격체 또는 신분 계층을 지칭한다”라는 학자적 소견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선비상은 한마디로 수기치인(修己治人, 자신을 닦고 남을 다스린다)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생 대학(大學)』에 따르면, ‘수기’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앎을 다하고(格物致知),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어 뜻을 정성스럽게 해야 한다(正心誠意)라고 되어 있다. 자신의 지식과 도덕적 완성이 있은 뒤에 남을 다스리는 길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스린다 함은, 백성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풍속을 아름답게 만드는 교화(敎化)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선비의 포부는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모든

노벨동산 | 고정휴 / 인문교수 | 2014-10-15 07:10